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관리주체에게는 계륵, 조경관리
조회수 1,077 등록일 2019-01-23
내용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철 따라 피어대는 울긋불긋한 꽃 화단 사이로 끝이 보이지 않게 조성된 산책로. 중간 중간 설치된 야외 테이블과 파라솔, 그 위를 병풍처럼 늘어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조경수. 계절별 향기를 머금고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 누구나 꿈꾸는 아파트의 녹색전경이다.
사업주체는 높아진 소비자들의 안목에 맞추기 위해 수목 및 조경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고, 잘 관리된 조경의 가치가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추세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냉혹하게 다르다. 특화식재니 아열대성 수종이니 하면서 다양하게 식재된 조경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점점 어렵고 복잡해지고 있다. 기후이상이나 이변에 따른 병충해도 창궐한다. 근래에 입주자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수목을 벌채했다는 이유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관리사무소장이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단지 내 수목이 태풍으로 쓰러져 주차된 차량을 파손시킨 사안에서 입대의가 수리비용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여러 차례 있어 왔다. 아파트 감사를 진행하다 보면 수목 전지, 전정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했다며 입대의와 관리주체를 처벌해달라는 민원도 부지기수다. 이쯤되면 아파트 조경은 관리주체와 입대의에게 계륵과도 같다.
아파트에서 실내소독과 방역을 실시할 때 수목의 병해충 방제를 포함시기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에서는 소독 의무대상 시설을 규정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령상 공동주택의 수목은 소독의 대상이 아니므로 소독용역업체에서 수목 병해충 방제를 실시할 수 없다고 한다. 산림청은 산림이 아닌 지역의 수목도 산림보호법의 관리대상이므로 산림 관련 법령의 적용을 받는다면서 공동주택 수목의 병충해 방제는 나무병원이나 산림조합 또는 산림조합 중앙회에 위탁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예기치 않은 유권해석에 관리현장은 주변 상황을 살피기 바빴고, 대안을 찾느라 분주했다. 추가비용의 발생을 우려해 음성적으로 기존 소독용역업체를 통해 수목방제를 의뢰하는 경우도 많고, 아예 시비를 없애고자 업체로부터 장비를 빌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방제에 나서기도 한다. 어느 것이나 농약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국민안전의 위협을 막고, 정확한 수목진단에 따른 진료를 도모하려는 산림보호법령에 위반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나무병원이나 산림조합에 수목방제를 위탁할 경우 관리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자체 산림연구소나 산림관리부서, 산림청 등에서 공동주택 수목 및 녹지에 대한 병해충 진단 무료서비스나 방제교육을 한시적·비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수목관리 전문가와 주택관리사들이 협동조합 형태의 나무병원을 설립해 자조적인 수목방재업무에 나서는 경우도 있으나 활성화에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해 보인다. 산림청은 나무의사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청년 중심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동주택 수목의 전문적 관리를 도모한다는 취지의 산림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는데, 이렇게 배출된 나무의사들도 수목방제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나무병원에 등록돼야 하므로 그 효과는 미지수다.
수목관리대장을 작성·관리하고 수목이름표와 번호표를 부착하고, 연간 조경관리계획을 수립해 수목의 특성에 따른 계절별 전지·전정작업을 실시하며, 퇴비와 영양제를 적정한 시기에 제공하고, 복토 및 피복작업 등을 수행하는 등 모범적으로 조경관리를 해나가는 아파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관리주체, 부녀회, 노인회 등이 중심이 되고, 입주자들의 참여를 높여가다 보면 우리 아파트 조경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경이 달라지면서 우리 삶의 공간과 환경이 쾌적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면 수목방제에 소요되는 비용쯤이야 기꺼이 감수할 수 있으리라.  

 

 

 

오민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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