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폭력 행사 입주민을 ‘찰칵’…초상권 침해?
조회수 725 등록일 2021-07-08
내용

<관련기사 제1222호 2021년 6월 16일자 게재>


 


1. 사건의 경위


가. A는 본건 아파트 입주민, B는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C는 부녀회장, D는 입주민이다. A가 관리사무소에 신고하지 않은 채 아파트가 시행하려는 공사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다가 이를 막는 D와 말다툼을 하게 됐고, C는 그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B를 비롯해 동대표들과 관리사무소장에게 전송했다(이하 ‘현수막 게시 행위 촬영’이라 약칭). 


나. A와 C는 본건 아파트 같은 동 위·아랫집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층간소음 문제로 C는 A를 찾아가 항의하게 됐다. 당시 A는 C가 동영상을 촬영하자 그의 휴대폰을 내리쳐 바닥에 떨어뜨리고, 욕설을 하며 팔을 쳐내고 손을 비틀어 폭행했다(이하 ‘폭행 행위 촬영’이라 약칭). C는 이 일로 2주간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염좌상 등을 입었고, A는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다. A는 현수막 게시 행위 및 폭행 행위를 촬영하고 이를 전송한 행위들은 자신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B에 대해서는 300만원, C에 대해서는 500만원, D에 대해서는 1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라. 이에 대해 법원은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해 피고들의 손을 들어 줬다.


 


2. 법원의 판단 


가.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 관련 법리


사람은 누구나 얼굴이나 사회통념상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이는 헌법적으로도 보장된 권리이며(헌법 제10조 제1문)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함께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도 가진다. 따라서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와 같은 침해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이었다는 사유만으로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익 충돌 시 구체적 사안마다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해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침해행위 영역에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고려되며 피해이익의 영역에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피해의 정도와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이 문제된다. 따라서 증거 수집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반대로 증거 수집과 보전이 필요한 모든 경우에 일률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증거수집 목적 외에 필요성, 긴급성,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이때 침해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함은 물론이다. 


나. 초상권 침해 


사안에서 C가 A를 촬영한 두 행위 모두 그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 위법성 조각


현수막 게시 행위 촬영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법령상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무단으로 현수막을 게시했다는 점, 현수막 게시는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고 공적 논의의 장에 나선 이상 사진 촬영이나 공표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동영상 전송 대상이 제한적이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촬영행위 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보충성과 상당성 등을 참작할 때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폭행 행위 촬영 역시 층간 소음 문제로 감정이 격해져 욕설과 폭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던 상황이며 형사절차 관련 증거 수집 및 보전 등을 위해 촬영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형사절차상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3. 판례평석


이 판결은 초상권을 헌법적 권리로 확인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침해하는 행위가 모두 위법한 것은 아니며 초상권 침해행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특히 고도로 발달된 현대의 정보화 사회에서 초상권을 비롯해 사생활의 비밀·자유라는 법익이 얼마나 쉽게 침해될 수 있는지, 우리 사회가 그런 침해를 얼마나 심각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초상권을 침해당했다고 수백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원고는 상대방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도 자행한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폭행 가해자가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그가 저지른 범죄와는 별개로 그의 초상이 함부로 촬영된 것은 엄연히 초상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초상권이 고도로 보장돼야 할 헌법적 가치라 하더라도 이를 침해한 행위가 늘 위법한 것은 아니다. 초상권과 상충되는 법익의 중대성이나 침해행위의 필요성, 긴급성, 침해 방법의 상당성 등을 고려해 위법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초상권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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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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