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잡수입, 명절선물비 등으로 지출…업무상횡령죄 아니다 대법원, 입대의 회장・관리소장 ‘무죄’ 최종 확정
조회수 2,704 등록일 2019-09-10
내용

 

<관련기사 제1071호 2018년 4월 25일자 3면 게재>

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17도16836 업무상횡령
피 고 인 1. A 2. B
상 고 인 검사(피고인들에 대해)
변 호 인 변호사 한영화(피고인 B를 위해)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7. 9. 22. 2017노2855
판결선고 2018. 4. 12.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해,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신
대법관 이기택
주심 대법관 박정화


수원지방법원 제5형사부 판결

사 건 2017노2855 업무상횡령
피 고 인 1. A 2. B
항 소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한영화
원심판결 수원지법 안산지원 2017. 4. 21. 2017고정174
판결선고 2017. 9. 22.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1)피고인 A

(1)사실오인

피고인이 원활한 아파트 관리 운영을 위해 잡수입을 동대표들과 관리실 직원들을 위한 명절선물비용 등으로 지출한 것은 아파트 소유자들의 위탁취지에 위반되지 않는 것이고, 사회상규에도 위반되는 것이 아니며, 아파트 소유자의 이익인 원활한 아파트 관리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없다.

(2)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50만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피고인 B

원심의 형(벌금 500만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A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업무상횡령의 고의와 이에 대한 위법성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해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2)당심의 판단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에게 업무상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중 잡수입의 집행 및 회계처리에 관한 규정은 아래와 같다. (수사기록 87쪽 참조)
제63조(잡수입의 집행 및 회계처리)
②관리주체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잡수입을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나 입주자 등의 투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비용으로 우선 지출할 수 있다.
④제2항에 따른 잡수입의 지출 후 집행 잔액 중 입주자와 사용자가 함께 적립에 기여한 다음 각 호의 잡수입에 대해서는 그 금액에 대해 관리비에서 차감하거나 관리비 예비비로 적립한다.
1. 재활용품 판매에서 발생한 잡수입
2. 알뜰시장 운영에서 발생한 잡수입
3. 광고판 게시 등에서 발생한 잡수입
4. 그밖에 입주자와 사용자가 적립에 함께 기여한 잡수입
⑥관리주체가 예비비를 집행하고자 할 때는 관리비의 지출비목·지출사유·금액 등을 작성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
⑦잡수입의 발생 및 지출내역과 집행 잔액에 대한 적립내역 등은 매월 공동주택의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게시판에 게시하고, 관리비고지서 배부 시 첨부해 입주자 등에게 알린다.

②피고인과 공동피고인 B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아파트의 잡수입을 동대표들과 관리실 직원들을 위한 명절선물·떡값비용과 하계 휴양비로 지출한 것은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수사기록 240, 364~366, 368쪽 참조)

③2014. 6. 5.자 기안용지에는 ‘야유회 목적: 아파트 관련 단체와의 친목 및 화합 분위기 조성’, ‘관련단체: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 관리사무소 기타 관련 주민’이라고 기재돼 있어 아파트 야유회의 참석 대상이 이 사건 아파트의 특정 단체나 주민으로 한정돼 있지 않다. (수사기록 261~262쪽 참조)

④아파트 입주민들 대다수가 민원 등의 문제로 동대표가 되기를 꺼려하는 점, 관리실 직원들이 아파트 내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도 상당부분 수행하는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아파트의 잡수입을 동대표들과 관리실 직원들을 위한 명절선물·떡값비용과 하계 휴양비로 지출하는 것이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63조 제2항에서는 잡수입을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비용으로 우선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이를 반드시 이러한 용도로만 지출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아니다.

⑤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63조 제4항에는 잡수입 중 일부를 예비비로 적립한다고 규정돼 있고, 제6항에는 관리주체가 예비비를 집행하고자 할 때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각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 및 공동피고인 B의 수사기관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과 공동피고인 B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동대표들과 관리실 직원들을 위한 명절선물‧떡값비용과 하계 휴양비, 신임 관리소장 명패제작비, 사무실 이전 축하비, 아파트 야유회 지원비를 지출했다. (수사기록 261~268, 362쪽 참조)

⑥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63조 제7항에는 잡수입의 지출내역과 적립내역을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 입주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관리비 부과내역서와 공동피고인 B의 수사기간 진술에 비춰 보면, 피고인과 공동피고인 B는 잡수입의 지출내역을 관리비 부과내역서에 기재하고, 매월 이를 게시해 입주자들에게 알렸던 것으로 보인다.

