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위탁사 비용 지출 ‘적법한 입대의’ 승인만 유효 [판례평석]
조회수 906 등록일 2022-01-20
내용

   <관련기사 제1247호 2021년 12월 22일자 게재>

  *판결문은 지면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사건의 경위

가. C사는 본건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한 관리주체고, B사는 C사와 본건 아파트에 관한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한 회사다. 위의 위·수탁관리계약 및 경비용역계약에 따르면 각 계약기간 만료 시 계약은 자동 해지된다고 규정돼 있다.

나. 본건 A는 임기 만료로 동별 대표자 선거를 실시했는데, 관할 구청은 위 선거가 선거관리위원의 참여 없이 방문 투표를 진행한 점 등을 들어 A의 구성 신고를 반려했다(이하 ‘본건 처분’이라 약칭). 이에 본건 A는 위 반려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다. 본건 A는 위 행정소송을 진행하던 중 경비용역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새로운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절차를 진행했고, G사와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했다. C사에도 위수탁관리계약기간 역시 만료된 점을 들어 새로운 업체에 인수인계를 잘 해 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손해배상책임을 물겠다는 취지의 통지도 했다. H사는 본건 아파트의 새로운 관리업체로 선정됐고, 본건 A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 H사는 관리사무소장, 관리과장, 경리 1인씩 고용하고, C사 소속이던 기술인력 5인을 재고용해 배치했다. 그러나 C사는 본건 처분을 이유로 H사에 인수인계하는 것을 거부하며 기존 소장, 관리과장, 경리를 그대로 뒀고 B사로 하여금 경비용역 업무도 계속 보도록 했다.

라. 이에 본건 A는 수차례에 걸쳐 C사의 관리사무소 점거 및 관리업무 방해는 위법하다며 급여 등 일체의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했다. H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정된 업체고, 본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떻든 C사는 본건 아파트 관리업무를 수행할 권한이나 자격이 없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마. 일부 입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입주민 과반수 동의를 받아 기존 선거관리위원 전원을 해임하고 새로운 선관위를 구성한 뒤 동별 대표자 선거를 실시했으며 H사는 본건 아파트에서 철수했다. C사는 그간 지급되지 않았던 5개월치 경비용역대금을 아파트 관리비 예치금 계좌에서 B사에 지급했고, 4개월치 위탁수수료 및 인건비도 인출했다(이하 ‘본건 지급행위’라 약칭). 

바. G사와 H사는 본건 A를 상대로 경비용역대금과 위탁관리수수료 및 인건비 등 관리업무에 소요된 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이에 본건 A는 기간 만료로 각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철수하지 않고 업무를 방해했으면서 용역대금을 수령한 C, B사에 대해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으로 위 금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 

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부정

본건 지급행위 당시 본건 A의 의사와 이익에 반하는 자금 집행으로 손해를 발생시킨다는 고의나 과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나. 부당이득반환청구 인정

C사는 위탁관리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근거해 그 이후 기간에 관해 B사에 경비용역대금을 지급한 것이므로 법률상 원인 없이 위 용역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본건 A에게는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 C사는 사무처리를 계속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본건 A가 계약기간 만료 후 더 이상 C사 관리업무 용역을 제공받지 않겠다고 통지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동별 대표자 선출 절차가 위법해 효력이 없다면 종전의 동별 대표자가 여전히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원으로서 지위를 갖는다 할 것이다. 따라서 법령이나 관리규약상 근거 없이 일부 입주민들이 선거관리위원을 해임해 새로 선관위를 구성해 동별 대표자들을 선출해 구성된 입대의는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무효인 선거로 선출된 동별 대표자들로 구성된 단체가 본건 지급행위를 승인했다 하더라도 입대의의 적법한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나.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 경우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사업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운용 실태, 근로자의 귀책사유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상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사안의 경우 B가 권위적인 말투와 태도로 본건 아파트 입주민들을 불쾌하게 해 교체 요구가 있었다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했다는 주장은 뒤늦게 작성돼 제출된 사실확인서만으로는 믿기 어렵고, 근무실적 평가 규정도 없고 근로계약 갱신을 위한 객관적 기준도 없었으며 근무성적이나 근무태도 관련 자료도 구비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볼 때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다. 따라서 본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므로 A사의 청구는 기각한다.

 

판례평석

관리업체나 경비업체가 변경되는 경우 순조롭게 인수인계절차가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계약기간 만료로 이미 계약이 종료된 상황이라면 기존 업체는 응당 떠나는 것이 당연하고 한때 일을 맡겼을 뿐인 해당 아파트의 일은 더 이상 관여할 필요 없는 남의 일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 업체는 새로 구성된 입대의가 적법하게 구성된 것인지, 적법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상태인지, 새로 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하자는 없는지 등을 살피며 사무 처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사정을 찾는 일도 꽤 많다. 그것이 그간 열심히 관리해 왔던 충정 때문인지, 떠나고 싶지 않은 속내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기존 업체와 새로 선정된 업체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면 그 기간 만큼 인력도, 비용도 낭비된다. 그리고 그 불이익은 오랜 분쟁과 소송 끝에 결국 모두의 상처로 남게 된다.

김미란 변호사 hapt@hapt.co.kr

 

출처[https://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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