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녀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며
조회수 1,155 등록일 2021-10-28
내용

    김미란 산하 부대표 변호사의 고 이경숙 소장 1주기 추도사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우리 로펌은 피해자 고 이경숙 소장님을 대리했고 나는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보며 작으나마 힘을 보탰다. 피해자는 범죄 사건을 다루는 재판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마땅한데도 형사 절차에서는 사건의 객체로 처리되곤 한다. 안타깝지만 피해자에게는 법정에서 어엿한 자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피해자 측 변호사도 비슷한 처지다. 사건기록을 온전하게 조속히 받아보는 것, 공판에서 진술의 기회를 얻는 것, 의견을 개진하는 것, 어느 것 하나 당연히 주어지지 않았다. 피고인은 자신의 입으로도, 변호인의 입을 통해서도 ‘억울하다’며 변명하는데 정작 목숨을 빼앗긴 피해자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하소연할 수조차 없다.
2021년 9월 16일 대법원은 살인을 저지른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자는 2020년 10월 28일 오전 9시 58분경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살해한 죄로 기소됐고 1심은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그자는 형벌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가볍다는 이유로 모두 항소했다. 2심 법원은 3년을 더해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이것이 대법원에서도 인정된 것이다. 1년 남짓 이어진 형사재판 끝에 이경숙 소장님의 생명을 무참히 앗아간 그 자는 마침내 징역 20년의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우리는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를 더 우렁차고 더 당차게 전달해야겠다고 강하게 마음먹었다. 그냥 지켜봐서는 주어지지 않는 것들을 강력히 독촉해 받아냈다. 우리는 혹여 그자의 범죄가 흐려지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여러 차례 서면을 통해 계획적 살인임을, 피해자에게 어떠한 잘못도 없음을 알렸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법정에서 말로만 하면 흩어져 사라지니 서면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늘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1심이 선고한 징역 17년이 무겁다며 항소하는 피고인을 바라보는 유족의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무거워지는 예는 많지 않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더 늘린 것을 보며 유족들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는 현실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그자의 목숨을 빼앗는다고 해도 시원할 리 없다. 그녀가 생사의 기로에서 느꼈을 끔찍한 고통도, 연로한 어머님과 형제자매가 느꼈을 분노와 슬픔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녀를 끝내 보호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살인마의 위협을 받으며 위험을 직감했을 것이다. 비극을 미리 막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가 미리 막았어야 했다. 고 이경숙 소장님이 생전에 보냈던 숱한 신호들을 우리가 놓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녀를 보호할 안전망이 마련돼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지 않을까.

이제는 이 물음에 구체적으로 답할 때다. 제2의 이경숙 소장님이 나오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과 대책 마련에 다시 한번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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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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