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장충금 집행 후 회식비 되받은 회장 ‘배임 아니다’
조회수 971 등록일 2021-08-26
내용
전지작업에 쓴 200만원 작업 완성 대가로 지급한 것
20만원 돌려받았어도 “장충금 미집행금액 아냐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과 관련해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인정받았다. 

경북 김천시에 소재한 모 아파트에서는 단지 내 나무 전지작업을 완료한 외부 인력에게 장충금에서 지출하기로 의결한 200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회장 A씨가 ‘일을 소개해준 입대의 임원들과 회식이라도 해야 한다’며 20만원을 돌려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A씨는 장충금 사용 후 미집행 금액으로 인해 잡수입이 생길 경우 장충금으로 적립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공소사실에 의하면 입대의가 2018년 3월경 장충금 200만원을 전지작업에 사용하기로 의결했고, 일당 20만원으로 5일간 작업한 B씨에겐 100만원, C씨에겐 80만원만 지급한 다음 나머지 20만원은 장충금으로 적립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것. 

이에 따르면 회장 A씨는 B씨에게 “C씨도 5일간 작업한 것으로 처리할 테니 나중에 20만원을 돌려달라”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A씨는 다시 B씨에게 “D씨 명의 계좌로 100만원을 지급할테니 D씨에게 100만원을 받아 80만원을 C씨에게 주고, 나에게 20만원을 달라”고 말했고, 이를 승낙한 B씨로부터 20만원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은 지난해 6월 이 같은 공소사실을 기각,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입대의는 전지작업 완성에 대한 대가로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며 A씨가 돌려받은 20만원은 입주자들에게 귀속돼야 하는 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과정에서 작업자 B씨와 관리사무소장의 진술은 엇갈렸다. B씨는 일당으로 20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으나, 관리사무소장은 작업이 끝나면 책정된 작업비를 지급하면 되고 작업일수와 인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다. 

법원은 일당제로 계약을 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없고, B씨가 작업일수를 보고했다는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며 소장의 진술에 더 무게를 뒀다. 

이에 따라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입주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거나,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업무상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사 측은 항소를 통해 “20만원은 장충금 집행금액 중 미집행금액으로, 집행금액과 지출금액의 차이로 인해 잡수입이 생긴 것”이라며 “공동주택관리법 취지 및 장충금 성격을 고려하면 A씨에게 미집행금액을 장충금으로 적립할 의무가 있음에도 20만원을 취득했으므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도 1심과 판단을 같이했다. 

2심 대구지법 형사4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는 최근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
국토부 “장충금으로 전지작업 부적절”
"

항소심 재판부는 “이 아파트 관리규약 등에 따르면 장충금 집행금액과 지출금액에 차이가 있는 경우 미집행금액은 ‘그 밖에 입주자가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으로 봐 장충금으로 적립할 의무가 있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전제했다.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중계기 설치에서 발생한 잡수입, 어린이집 운영에 따른 임대료 등 잡수입, 그 밖에 입주자가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은 장충금으로 적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전지작업에 대한 대가로 결의된 200만원은 작업자의 수나 작업일수와 무관하게 작업 전체에 대한 대가로 결정된 금액이며, 관리사무소에서 작업자 등에게 각 100만원씩 송금함으로써 전액 집행됐고, A씨가 B씨에게 작업일수 등의 이유를 대며 20만원을 돌려받았더라도 미집행금액 즉, ‘그 밖에 입주자가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가 B씨로부터 20만원을 받은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있어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입주자들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의 쟁점사항은 아니지만 전지작업 비용을 장충금에서 지출한 것을 두고 그 적법성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전지작업을 관리사무소에서 해왔으나 관리사무소장 등이 작업 중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긴급히 입대의 임시회의를 열어 외부에 전지작업을 맡기고, 그 비용을 장충금에서 지출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그동안 국토교통부는 “장충금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요시설의 교체 및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소유자로부터 징수해 적립하는 것”이라며 “조경시설물이 아닌 수목 전지작업을 장기수선계획에 포함해 장충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 부대표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업무상배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실관계여서 무죄가 나온 것”이라면서 “다만 국토부 유권해석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장충금 집행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게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지작업 비용을 장충금에서 지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으니 여전히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