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부당제명행위를 이유로 조합장에 손해배상 청구 가능 여부
조회수 994 등록일 2021-10-25
내용

           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 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1. 사실관계

원고는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들이고, 피고는 조합의 조합장이다.

피고를 해임한 제1차 해임총회의 효력과 관련한 가처분 사건 진행 도중 원고들은 발의자 공동대표로 2017. 8. 15. 피고 및 조합 임원들을 해임하는 안건으로 제2차 해임총회를 개최하였고, 회의록에 따르면 해임 안건이 가결되었다.

위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제1차, 제2차 해임총회가 의사정족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해임결의가 유효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다.

피고의 소집으로 개최된 2017. 9. 23. 임시총회에서 원고들을 조합원에서 제명하는 안건이 상정되어 가결되었다.

이에 원고들이 제명결의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제명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제명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조합장으로서 제명사유가 없음을 잘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소명기회도 주지 아니한 체 제명하였고,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남발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이 두 차례 피고에 대한 해임총회 개최를 진행하며 불법행위를 저질러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고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제명사유가 존재하고, 제명결의는 이사회, 대의원회 결의에 따라 소집된 임시총회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피고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3. 법원의 판단

조합원에 대한 제명 등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제명 등의 불이익 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제명사유 등으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제명 등의 불이익처분을 하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처럼 제명 등의 불이익처분에 대한 고의·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된다.

이 사건의 경우 조합장의 지위, 제명사유 대부분이 조합장인 피고에 관한 사유인 점, 피고가 직접 원고들에 대하여 형사고소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명결의는 피고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제명결의는 대의원회의와 임시총회의 결의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제명결의무효확인 판결 및 형사고소 처분결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들에 대한 제명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나, 피고가 주장하는 일부 사실관계들이 인정되고 제명의 경우 징계사유 존재 여부에 관한 증명은 엄격해야 한다는 법리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제명 등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조합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명목상의 제명사유를 내세워 제명을 하였다거나, 제명사유 등으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제명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합 정관에 따르면 소명자료 제출, 청문절차 진행, 총회 자료집에 소명자료 수록, 총회 당일에도 소명기회 부여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제명이라는 처분이 가지는 엄중한 효과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소명기회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에 따라 정당하고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제명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들에 대한 고소 내지 고발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에 대하여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고소 또는 고발이 권리의 남용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4. 결어

판결은 제명사유로 기재된 것들이 대부분 조합장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사유였던 것으로 보이고, 조합장이 수차례에 걸쳐 유사한 내용으로 원고들에 대한 형사고소를 한 점 등을 이유로 설사 대의원회, 임시총회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조합장인 피고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약 제명사유가 조합장 개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조합의 정비사업 업무 방해 자체에 대한 것이고 조합장 개인이 제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였다는 사정이 없는 상황에서 대의원회, 임시총회를 거쳤다면 조합장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명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제명이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제명사유가 전혀 없음에도 오로지 조합에서 몰아내려는 의도가 있는 등 매우 엄격히 따져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는 바, 현실적으로 제명사유가 전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제명사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다만, 판결은 조합 정관에 따른 소명절차를 충분히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제명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제명사유 불인정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였으나, 정관에 따른 제명절차를 적법히 거치지 아니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를 쉽게 인정하는 듯 하여 다소 불균형적으로 불법행위 성립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사안의 경우 소명기회를 통보하고 원고들의 소명자료가 조합원들에게 발송되는 등 나름의 절차를 거쳤음에도 소명할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보았다.

위 판결에 다소 비판할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판결에 따른다면 제명결의로 조합장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조합장이 제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는 사정이 없어야 할 것이며, 특히 소명기회를 충실히 부여하는 등 실질적으로 제명 절차를 엄격히 지켜야 할 것이다.

문의) 02-537-3322

출처 : 주거환경신문(http://www.rcnews.co.kr)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