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주차장 미끄러짐 사고 “입대의 책임 아니다”
조회수 1,096 등록일 2021-09-29
내용
<관련기사 제1232호 2021년 9월 1일자 게재>

1. 사건의 경위

가. A사는 D차량(이하 ‘원고 차량’이라 약칭)의 자동차 보험사다. 원고 차량은 본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행하다가 미끄러지면서 전방 주차 공간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하 ‘피해 차량’이라 약칭)의 뒷범퍼 부분을 충격했다(이하 ‘본건 사고’라 약칭). 위 사고로 A사는 피해 차량의 수리비 등 피해에 대해 약 7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나. A사는 본건 사고가 E차량(이하 ‘피고 차량’이라 약칭)에서 흘러나온 냉각수 또는 오일로 인해 지하주차장이 미끄러워진 탓에 원고 차량이 제동력을 상실하고 미끄러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A사는 피고 차량의 보험사인 B사와 지하주차장 바닥 상태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했다.

다. 이에 대해 1, 2심 법원은 공히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들의 손을 들어 줬다. 

2. 법원의 판단 

가. 피고 차량의 보험사인 B사의 책임 부정

법원은 본건 사고 당시 지하주차장에 흘러내린 냉각수 또는 오일이 피고 차량으로부터 흘러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특히 원고인 A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당시 지하주차장 바닥이 정상적인 속도와 방법으로 주행하는 차량이 제동력을 상실할 정도로 미끄러웠는지조차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피고 차량이 본건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상태이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손해배상책임 부정

원고인 A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본건 사고 당시 위 아파트 주차장 바닥이 정상적인 속도와 방법으로 주행하는 차량이 제동력을 상실할 정도로 미끄러웠는지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가사 주차장 바닥이 외부 이물질로 인해 오염됐다 하더라도 아파트 관리자가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 이물질을 즉시 제거하지 않은 것이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입주자대표회의의 위임을 받은 경비원들이 매일 수차례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면서 주차장 상태를 점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본건 사고 발생 이전의 정기순찰에서 지하주차장 바닥의 이물질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거나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 결국 입주자대표회의가 본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음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판례평석

아파트는 워낙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보니 곳곳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라고 있다. 최고의 방책은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일어나게 마련이다. 각종 시설물로 인한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하절기마다 돌아오는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동절기 빙판길 낙상사고,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 등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그 빈도나 양태,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최근에도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차돼 있던 수많은 고가 차량과 각종 시설물 소손 피해가 보도된 바 있다. 자칫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뉴스들이 그리 낯설지 않다.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므로 일단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험사고 처리를 통해 지급받은 보험금으로 해결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보험처리로 피해 구제는 끝나지만 사고 발생 원인과 손해 확대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 책임을 묻는 절차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인지 구명해 구상청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고인 경우 공작물 책임이나 관리 책임 등을 이유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자주 구상책임을 추궁당한다. 이 사건 역시 지하주차장에서 미끄러져 주차된 차량을 충격한 사고로 보험처리를 하게 된 보험사가 위 사고의 원인을 피고 차량에서 흘러나온 냉각수 또는 오일로 인해 바닥이 미끄러워진 탓으로 보고 구상한 것이다. 그런데 보험사의 구상 청구가 인정되려면 일단 주차장 바닥이 정상적인 속도와 방법으로 주행하는 차량의 제동력을 상실할 정도로 미끄러웠어야 하고, 그렇게 된 원인이 피고 차량으로부터 흘러내린 냉각수 내지 오일 때문이어야 하며 이를 미처 제거하지 못한 것이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 부실 때문이라는 점이 모두 입증돼야 한다. 법원은 이 모든 부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법적 판단은 증거를 기반으로 한 사실인정을 토대로 한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사건은 본건 사고의 원인이 피고 차량 때문이라거나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 부실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는 이 판결의 결론만 보고 환영할지 모르지만 이는 지극히 원칙적인 판결일 뿐이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를 다해 관리한다면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부당하게 책임질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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