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단독] 女환자 민감부위 평가하고 부적절 발언한 의사 [국민요구, 수술실CCTV]
조회수 1,469 등록일 2021-06-30
내용

건강검진 자궁경부암 검사 과정에서 의사가 환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산부인과 의사가 간호사 제지에도 검사대 착석 전 진료실에 들어오고, 환자의 민감한 신체부위 생김을 평가하며, “크기가 큰 기구를 삽입하면 되겠다”는 등의 발언을 지속해 환자에게 수치심을 줬다는 것이다.


병원은 사태가 심각하단 점을 인정하고 문제 의사를 환자와 대면하는 업무에서 배제했다. 다만 경찰 수사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해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비상식적인 의료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국회서 계류 중인 환자보호3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산부인과 검진서 희롱성 발언··· 형사고소 

 

28일 의료계와 경찰에 따르면 부산진경찰서가 이달 해바라기센터로부터 지역 유력 종합병원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에 있다.

사건은 지난달 26일 남편과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은 A씨가 피해를 호소하며 불거졌다. 피해자 A씨 측에 따르면 A씨가 검사를 위해 진료실로 들어가 간호사 지시 아래 막 옷을 갈아입었을 때 의사 B씨가 진료실 내 설치된 커튼 내부로 들어왔다. 이에 간호사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B씨는 “다 보아야지 정확한 검사를 할 수 있다”며 “들어가도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고 A씨 측은 주장했다.

 

 

A씨는 “의사가 조금 더 일찍 들어왔다면 탈의를 하거나 탈의 후 옷매무새를 정돈하지도 못 한 채 의사와 마주칠 수 있었다”며 “수치심도 느껴지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강조했다.

B씨는 간호사가 재차 “준비가 안 되었다”고 말한 뒤에야 커튼 밖으로 나갔다.

이후 검사대 착석 후 검진이 시작되자 B씨는 A씨의 민감한 신체부위의 크기와 발달상태 등을 언급했다. A씨의 표정을 본 간호사가 “환자가 불쾌해한다”고 전했으나 B씨는 “진지하게 검진 중”이라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자궁에 삽입할 검진기구를 고르며 A씨가 들을 수 있도록 “크기가 큰 기구를 삽입하면 되겠다”고 말했고 기구를 삽입하면서는 “아프냐”고 수차례 묻기도 했다. B씨는 검사가 끝나고 나가는 A씨를 불러세워 “검진은 괜찮았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지난 10여년 간 수차례 같은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 A씨는 이 같은 의사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기구를 이용한 추행이란 생각에 수면내시경 검사를 막 끝낸 남편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놨다. A씨 부부는 병원에 정식으로 항의하는 한편 해바라기센터 상담을 거쳐 B씨를 고소했다.

B씨는 이 병원 소속으로 수련을 받고 있는 인턴 의사로 알려졌으며, 현재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조치를 받은 상태다.

 

 

형사처벌 앞서 징계 있어야··· 비판 이어져 

 

병원은 경찰 수사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일어난 일이 간단치 않아 수련위원회를 열어서 징계에 해당하는 감봉조치를 하고 일체 환자를 보는 업무에서 제외했다”며 “경찰에 고소가 돼 있으니 결과가 나오면 징계위를 열어서 중징계 같은 부분은 그때 행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진 중 이뤄진 B씨의 발언이 부적절한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당연하다”라며 “사실을 다툴 게 아니니만큼 경찰 수사가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A씨와 A씨의 남편 역시 “한 달이 다 되도록 병원의 공식적인 사과가 전혀 없고 경찰수사 결과가 나와야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며 “조속히 조치하지 않고 미루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B씨가 실제 처벌을 받을지도 미지수다. B씨가 A씨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A씨 측은 도구를 사용한 추행을 주장하고 있으나 직접 접촉이 없는 추행이 성립할 지는 미지수다.

최지희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는 “진료행위 중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었다면, 업무상위력·위계에 의한 추행죄는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라며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근로관계를 전제로 할 때만 법적인 제재를 받기 때문에 환자가 수치심을 느꼈다 하더라도 의사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직접 접촉 없는 추행, 성립여부 관심 

 

반면 2018년 대법원이 직접적인 신체 접촉 없이 피해자를 겁줘 스스로 음란행위를 하도록 강요한 사건에서 강제추행이 성립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점은 눈길을 끈다. 대법원은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해 성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는 강체추행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본인의 신체가 아닌 도구를 활용해 접촉한 경우에도 성적 자유를 침해하고 수치심을 일으켰다면 추행으로 볼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도구를 사용한 추행이 인정돼 처벌에 이른 사례를 찾기 어려워 이번 사례가 형사처벌될지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

이에 병원의 선제적인 징계와 주무부처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변호사는 “병원 내부의 징계절차와 형사처벌은 별개이기 때문에, 성희롱으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더라도 병원 내부 처벌기준에 따라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의료법에 의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인정되면 해당 의사는 1년 이내의 면허자격정지의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사가 환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성범죄 등 의료범죄가 잇따르며 이를 제지할 방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B씨가 법원에서 유죄판단을 받고 병원에서 중징계를 받는다 해도 의사면허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B씨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병원을 개업할 경우 환자들은 그의 전력을 알지 못한 채 진료를 받게 됐다.

 

 

유사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환자보호3법(수술실CCTV·의료인 면허규제 강화·행정처분 의료기관 이력 공개)은 의료범죄를 방지하고 발생한 경우 의료인 면허를 규제하며 환자가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술실CCTV는 국회 첫 문턱인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에, 다른 두 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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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s://www.fnnews.com/news/2021062810142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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