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회장에게 관리비 미부과 ‘업무상 배임’ 성립
조회수 839 등록일 2019-10-10
내용

 

<관련기사 제1098호 2018년 11월 21일자 게재>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판결

사 건 2018고정383 업무상배임, 업무상횡령
피 고 인 A
검 사 김소정(기소), 최진혁(공판)
변 호 인 B
판결선고 2018. 9. 20.

주 문

피고인을 벌금 50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업무상횡령의 점은 무죄.

이 유

범죄사실

C는 2007. 1. 1.부터 부천시 D아파트 관리소장을 맡으며 관리비 등 자금 관리 업무에 종사해 왔고, 피고인은 2013. 7.경부터 2017. 3.경까지 ‘D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의 회장직을 맡으며 관리비 부과 및 관리 업무에 종사한 자이다.

[아파트 관리비 미부과]
피고인과 C는 2013. 7.경부터 2017. 3.경까지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 관리규약상 임무에 위배해 입주민 관리비 납부 장부의 입금 금액과 운영비(잡비) 장부와 금전출납부 장부의 지출금액의 금액을 맞추는 방법으로 총 44회에 걸쳐 동 기간 동안에 발생하는 피고인의 매월 관리비 274만6,490원을 미부과함으로써 피고인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C의 일부 법정진술
1. E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고발장
1. 수선비 장부내역, 수선비 관리계좌, 금전출납부 장부내역, 입주민 관리비 납부 장부, 복리후생비 장부, 아파트 관리비 계좌 내역증명서
1. 변호사선임비용 입금확인 및 영수증

[피고인 및 변호인은,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던 C가 입대의 회장에게 판공비를 지급하는 대신에 입대의 회장의 관리비를 면제해주는 관행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 피고인이 그 관행에 따라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은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관행이 있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관행이 적법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바 그러한 관행이 있다고 해 피고인의 관리비 납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닌 점, 피고인도 자신에게 관리비를 납부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잘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갖고 이를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제30조(업무상배임의 점),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초범인 점, 피고인이 추후 미납 관리비를 모두 납부한 점, 그 밖에 범행의 죄질, 범행의 동기와 경위, 피해액 등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해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공소사실

C는 2007. 1. 1.부터 부천시 D아파트 관리소장을 맡으며 관리비 등 자금 관리 업무에 종사해 왔고, 피고인은 2013. 7.경부터 2017. 3.경까지 입대의 회장직을 맡으며 관리비 부과 및 관리 업무에 종사한 자다.

[상가경비에 대한 수수료 횡령]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동법 시행령 제23조 제8항 단서, 제25조, 위 아파트 관리규약 제38조, 제39조, 위 아파트 관리 규정 제9조 등에 따르면, 상가경비에 대한 수수료는 공동주택을 관리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잡수입에 해당해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할 수 있고, 특히 현금의 경우 임원회가 승인한 금융기관의 예치와 인출을 원칙으로 하며 특별수선충당금의 경우 사전 이사회 승인을 받아 집행해야 한다.
피고인은 C와 공동해 2013. 7.경부터 2016. 12. 말경까지 위 아파트 경비원의 상가경비에 대한 수수료(월 7만5,000원)를 상가 입주가구로부터 계좌가 아닌 현금으로 수납받아 관리하면서, 동 금액이 잡수입에 해당해 위와 같이 공동주택관리법(구 주택법) 관리규약 및 예산에 반영해 집행됐어야 함에도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무단으로 ‘경비원 휴가비’, ‘가을단합대회비’, ‘설선물’ 등으로 사용해 동 기간 동안 총 24회에 걸쳐 120만3,900원 상당의 금액을 횡령했다.

[복리후생비 횡령]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제1항, 동법 시행령 별표2 규정, 위 아파트 관리규약 제38조 등에 의하면 복리후생비는 일반관리비 중 인건비 부분에 해당해 그 관리비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
피고인들은 공동해 2016. 6. 7. 위 아파트 입대의 선거무효확인의 소(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6가합614, 이하 ‘이 사건 소송’)와 관련해 피고인 개인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경비원 또는 관리소장 등 아파트 관리를 위해 고용된 직원들에게 사용돼야 하는 등 그 용도가 정해진 복리후생비에 대해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해 자신의 회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동 소송 관련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440만원을 임의적으로 사용해 횡령했다.

