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김미란 칼럼] 아파트·집합건물 하자와 제척기간
조회수 83 등록일 2019-04-10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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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아파트나 집합건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대부분은 건설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해 보수를 받게 된다. 그런데 건설사가 보수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황당하게도 건설사가 부도라도 난다면?

건설사가 하자보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후의 보루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구분소유자가 분양자나 시공사에 대해 갖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과 보증채권자(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단)가 하자보수보증사에 대해 갖는 보증채권일 것이다.

그러나 하자보수보증책임은 사용검사 이후의 하자에 국한되므로 미시공, 변경시공과 같은 사용검사 전 하자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건설사들과 달리 국가·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 및 지방공사인 사업주체는 하자보수의무를 보장하기 위해 하자보수보증금을 예치할 의무도 없다.(공동주택관리법 제38조 제1항 단서) 즉, 한국토지주택공사나 서울주택도시공사와 같은 공사가 분양한 아파트는 보증사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곳은 하자보수보증사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하자보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각 구분소유자가 갖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뿐이다. 그런데 이 권리의 존속기간이 참으로 짧아져 문제다.

권리의 존속기간은 법이 예정하고 있고, 이 존속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없으면 해당 권리는 소멸한다. 이를 ‘제척기간’이라 한다. 제척기간은 기간이 경과하면 권리가 소멸한다는 점에서 소멸시효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기간의 정지나 중단 사유가 없고, 시효이익은 포기할 수 있는 반면 제척기간은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적용이 달라지는 일이 없다. 칼로 자른 듯 깔끔하다. 제척기간이나 소멸시효는 모두 일정한 권리가 영원불멸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법적 불안을 해소해 법질서를 안정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2013. 6. 19. 이후 분양된 집합건물에 적용되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권리에 관한 법률(이하 ‘개정 집합건물법’)상의 하자담보추급권의 제척기간은 짧아도 너무 짧다. 개정 집합건물법이 적용되는 집합건물은 사용검사나 인도를 받은 때부터 2년이 지나면 마감공사 하자와 같이 입주자들이 불편을 느끼기 쉬워 발견도 용이한 하자들에 대해서 더 이상 하자보수청구나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집합건물법 제9조의2 제1항 제2호, 동법 시행령 제5조 제2호 다목)

3년이 지나면 건축설비 공사나 목공사, 창호공사 및 조경공사 관련 하자와 같이 건물의 기능상 미관상 하자에 대해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집합건물법 시행령 제5조 제2항 나목) 5년이 지나면 어떤가? 대지조성공사, 철근콘크리트공사, 철골공사, 조적공사, 지붕 및 방수공사 하자 등 건물의 구조상 또는 안전상 하자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집합건물법 시행령 제5조 제2항 가목), 준공 전 하자, 즉 미시공·변경시공에 대한 하자에 대해서도 제척기간이 도과된다.(집합건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다만, 주요구조부 및 지반공사의 하자에 대해서는 10년의 제척기간을 규정하고 있다.(집합건물법 제9조의2 제1항 제1호)

위와 같이 집합건물법이 예정하고 있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아파트나 집합건물의 현실을 생각하면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건설문외한이 대부분인 입주민들은 태생적으로 하자의 발견 자체가 쉽지 않고, 구체적인 하자 현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임차인은 하자문제에 관심이 없고, 구분소유자는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하자발견은 더욱 어렵다. 또한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를 통해 하자보수요청을 하기 때문에 구분소유자 스스로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의 하자보수요청은 제척기간을 준수한 권리행사로 보지 않는다. 집합건물법상의 권리자는 구분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준공된 지 2년이 지나기 전에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가 각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채권양도를 받아 하자보수요청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극히 짧은데다 준수하기가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집합건물법상의 제척기간을 그대로 넘기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 같은 고육지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나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분양해 하자보수보증사조차 없는 아파트라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곳에서 이미 제척기간이 도과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일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에 대한 답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그 사이 제척기간 도과로 권리가 소멸하지 않도록 일선 현장에서 더욱 신경 쓰며 업무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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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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