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조합의 사업변경으로 지정호수가 아닌 다른 동·호수 분양받아도 계약파기 가능여부
조회수 1,272 등록일 2021-03-16
내용

 

188f581bbd051fe5c03132b233563bc6_1615879
▶ 이재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1. 서설

피고는 지역주택조합이고 원고들은 피고가 분양하던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 중 원고들이 지정한 동·호수(이하 ‘이 사건 지정호수’)에 관하여 피고 조합과 조합가입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자들이다.

원고들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계약금 및 업무추진비를 지급하였다.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아파트를 1,121세대 규모로 신축할 계획이었으나, 사업부지 중 일부를 확보하지 못하여 1,014세대를 신축하는 것으로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었고, 이에 일부 동이 신축되지 않게 되었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아파트 일부 동이 신축되지 않음에 따라 이 사건 지정호수를 분양받을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는바 피고 조합은 원고들이 지급한 계약금 및 업무추진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계약은 주된 계약인 조합가입계약과 종된 계약인 각 호실에 대한 지정계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사건 계약은 원고들이 조합에 가입함으로써 종료되었고, 피고 조합 규약상 동·호수는 추첨으로 배정하는 것이 원칙으로 피고 조합이 사업 진행 편의를 위하여 원고들과 사이에 임시로 동·호수를 지정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고 사업계획 변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으며, 피고 조합은 향후 사업을 진행하여 원고들에게 이 사건 지정호수를 분양할 의무가 있지 않고, 그 의무가 이행불능되지도 않았다.

4.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은 이 사건 지정호수를 분양받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지정호수를 분양할 의무가 있는데, 원고들에게 이 사건 지정호수를 분양할 수 없게되어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계약금 및 업무추진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판단을 달리하였는데 그 판단 근거는 아래와 같다.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추가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그 진행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2014. 6. 12.선고 2013다75892 판결 참조).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가입계약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러한 권리·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조합가입계약의 불이행으로 보아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9. 11. 14.선고 2018다212467 판결 참조).

원고들이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작성하여 제출한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고 합니다)에는 ‘본인은 (가칭) 화성시 배0동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함에 있어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입주 시 면적과 대지 지분이 다소 차이가 있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제6조), ‘본인은 (가칭) 화성시 배0동 지역주택조합 및 조합업무대행 용역사가 결정 추진한 조합업무에 대하여 추인하며, 향후 사업계획 승인 시 사업계획(설계, 자금계획, 사업규모 등)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제10조)라고 기재되어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앞서 본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변경된 사업계획에 의하더라도 신축되는 이 사건 아파트의 규모가 1,014세대에 이르러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당초 공급받기로 한 이 사건 지정호수 대신 그와 비슷한 위치와 면적의 다른 아파트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같은 정도의 변경은 이 사건 각서에서 예정한 범위 내의 아파트 단지배치 및 사업계획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추진 과정에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 또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등에 일부 차이가 발생하거나 사업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들이 당초 지정한 동·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위반이라거나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을 하면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피고 조합의 원고들에 대한 채무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행불능이 되었고 이 사건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한 원심판단이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의 해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5. 결어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초의 사업계획이 변경되어 조합원들이 사전에 지정한 동·호수를 배정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는 조합가입계약 해제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① 조합가입계약 당시 계약서에 지정한 동·호수가 분양목적물로 기재되어 있던 점, ② 피고는 조합가입계약 체결시 분양면적 뿐만 아니라 분양하는 아파트의 층에 따라서도 다른 분양가격을 정하여 조합원을 모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의 판단이 다소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으나, ①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는 점, ② 원고들이 조합가입계약 체결시 사업계획 변경시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각서를 작성한 점 등을 살펴볼 때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문의) 02-537-3322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