2. 판단

가. 상가경비에 대한 수수료 횡령의 점에 대한 판단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위탁의 취지에 반해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권한 없이 스스로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고(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3도658 판결 참조), 타인으로부터 용도나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6988 판결 참조).
피고인이 특별한 근거 규정 없이 상가 입주가구들로부터 현금으로 수수료를 받은 후 이를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사용한 것은 절차를 위반한 부적절한 행위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기록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상가 입주가구들에 위 수수료를 받으면서 이를 경비원들에 대한 야식 비용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설명한 점, 피고인이 위 수수료를 경비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위 수수료를 경비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상가 입주가구들이 이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이와 같은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위탁받은 자금을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했다거나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나. 복리후생비 횡령의 점에 대한 판단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해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으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됐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춰 단체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49407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소송은 E가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고, 피고인은 입대의 대표자로서 이 사건 소송을 수행하면서 입대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출한 점, 피고인이 위 선임비용을 용도나 목적이 제한된 복리후생비에서 지출한 것이 아니라 일반관리비에서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소송에서 패소해 대표자의 자격을 잃게 되는 경우 피고인이 입대의에 대해 변호사 선임비용 상당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그와 같이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출한 것만으로는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결론

따라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는 않는다.



판사 여태곤

판례평석

김 미 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1. 사건의 경위

가. A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역임하면서 그 기간 동안 매월 발생하는 관리비를 면제받아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했다. 이에 대해 A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판공비를 지급하는 대신 관리비를 면제해 주는 관행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 따라 납부하지 않은 것이므로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 A는 경비원 상가 경비에 대한 수수료를 상가 입주가구들로부터 현금으로 수납해 관리하면서 이를 잡수입 처리 절차에 따라 예산에 반영해 집행하지 않고 ‘경비원 휴가비’, ‘가을단합대회비’, ‘설선물’ 등으로 사용하고,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선거무효확인의 소가 제기되자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수행했다.

다. 결국 A는 관리비를 면제 받은 부분에 대해 업무상 배임, 상가경비에 대한 수수료 및 복리후생비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2. 법원의 판단

가. [아파트 관리비 미부과] 업무상 배임 유죄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장에게는 관리비를 부과하지 않는 관행이 있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관행이 적법한 것도 아니며 그런 관행으로 A의 관리비 납부의무가 면제되는 것도 아닌 점, A 스스로도 자신에게 관리비를 납부할 의무가 있음을 잘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배임의 고의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나. [상가경비에 대한 수수료 횡령 혐의] 무죄

법원은 A가 특별한 근거 규정 없이 상가 입주가구들로부터 현금으로 수수료를 받은 후 이를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사용한 것은 절차를 위반한 부적절한 행위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상가 입주가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면서 이를 경비원들에 대한 야식 비용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설명한 점, 실제로 위 수수료를 경비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에 대해 상가 입주가구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A의 행위가 위탁받은 자금을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했거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에 법원은 상가경비에 대한 수수료를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 [복리후생비 횡령 혐의] 무죄

법원은 A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수행한 사건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었던 점, A가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자로서 소송을 수행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출한 점, 선임비용을 용도나 목적이 제한된 복리후생비에서 지출한 것이 아니라 일반관리비에서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위 소송의 수행을 위해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출한 사실만으로 횡령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3. 판례평석

아직도 이런 일이 있을까 싶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는 관리비를 면제해주는 관행이 있었다는 변명 자체도 웃기지만 그런 관행을 믿었다니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입주자대표회장이 얼마나 대단한 벼슬이길래 입주민이면 당연히 부담해야 할 관리비를 면제받는단 말인가.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얻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때에 해당돼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았던 지출 건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업무상 횡령죄는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마치 자기 소유인 양 처분해 버리는 것을 말하고,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게 되면 그 사용 자체로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법원은 A가 상가 입주가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면서 그 사용처를 설명하고, 실제 그 사용처에 사용했다면 이는 위탁받은 자금의 제한된 용도 이외의 사용으로 볼 수 없어 횡령은 아니라고 봤다. 또한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그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바, 복리후생비라는 제한된 계정이 아닌 일반 관리비 항목에서 지출된 이상 이 역시 횡령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단체의 일은 모두의 일인 동시에 누구의 일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행위조차 ‘횡령’이라는 혐의가 쉽게 덧씌워진다면 과연 어느 누가 단체를 위해 나설 수 있을까? 무죄가 선고돼 다행이지만 수사를 받고 기소를 당해 재판을 하는 과정이 절대 녹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횡령’은 당연히 경계해야 마땅할 일이다. 그러나 그 경계가 단체에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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