⑦피고인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되기 이전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의결을 통해 동대표들과 관리실 직원들을 위한 명절선물·떡값비용과 하계 휴양비를 지출했다. (수사기록 289~295쪽 참조)

⑧국토교통부에서 작성한 공동주택관리 질의회신집(2-1)에는 아파트의 잡수입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마을 이장의 운영비, 동별 대표자, 부녀회, 노인회 등의 단합대회 비용 등으로 지출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⑨피고인이 동대표들 및 관리실 직원들에게 지급한 명절선물·떡값비용과 하계 휴양비는 1인당 3만~25만원이고, 지출한 신임 관리소장 명패제작비, 사무실 이전 축하비는 10만~15만원으로, 지급하거나 지출한 금액이 과다해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결국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피고인 B에 대한 직권판단

1)원심판결 범죄사실 제2항에 대해

피고인은 당심에서는 원심판결 범죄사실 제2항에 대해 다투지 않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공동피고인 A의 이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이 이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64조의 2 규정에 의해 파기의 이유가 공통되는 공범인 피고인 B에 대해서도 이 부분을 직권으로 파기한다.

2)원심판결 범죄사실 제3항에 대해

직권으로 살피건대, 앞서 제2의 2)항에서 살펴본 사정들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심판결 범죄사실 제3항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에게 업무상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피고인은 수사기관과 원심에서 이 사건 아파트 수입의 지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입주자대표회의에 있는데, 자신은 관리소장에 불과해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의한 사안에 대해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그대로 집행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공동피고인 A 그리고 고소인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②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공동피고인 A는 이전에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동대표들과 관리실 직원들을 위한 하계 휴양비 등을 지출한 것으로 봐, 이 사건 당시에도 피고인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관리실 직원들을 위한 하계 휴양비를 지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므로, 원심판결 중 이 부분도 직권으로 파기해야 한다.

4. 결론

피고인 A의 항소는 이유 있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을 생략하고,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 제364조의 2에 의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해,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의 요지는 원심판결문 범죄사실 기재와 같고, 이는 위 제2의 2)항과 제3항 기재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다. 그리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재판장 판사 김동규
판사 우상범
판사 박진욱

판례평석

김 미 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1. 사건의 경위

가. A는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는 관리사무소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나. A와 B는 잡수입으로 동대표들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위한 명절 선물을 구입하거나 떡값 비용, 하계 휴가비로 지출하는 것이 주민자치 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사용한 후 그 지출내역은 관리비 부과 내역서에 기재하고, 매월 게시해 입주민들에게 알렸다.

다. A와 B는 동대표 및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명절선물 구입비 등으로 잡수입을 임의 사용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횡령죄로 기소(起訴, 공소제기)됐다.

2. 법원의 판단

가. 위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A와 B의 행위는 C아파트 관리규약에서 정한 목적에 위반한 사용으로서 횡령에 해당하고, 미필적으로나마 업무상 횡령의 고의와 위법성 인식이 인정된다면서 회장 A에게는 벌금 250만원, 소장 B에게는 벌금 500만원의 유죄 판결을 각 선고했다.

나. 그러나 2심 법원의 판단은 1심과 달리 이들에게 업무상 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업무상 횡령으로 보기도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2심의 무죄 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며 이들의 무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다. 2심 법원이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잡수입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한 비용 등에 우선 지출할 수 있고, 집행 잔액 중 입주자와 사용자가 함께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은 관리비에서 차감하거나 예비비로 적립하되 관리주체가 예비비를 집행하고자 할 때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잡수입 발생 및 지출내역과 집행 잔액에 대한 적립내역 등은 매월 게시판에 게시하고 관리비 고지서 배부 시 첨부해 알리도록’ 한 C아파트 관리규약의 내용, A와 B가 잡수입으로 동대표나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명절 선물을 구입하거나 하계 휴가비를 지원한 것이 주민자치 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점, 민원 등으로 동대표가 되기를 꺼리는 현상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아파트 내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도 상당부분 수행하는 점에 비춰 보면 잡수입을 위와 같은 용도로 사용한 것이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 점, 관리규약에는 공동체 활성화 등을 위해 우선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반드시 위 용도에 한정해 지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은 점, 집행 잔액 중 일부는 예비비로 적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절차를 모두 거쳐 지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위 지출 내역에 대해 관리비 부과내역서에 기재하고 매월 이를 게시해 입주자 등에게 알린 점, A와 B가 회장이나 관리사무소장을 역임하기 이전부터 C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명절선물이나 떡값비용, 하계휴가비 지원을 해온 사실, 동대표들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지급한 명절선물·떡값비용, 하계 휴양비 등의 규모가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정도로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거나 업무상횡령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선고한 1심은 사실을 오인했다면서 이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3. 평석

보통 업무상 횡령이라고 하면 자신의 주머니에 남의 재물이 들어오는 경우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횡령이란 남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멋대로 써버리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규정한 범죄다. 따라서 자기 멋대로 써버린 이상 누구 주머니에 들어가건 상관없이 일단 횡령에 해당할 위험이 있다. 용도가 정해진 금원의 경우는 특히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그러나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질 만한 증명력 있는 증거에 의해야 한다.
위 사안은 C아파트 관리규약에 규정된 절차에 비춰 봤을 때 잡수입 집행 절차에 따른 지출이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상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로 봐 무죄로 봄이 마땅하다. 뒤늦게라도 1심 판단의 오류를 바로잡아 다행이지만 그 사이 A와 B가 겪었을 고초를 생각하면 검찰의 공소 제기나 법원의 유죄 판단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10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단 1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초를 겪게 하지 않는 원칙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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