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폭우에 침수” 손해배상 청구 입대의 결의 없어 ‘각하’
조회수 962 등록일 2021-07-26
내용

<관련기사 제1224호 2021년 6월 30일자 게재>


1. 사건의 경위


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관리업자인 B사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 위 계약에 따르면 관리주체인 B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A아파트를 관리하도록 돼 있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건물이나 시설물에 손해를 끼쳤을 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돼 있다. 다만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서는 면책되며 다른 주택관리업자 1인의 연대보증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음에 따라 D사의 연대보증서가 제출됐다(이하 ‘본건 관리계약’).


나. B사는 위 계약에 따라 2016년 1월 1일부터 A아파트를 관리하기 시작했고 C가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했는데 2017년 9월 11일 07:00경부터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 빗물이 대량으로 유입됐고, 07:38경 차수문이 가동됐으나 수압 때문에 차수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지하주차장 일부와 승강기 등 시설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이하 ‘본건 사고’).


다. 이에 A아파트 입대의는 관리주체인 B사와 관리사무소장 C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차수문 등 시설을 유지·보수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했다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사를 상대로는 위·수탁관리계약 위반, 관리사무소장 C를 상대로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위반, D사를 상대로는 연대보증을 각 근거로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아래와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2. 법원의 판단 


가. 입대의 의결 없이 제기된 소의 부적법성


  입대의의 법적 성질은 비법인 사단으로서 소를 제기할 때는 결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결의 없이 제기된 소송은 소송요건이 흠결된 부적법한 소로서 각하한다. 


나. 관리주체인 B사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다만 손익상계에 따라 기각


  B사는 본건 관리계약에 따라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의 사태에 대비해 시간당 강우량과 현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가며 사전에 차수문을 작동하는 등 침수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 사안의 경우 A아파트는 지대가 낮아 과거에도 수차례 침수피해가 있었고, A아파트 수해방지 행동지침이나 장마철 침수대비 대응시스템 방안 등에 따르더라도 차수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모래주머니 등으로 빗물 유입을 최대한 막을 의무가 있었다. 본건 사고는 위와 같은 의무를 게을리해 차수문을 적시보다 늦게 닫아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B사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본건 사고 당시 기상청이 예보한 것보다 현저히 많은 비가 내렸고, 펌프장 고장 등 다른 요인도 있었던 점, B사가 평소 수해 대비 관리를 해온 것으로 보이며 차수문 주변에서 침수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업무미숙 내지 판단 착오로 사고가 유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손해배상책임은 15%로 제한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손해가 생김과 동시에 이익이 생긴 때는 공평의 원칙상 그 이익은 손해 산정 시 공제해야 하는데, A아파트 입대의는 이미 본건 사고로 4억원 이상의 공제금을 수령했다. 따라서 A아파트 입대의는 손익상계 시 B사로부터 지급받을 손해액은 없고, 연대보증을 선 D사에 대한 청구 역시 이유 없다. 

 

다. 관리사무소장 C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기각 

 

  공동주택관리법 제66조 제1항에 따라 관리사무소장은 고의 또는 과실로 입주자 등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있을 뿐이므로 입대의는 위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또한 C는 본건 관리계약의 당사자도 아니므로 A아파트 입대의의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

 

3. 판례평석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소는 그대로 각하되므로 원칙적으로는 본안 판단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다만 법원은 입대의의 결의 요건은 추후에도 보완할 수 있는 소송요건이므로 예비적 본안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나 집중 호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안전사고는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을 때 심각한 손해가 발생하므로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문제 된다. 공동주택의 시설 및 안전 관리를 맡고 있는 관리주체는 물론이고 실제 업무집행을 담당하는 관리사무소장도 빠지지 않고 책임소재가 문제된다. 사안에서는 소를 각하한다는 주문을 내면서도 예비적으로 본안 판단을 했는데, 그 판단 역시 원고 청구 기각으로서 결과면에서는 동일하게 원고 패소 판결이다. 그러나 관리주체인 B사의 손해배상책임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즉, 책임제한비율은 15%에 불과하나 B사의 손해배상책임 자체는 인정했고, 다만 A아파트가 이미 본건 사고와 관련해 상당한 공제금을 수령했으므로 이를 손익상계하면 B사가 추가로 배상할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더 이상 태풍이나 집중 폭우를 관리주체의 책임이 쉽게 면제되는 자연재해로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기후상 이미 일상적인 수준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대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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