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관리소장 궐위 중 관리비 지출 입대의 회장 ‘유죄’
조회수 695 등록일 2019-10-07
내용

 

<관련기사 제1091호 2018년 10월 3일자 게재>

전주지방법원 제3형사부 판결

사 건 2018 노498 업무상횡령, 주택법위반
피 고 인 A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박원석(기소), 최영준(공판)
원심판결 전주지법 2018. 4. 12. 2017고단2523
판결선고 2018. 9. 5.

주 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해

피고인은 입주자대표회의의 관행에 따른 운영비의 용도에 적합하게 이 부분 지출을 한 것이므로, 횡령의 고의가 없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2)주택법위반의 점에 대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관리사무소장 궐위기간 중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수행한 사람은 직접 관리비를 지출한 경리원 등이고, 피고인은 관리비 지출 업무가 종결된 후 입대의 회장으로서 그 집행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지출결의서를 결재한 것일 뿐 관리비 지출을 지시하거나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다. 또한 전 관리사무소장 B는 2015. 1. 19.까지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2의 순번 1 내지 18의 지출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나아가 공동주택의 유지·보수 등의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 부분 각 지출을 해야만 하는 정당성, 상당성, 균형성, 긴급성이 존재하고, 입대의 회장인 피고인이 관리사무소 직원의 관리업무를 막을 권한도 없으므로, 이 부분 각 지출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70만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해

1)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한 판단

가)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했고, 원심은 판결문 ‘피고인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중 제2의 가항에서 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해 이를 배척한 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해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나)한편 피고인은 항소이유서에 형법 제16조를 기재하고 있으므로 이를 법률의 착오를 주장하는 취지로 선해해 보건대,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해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해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고,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해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했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7. 10. 26. 2006도796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횡령에 해당하는지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고, 설령 피고인이 일반적으로는 범죄에 해당하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해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적법한지에 관해 법률전문가에게 전문적인 자문을 구하는 등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해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하는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2)주택법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

가)피고인은 원심에서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은 지출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고, 원심은 판결문 ‘피고인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중 제2의 나항 제5쪽 제12행 내지 제6쪽 제14행에서 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해 피고인이 이 부분 지출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한 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해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피고인은 경리원 등에게 관리비 지출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주장하나, 구 주택법(2015. 8. 11. 법률 제13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주택법’) 제55조 제2항 제1호 나목에서 관리사무소장의 업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관리비나 그 밖의 경비의 지출 및 그 금원을 관리하는 업무’는 반드시 사전에 관리비 지출을 지시하거나 관리비 지출내역 등에 서면 결재하는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관리비 지출을 보고받고 그 내역을 파악하거나 정당성을 검토하는 등 관리비를 취급하는 업무 전반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이전 관리사무소장인 B의 원심 법정 진술에 의하더라도 관리사무소장이 자리에 없는 긴급한 경우 먼저 지출을 한 후 관리사무소장에게 보고를 하면서 전표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므로, 사전에 관리비 지출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관리비 지출을 허락하거나 사후에 보고를 받아 내역을 검토한 경우에도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신빙성이 인정되는 C의 원심 법정 진술에 의하면, C가 2018. 1. 7. 근무를 시작한 이후 2018. 1.경에는 급한 때는 먼저 지출을 하고 피고인에게 보고를 하기도 했는데, 피고인이 결재를 잘 해주지 않고 좋지 않은 소리를 하는 일이 많아 2018. 2.경부터는 관리사무소장이 없는 경우 피고인에게 사전에 보고를 하고 지출을 했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2018. 1. 7.경부터 관리비의 지출에 실질적으로 관여해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수행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 피고인은 전 관리사무소장 B가 근로를 제공한 2015. 1. 19.까지는 관리사무소장의 궐위 상태가 아니어서 그때 지출된 내역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주택법 제98조 제9호는 공동주택에 실제 자격을 갖춘 관리사무소장이 있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주택관리사 등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이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고,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B는 오전에 출근해 경리원 사무 인계인수 및 감사 수검 등의 업무만을 처리했다는 것이어서 관리비 지출과 관련된 업무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B, C 또한 원심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피고인이 2018. 1. 7.경부터 관리비의 지출에 실질적으로 관여해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수행한 이상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주택법 제98조 제9호에 따른 처벌대상이 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나)이 부분 각 지출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원심은 공동생활의 유지나 공동주택의 보수 등의 사정으로 이러한 지출의 불가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공동주택의 투명, 안전, 효율적 관리와 같은 공익적 목적을 고려해 의결기관인 입대의와 집행기관인 관리주체를 구분하고 있는 주택법의 입법취지를 뛰어넘어 법익균형성을 갖췄거나 달리 긴급성, 보충성을 갖췄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했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해 면밀히 살펴보고, 피고인의 변소에 의하더라도 이 부분 각 지출행위 중 당장 지출하지 않으면 공동주택의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긴급을 요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지출된 금액의 규모나 관리사무소장 공백기간에 비춰 피고인의 개인비용 등으로 이를 지출한 후 사후에 관리사무소장의 승인을 받아 그 비용을 보전받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보이지 않는 점을 더해 고려하면, 원심의 위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

