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입대의, 위수탁계약 함부로 해지할 수 없어” 민법상 ‘언제든 해지’는 임의규정…계약할 때 적용배제 가능
조회수 1,087 등록일 2021-06-22
내용

<관련기사 제1218호 2021년 5월 19일자 게재>


1. 사건의 경위


가. A는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수탁관리계약(이하 ‘본건 계약’이라 약칭)을 체결한 주택관리업자다. 본건 계약에 따르면 당사자는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한 때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고, 민법상 위임에 관한 규정은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나.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통상 위탁관리 수수료에 인사, 노무, 직원교육 훈련 및 업무지원비 명목의 노무관리비가 포함돼 있다고 봐 A가 관리직원 인건비 및 청소용역비를 청구한 것은 인사노무비가 이중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매월 실제 구입하는 청소용품비에 비해 과다한 비용이 청구된 것도 잘못이라고 봤다. 근로자의 날 휴무였음에도 휴일근무수당을 포함해 과다청구된 부분도 확인되자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청소용품비와 근로자의 날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의했고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 A에 해명을 요구했다. A의 대표이사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해 휴일근무수당은 반환하겠다고 했으나 인사노무비와 청소용품비는 종전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했다. 


다. 그러자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계약기간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본건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의하고, A에 이를 통보했다(이하 ‘본건 해지통보’라 약칭). A가 본건 아파트에 청구한 인건비 및 재료비가 과다해 이를 소명하고 부당이익의 환수를 요청했으나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라. 이에 A는 위탁관리수수료에 노무관리비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이를 이중으로 지급받은 바 없고, 청소용품비는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것이므로 채무를 불이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본건 해지통보는 위법하므로 이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2. 법원의 판단 


가. A의 채무불이행 여부


A가 청구하는 관리직원 인건비와 청소용품비는 본건 계약 제7조에 따른 관리비에 해당하며, 위 규정에 따라 정해진 인사노무비와 청소비를 청구한 것을 두고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찰가산출내역서상 인사, 노무, 교육, 훈련 업무지원비 항목에 1원이 기재된 점을 들어 위탁수수료에 인사노무비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A가 매월 청구한 관리직원 인건비와 청소비 중 복리후생비란에 기재된 인사노무비와 같은 성격의 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본건 계약에 따라 정해진 관리비를 지급하는 것이므로 실제 청소용품비로 지출한 비용만 아파트에 청구할 수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 따라서 인사노무비 이중 청구나 청소용품비 과다 청구로 보기 어려운 바, 적법한 해지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민법 제689조의 제1항에 의한 해지의 적법 여부


  입주자대표회의와 주택관리업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위임에 해당하고,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언제든 이를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볼 수 없고, 본건 계약에서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민법 689조 제1항에 따른 해지라는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본건 해지통보는 위법한 계약의 해지이므로 A는 잔여 계약 기간 동안 받지 못하게 된 위탁수수료와 중복 청구된 인사노무비라는 명목으로 부당 공제된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3. 판례평석


 아파트 관리현장에서 빈번하게 생기는 위·수탁관리계약의 해지, 그로 인한 분쟁은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적법한 해지 사유 없이 함부로 해지할 수 없다고 말이다. 한동안 위·수탁관리계약의 법적 성질이 위임이라는 이유로 당사자는 얼마든지 이를 해지할 자유가 있다는 논리가 계약의 부당해지를 다투기 힘들게 했었다. 위임의 해지 자유 규정인 민법 제689조 제1항은 마치 전가의 보도와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위·수탁관리계약의 구속력에서 참으로 자유로웠다. 주택관리업자의 채무불이행을 주장하며 계약을 해지하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주택관리업자의 채무불이행이 아니었다고 밝혀져도 민법상 위임해지 자유 규정에 따라 해지하면 되니 말이다. 그러나 위임계약 해지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689조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 규정에 불과하다. 당사자가 얼마든지 배제하고 변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본건 계약에서는 민법상 위임 규정의 적용 자체를 배제했고, 구체적 해지 사유도 열거하고 있다. 대법원은 임의 규정인 민법 제689조를 당사자의 약정에 의해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위임계약의 해지 자유에 대해 경종을 울린 바 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다 53265 판결 참조). 이 판결은 아파트 위·수탁관리계약 역시 법적 성질이 위임이라 해도 당사자의 약정에 따라 얼마든지 임의해지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면에서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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