제목 경비업무 용역 전환 ‘부당해고 판정’ 항소심서 뒤집혀
조회수 435 등록일 2020-09-14
내용

<관련기사 제1183호 2020년 8월 26일자 게재>

1. 사건의 경위

가. 본건 아파트는 주차공간이 협소해 경비원들은 통행에 장애가 되는 차량을 직접 운전해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주차관리 업무를 수행했고 수고비를 받아 왔다. 경비원들은 2017. 초경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 주차관리 업무로 인해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면서 야근 근로 수당을 포함한 체불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했고, 2018. 2.경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주자대표회의’라 약칭)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나. 2017. 10.경 개최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 업무를 기존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방식으로 변경하기로 의결했고, 2017. 12. 28.경 경비원 근로자들에게 2018. 1. 31.자로 해고한다고 통지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위탁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한 B사는 관리방식 변경에 동의해 사직하거나 해고된 경비원 근로자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후 2018. 2. 9.부터 경비용역을 제공하고 있으나 경비반장 A는 B사와의 고용계약을 거부하고 해고의 효력을 다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A에게 재차 2018. 2. 1.경 경영상 이유로 2018. 2. 9.자로 해고한다고 통지했다(이하 ‘본건 해고’라 약칭). 

다. A는 2018. 2. 9.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 2018. 8. 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인용 판정을 받았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했다. 항소심 법원은 1심과 달리 본건 해고는 적법하다면서 입주자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2. 항소심 법원의 판단 

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 인정 

아파트 관리방식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는 과정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근로기준법 제24조가 규정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등 정리해고 요건을 갖춰야 한다. 본건 해고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른 경비업무 관리 운영상의 어려움, 입주자대표회의의 전문성 부족과 관리능력 결여, 최저 임금인상과 퇴직금 부담 증가 등 비용상 문제를 이유로 관리방식을 위탁관리로 변경함에 따라 시행된 것인 바, 객관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

나.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인정

입주자대표회의는 위탁관리업체 선정 시 경비원 등의 연령을 70세 미만으로 했으나 기존 근무자 고용 시에는 연령 제한을 받지 않도록 했고, 이들의 전원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제시한 점, 선정된 업체인 B사 역시 조건을 그대로 수용한 점, B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잔존 직원을 위해 근로계약 체결 시한 유예를 요청하고 이를 A에게 통지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입주자대표회의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입주자대표회의는 위탁관리 방식으로 관리방식을 변경하면서 경비원 전원을 해고하고 이들 전부의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한 바, 해고 기준에 아무런 차별이 없어 해고의 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볼 수 있다.

3. 판례평석

이 사건 1심은 본건 해고를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로 본 반면 항소심 판단은 적법한 해고로 봤다. 무엇이 달라 전혀 다른 판결이 선고된 것일까? 본건 해고가 적법한지 여부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심 법원은 위탁관리방식이 노무관리나 업무 효율이 좋다는 정도만으로는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본건 아파트가 주차난이 심해 경비원들이 주차관리원으로서의 역할까지 맡았던 사정, 그로 인해 임금 관련 분쟁이 상당했던 점,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전문성이나 여력이 부족한 점,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증가 역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 등이 이유가 되어 관리방식을 변경하게 된 것에 합리성이 있다고 봤다. 합리적인 이유로 관리방식을 변경하게 됐고, 그에 따라 경비원들을 해고하게 된 것이 정리해고의 요건인 ‘긴급한 경영상 필요’를 충족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 밖에도 위탁관리업체 선정 시 기존 근무자 전원의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했다는 점에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요건을 충족했고 전원을 해고하고, 전원의 고용 승계가 전제됐다는 점에서 해고 기준 역시 합리적이며 공정했다고 봤다. 
물론 관리방식의 변경이 사업 폐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따라서 정리해고의 요건은 갖춰야 한다는 점은 1, 2심 법원 모두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방식의 변경이 합리적이기만 하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치관리방식이 버거워 위탁관리방식을 택하기만 해도 ‘긴급한 경영상 필요’가 너무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닐까? 관리방식 변경이 입주자대표회의가 인사·노무의 복잡한 관계에서 놓여나는 만병통치약으로 활용될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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