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신문과 놀자!/김변호사의 쉬운 법이야기]도깨비 신부와 미성년 후견제도
조회수 750 등록일 2017-01-18
내용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 동아일보DB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가 빚어내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요즘 도깨비 열풍이 한창입니다. 도깨비는 신의 계시대로 결국 심장에 꽂힌 불의 검을 스스로 뽑아 악을 처단하고는 무(無)로 사라졌지요. 타닥타닥 불꽃으로 사라지던 도깨비 모습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도깨비라는 드라마와 법이 만나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오늘은 미성년 후견제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도깨비 신부가 자신을 소개할 때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여”라고 말합니다. 조실부모(早失父母)란 어릴 때 부모를 잃었다는 것이고, 사고무탁(四顧無託)이란 사방을 돌아봐도 의탁할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도깨비 신부 지은탁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달리 의지할 곳 없이 자랐다는 것이지요. 

 사람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됩니다(민법 제3조). 이를 법적으로 ‘권리능력’이라고 합니다. 미성년자에게도 권리능력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권리능력이 인정된다고 해서 어른처럼 그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성년자는 권리능력은 있지만 혼자서 완전하고도 유효하게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 즉 ‘행위능력’이 제한됩니다. 미성년자가 계약과 같은 법률행위를 하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만일 동의 없이 법률행위를 했다면 그 행위는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민법 제5조). 미성년자의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이유는 어린아이, 즉 미성년자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적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일단 체결된 계약을 무위로 돌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계약금을 건 경우 계약금을 준 쪽은 이를 포기하고, 받은 쪽은 2배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는 사기, 공갈 등의 이유로 취소하거나 공서양속(公序良俗·공공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반한다는 등의 일정한 무효사유가 있을 때에나 계약은 무위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미성년자가 체결한 계약은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취소가 가능하고, 취소된 계약은 계약 이전의 상태로 원상회복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친권자, 즉 미성년자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를 법정대리인으로 삼습니다(민법 제911조). 만일 부모가 모두 사망해 친권자가 없으면 친권자의 유언에 따른 지정(민법 제931조 제1항) 또는 가정법원의 후견인 선임에 따라 미성년 후견제도가 개시됩니다(민법 제932조 제2항). 또한 가정법원이 후견을 받게 되는 미성년자(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해 후견인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직권 또는 피후견인, 친족, 후견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장의 청구에 의하여 후견인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940조). 

 후견인 변경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었다면 우리의 도깨비 신부는 도깨비를 만나기 전이라도 법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일찍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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