1)(중략)

2)이 사건에 관해 보건대, 당심에서 제출된 정상자료를 참작하더라도 원심과 비교해 양형조건에 변화가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이 불가피했다는 취지로만 주장하면서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이 사건 각 범행은 공동주택 구성원 다수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입대의 회장인 피고인이 관련 규정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그 범행내용이 가볍다고만은 할 수 없는 점을 비롯해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양형사유들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방승만
판사 강인혜
판사 김은경

판례평석

김 미 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1. 사건의 경위

가. A는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데 관리사무소장이 궐위된 기간 중 아파트 잡철구입비 등을 지급하는 등 관리비 지출에 관여하면서 실질적으로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수행했다.

나. 또한 B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는 ‘다과음료, 교통비, 통신비’에 사용하도록 용도를 제한하고 있는데, A는 이를 회식비로 사용했다.

다. 이에 A는 구 주택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2. 법원의 판단

가. 업무상횡령 혐의-유죄

1) 법원은 A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를 관리규약에 정하지 않은​ 용도인 회식비로 사용한 데 대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2) 이에 대해 A는 입주자대표회의 관행에 따르면 운영비의 용도에 적합하게 사용한 것이라면서 횡령의 고의가 없고,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A는 형법 16조를 근거로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배척됐다. 법원은 A가 자신의 행위가 횡령에 해당된다고 인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고 만일 그릇된 인식을 했어도 이는 자신의 행위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법률 전문가에게 전문적 자문을 구하는 등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해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나. 구 주택법 위반 혐의-유죄

1) 구 주택법 제98조 제9호는 주택관리사 등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고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수행한 자 또는 해당 자격이 없는 자에게 이를 수행하게 한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또한 구 주택법 제55조 제2항 제1호 나목에 따르면 관리사무소장의 업무 중 하나로 ‘관리비나 그 밖의 경비의 지출 및 그 금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2) 사안의 경우 A가 관리사무소장이 궐위된 기간 동안 아파트 잡철구입비로 3,000만원을 지출한 것을 비롯해 약 6개월 동안 총 40여 회에 걸쳐 관리비를 지출한 바, 이는 주택관리사 자격 없이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이에 대해 A는 실질적으로 관리비 등의 지출 업무를 수행한 것은 경리직원일 뿐, 자신은 관리비 지출 업무가 종결된 후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지출결의서에 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관리비 등의 지출 및 관리 업무는 반드시 사전에 지출을 지시하거나 결재하는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관리비 지출 보고를 받고 그 내역을 파악하거나 정당성을 검토하는 등 관리비를 취급하는 업무 전반을 의미한다고 봤다.

4) 법원은 문제된 지출행위가 관리사무소장 궐위라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할 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A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공동생활의 유지나 공동주택의 보수 등의 사정으로 그 지출이 불가피한 경우라 하더라도 공동주택의 투명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관리라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해 의결기관인 입주자대표회의와 집행기관인 관리주체를 구분하는 구 주택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를 엄격히 보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의결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와 집행기관인 관리주체를 구분하고 있는 법의 취지를 넘어설 정도의 법익균형성을 갖춘 행위거나 달리 긴급성이나 보충성을 갖췄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된 지출행위들은 당장 지출하지 않으면 공동주택의 유지가 어려울 정도의 긴급을 요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긴급성), 지출 금액의 규모나 관리사무소장 공백기간에 비춰 개인 비용으로 지출 후 사후에 관리사무소장 승인을 받아 비용을 보전하는 방법이 기대하기 어려운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보충성) A의 주장을 배척했다.

3. 판례평석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의 분쟁에서 자주 문제되는 대표적인 범죄가 ‘횡령’이다. 통상 ‘횡령’이라 하면 무척 파렴치한 행위로 남의 돈을 착복하는 것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래서인지 이런 분쟁에 휘말린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나는 그게 횡령인 줄 몰랐다’, ‘내 주머니로 들어간 건 한 푼도 없다’는 등의 변명을 하곤 한다. 그러나 형법상 ‘횡령’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그 범주를 벗어나 당초 제한된 용도를 벗어난 지출 행위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공금의 지출은 정해진 용도와 적법한 절차를 따라 집행하지 않으면 늘 횡령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택관리사 자격도 없이 집행기관인 관리주체의 업무를 함부로 수행할 경우 벌칙조항이 적용될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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