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경비원 업무범위 명확화 시행 두 달···현장은 변화 미미
조회수 770 등록일 2022-01-13
내용

업무 외 지시 금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시키는 곳 많아

실제 지시 입주민이 많이 해도
직접적 처벌 조항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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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이 재활용품 분리배출 업무를 하고 있다. <서지영 기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공동주택 경비원이 경비업무 이외의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경비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해 마련된 경비원 업무범위 확대 및 허용업무 구체화 법 규정(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의2 제1항,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69조의2)이 지난해(2021년) 10월 21일 시행에 들어가고 두 달이 지났다. 개정 법령에 따라 공동주택 경비원에게 규정된 업무 이외의 지시를 하면 안 되지만 아직까지 그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구체적인 처벌조항이 따로 없어 계속해서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하는 입주민 등이 적지 않아 정부·지자체의 더욱 적극적인 홍보·계도가 필요해 보인다.

개정 법 규정에 따르면 공동주택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에 종사할 수 있는 업무는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의 보조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의 게시와 우편수취함 투입 ▲도난, 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 방지 목적을 전제로 한 주차 관리와 택배물품 보관 업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업무범위를 발표하면서 기술·장비를 요하는 도색·제초작업, 수목 식재, 소독 및 정원조성, 건물 내 청소, 개별세대 대형폐기물 수거·운반, 공용부분 수리, 각종 동의서 징구와 전기·가스 검침, 개인차량 주차대행(대리주차), 개별세대 택배물 배달 등은 제한된다고 안내했다. 기존에 아파트 사정에 따라 종종 요구됐던 많은 보조 업무들이 사실상 금지된 것이다.

하지만 개정 법령 시행 후에도 여전히 일부 아파트에서는 제초 작업, 정원 조성, 각종 동의서 징구 등에 경비원을 동원하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으며, 경비원에게 개인적인 일을 반강제적으로 시키거나 요구하는 이른바 ‘갑질’ 입주민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비원들이 휴게시간 예외 없이 입주민들의 대리주차를 빈번히 해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던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도 대리주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와 B씨는 “대리주차는 이제 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전에 다수 입주민들이 경비실에 맡겼던 차열쇠는 다 사라졌냐는 기자의 물음엔 “거의 다 가져가고 일부는 맡겨져 있다”고 말해 여전히 대리주차를 맡기는 입주민이 있음을 추측케 했다.

실제로 같은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C씨는 “법이 바뀌어도 아직 이곳에서는 대리주차를 하고 있다”며 “법에서 하지 못하도록 해도 입주민들이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 주차공간이 부족해 차를 빼고 넣기 힘든 상황에서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에게 차열쇠를 맡기고 알아서 차를 빼고 넣게 한다면 경비원들로서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씨는 “같은 임금을 받고 다른 곳에서는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대리주차까지 해야 하니 불만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경비원 등 근로자 부당지시 대한
구체적 대응 절차 규정은 없어

지난해 8월 10일 개정돼 오는 2월 11일 시행 예정인 개정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는 관리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 간섭 배제 등과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구성원 포함) 및 입주자등으로 하여금 관리사무소장에 대해 업무 외 부당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 시 관리소장은 부당 지시 또는 명령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사실 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이에 따라 지자체장은 지체 없이 조사를 마치고 입주자 등에게 필요한 명령 등의 조치를 해야 하며,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제65조의2(경비원 등 근로자의 업무 등)에서는 입주자등,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이 법 또는 관계 법령에 위반되는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는 행위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위의 관리소장 업무 부당 간섭 배제 조항과 같이 위반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절차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간접적으로 같은 법 제93조(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독)와 제102조(과태료) 제2항 제7호 등에 의해 지자체장이 민원 등 제기에 따라 사실조사를 거쳐 입주자 등에게 부당지시를 못하도록 시정명령을 했음에도 이를 어길 시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며, 경비원에게 업무 외 지시를 한 경비업자는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경비업체 관계자는 “소속 경비원들에게 부당지시 관련 교육을 하고 있고 관리소장들도 요즘에는 법을 잘 알아서 조심하는 편이지만 사실상 경비원들에 대한 지시·명령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입주민들이 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잘 해결되기 힘들다”며 “단, 업무 외 지시 시 고용노동부에서 경비원들에 대한 감시·단속직 승인을 제외하게 될 수 도 있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감단직 승인 제외 시 초과근무수당·휴일근무수당 등 지급에 따른 비용적 부담을 우려해 조심하게 되는 부분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편 이번에 경비원 업무범위에 재활용 분리수거가 들어가면서 재활용 분리수거 수당을 받던 경비원들에게 더이상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아파트도 생겨나 이에 대한 우려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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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실. <서지영 기자>

“근로자 실질적 보호 어려워···
입대의 ‘사용자’ 책임 규정 필요”

법무법인 산하의 아파트팀 팀장인 김지혜 변호사는 “공동주택 경비원에 대한 법 규정을 살펴볼 때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부당지시 금지, 이를 목적으로 한 해고·징계 등 불이익 조치 요구 금지 규정은 모두 위반 시의 처벌 등에 관한 규정은 없는 바, 결과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부당지시의 근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의견을 전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공동주택 근로자들의 실질적 사용자인 입주자대표회의나 입주민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위탁관리 시)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항의하기 어렵고 아파트 근로자들에 대한 입주민들의 부당 지시를 근로기준법에 의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2021년 10월 14일부터 경비원이 입주민을 포함한 제3자에게서 폭언 등을 들을 경우 사용자에게 업무 중단 등을 요구할 수 있습게 됐다”며 “그러나 궁극적으로 경비원의 실질적인 사용자에 해당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용역업체와 함께 모든 노동관계법령상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공동주택관리법 등을 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주)이지집합건물회계컨설팅 백선애 대표는 “관리소장이나 경비원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 경리, 기술직원 등 근로자들도 개인적인 과제 도움, 다량의 문서 인쇄, 세대 내 정수기 물 갈기, 화장실 뚫기 등 입주민들의 무리한 부탁과 강요를 아주 많이 듣고 있지만 해결방법이 없어 그냥 참거나 심할 경우 그만두는 수밖에는 없다”고도 전했다.

이 같은 현장의 어려움과 법 개정 이후에도 변화가 더딘 문제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공동주택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 민원 제기 등을 통해 조사 등 과정을 거칠 수 있다”면서 “관계부처인 고용노동부, 경찰청, 지자체와 함께 계속해서 인식 개선을 위한 계도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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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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