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입주자대표회의 의결과 입주자 권리의 조화
조회수 1,044 등록일 2016-10-26
내용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공동주택관리법령이 2016년 8월 12일부터 시행됐고, 이에 발맞춘 각 시·도 관리규약 준칙의 개정이 한창이다. 공동주택관리법령과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과 입주자들의 의견을 조화하고자 하는 몇몇 시도가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입대의 의결정족수 부족의 경우 입주자 등 과반수 찬성을 얻도록 하는 것과 일정 수 이상 입주자 등이 입대의 의결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입대의 의결정족수가 미달일 때 입주자 등 과반수 찬성을 얻도록 하는 것부터 본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입법예고 당시 제13조 제1항 단서에서는 “다만 입대의가 그 구성원의 과반수에 미달해 의결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뒀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서조항이 아니라도 정원에 미달한 입대의 또는 관리주체는 법리상 일상적인 관리업무 수행이 가능하고, 입대의 의결사항 전반에 대해 전체 입주자 등 과반수의 찬성을 얻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위와 같은 단서조항을 삭제했다. 그런데 최근 개정된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제30조에서는 ‘입대의가 그 구성원의 과반수에 미달해 의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체 입주자 등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다.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입법예고 시에 삽입했다가 여론수렴 후 폐기한 조항을 버젓이 부활시킨 것이다. 대다수가 출마를 꺼리는 현실에서 총대를 메고 나선 소수 입주자대표들에게 더 큰 짐을 지우는 셈이다.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제34조는 입대의에서 의결한 안건이 관계법령 및 관리규약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감사, 관리주체, 10인 이상의 입주자 등이 입대의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입대의는 지체 없이 재심의를 해야 하며 재심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의결의 효력이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동주택관리법령에는 전혀 없는 내용이다. 관리주체나 일정 수 이상 입주자 등에게 재심의 요청권한을 주는 것은 입대의와 관리주체간의 견제와 균형, 민주주의와 소수자 보호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입대의 구성원이고, 입대의 상정안건에 대한 심의·표결에 참여하는 감사에게 재심의 요청권한을 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더해 소수 입주자 등이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해서 재심의 완료 시까지 입대의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수백에서 수천가구를 대표한 입대의 의결을 겨우 10여 가구의 반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하면 찬성하는 대다수 입주자 등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의결안건이 관계법령 및 관리규약에 위반된다는 판단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지극히 자의적이거나 주관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재심의를 신속히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입대의가 통상 월 1회 정도 개최된다는 점, 관계법령 및 관리규약 위반 여부를 살펴 재심의를 해야 한다는 점, 의결안건이 시급을 다투는 경우도 다반사인 점에서 재심의 요청권한이 악용되면 그로 인한 입주자 등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입주자대표들을 규제와 감시의 대상으로만 상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입주자대표 자리에 어려운 결단을 통해 참여하고 있는 소수 입주자대표들 마저 떠나게 하는 행정을 펴고 있다.
입주자대표는 궂은 동네일을 눈감지 못하고 나서서 떠안는 우리의 이웃이고, 여러모로 어려운 점을 살펴 돕고 격려해야 할 우리의 대표들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민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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