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부녀회장 잡수입 횡령 ‘파기환송’
조회수 1,222 등록일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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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와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특히 재활용품 판매대금 등을 부녀회 총유재산으로 본 이번 판결에 의아하단 반응이다.


‘잡수입 입대의에 귀속’ 원심
“다시 심리하라”는 대법원
  법조계・관리현장 ‘혼란’



대규모 아파트 부녀회장이 재활용품처리비용 등의 잡수입을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1·2심에서는 횡령죄를 인정받았으나 대법원이 이를 뒤집으면서 법조계를 비롯한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부산 모 아파트 전 부녀회장 L씨에 대해 횡령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1997년경부터 2014년 12월경까지 부녀회장이었던 L씨는 관행에 따라 부녀회에서 ‘재활용품처리비용, 세차권리금, 게시판 광고, 바자회 수익’ 등 잡수입금을 관리하면서 부녀회 운영비 등으로 2010년 12월경부터 4년간 총 68회에 걸쳐 입주민들을 위해 보관 중이던 잡수입금 약 7,170만원을 임의로 소비해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부녀회비에서 변호사 비용 등으로 약 880만원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서도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 다만 L씨가 잡수입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하진 않았고, 부녀회비에서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한 돈을 반환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자 L씨는 “부녀회에서 헌옷 판매, 세차업자 수수료, 알뜰장터 등을 통해 조성한 돈은 잡수입을 ‘재활용품 매각 수입, 복리시설 사용료 등 아파트를 관리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으로 새롭게 정의한 구 주택법 시행령(2014. 4. 24.) 시행 전까지는 관리주체가 관리해야 하는 잡수입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개정 이전에 적립된 수익은 부녀회에 귀속돼 자신은 횡령죄의 보관자가 아니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2심도 1심과 판단을 같이했다. 2심 재판부는 “2010년 7월 6일 개정된 구 주택법 시행령에서는 잡수입을 ‘금융기관의 예금이자, 연체료 수입, 부대시설·복리시설의 사용료 등 공동주택 관리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으로 규정하고, 2014년 4월 24일 개정된 시행령에서 잡수입을 ‘재활용품의 매각 수입, 복리시설 사용료 등 공동주택을 관리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이라고 정의해 다소 변경이 있지만, 취지는 공동주택 관리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을 통틀어 ‘잡수입’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2013년 5월경 개정된 관리규약에서도 ‘입주자와 사용자가 함께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으로 재활용품 판매, 알뜰시장 운영, 광고판 게시 등에서 발생한 잡수입을 들고 있다”며 “부녀회가 아파트에서 헌옷 판매, 세차업자 수수료 징수, 알뜰장터, 바자회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은 개정 주택법 시행령의 문언과 무관하게 모두 잡수입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구 주택법 시행령과 2010년 11월 30일자 관리규약에 따르면 입대의는 잡수입을 100분의 2 범위 내에서 예비비로 처리하고 잔액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면서 “부녀회가 그 이전부터 잡수입을 관리·사용했더라도 남은 잡수입은 장충금으로 적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L씨는 잡수입 관리권한을 입대의에 이전하지도 않고, 입대의 의결도 받을 필요조차 없다면서 잡수입 관리권한 및 반환을 거절해 왔다”고 꼬집으면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봤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잡수입은 부녀회 총유재산?… 일반화 경계해야  

아파트 관리규약에 관련 규정  있었다면 결과 달라졌을 것

상고심 재판부는 “구 주택법 시행령에서의 잡수입은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공동주택을 관리하면서 발생한 것으로서 그 수입이 입주자들 전체에 귀속되는 것이어야 하므로, 단지 내 시설의 이용과 운영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입이 일률적으로 구 주택법 시행령과 아파트 관리규약이 정한 잡수입 항목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입주자들 전체에 귀속되는 수입에 한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녀회는 입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품의 처리·판매 업무, 아파트 내 세차업자의 선정 및 계약과 그 관리, 게시판 광고 수주 및 관리, 단지 내 장소를 활용한 장터 또는 바자회를 개최하는 활동으로 인해 취득한 수입을 경로잔치 비용, 실버대학 지원 비용, 장학금 등으로 자체적으로 지출해왔는데 입대의는 이 같은 부녀회의 활동과 재정 운영에 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이를 용인해왔다”고 인정했다. 

또 “부녀회는 최소한 회칙을 제정하고 조직을 갖춰 사회적 활동을 지속한 2005년 11월부터는 입대의와 독립해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게 됐다”며 “부녀회가 구성원인 부녀회원들로부터 징수한 부녀회비는 부녀회원들의 총유재산”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당시 관리규약이 부녀회의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한 수입을 입대의의 수입으로 귀속시키는 내용을 정한 바 없고, 부녀회와 입대의 사이에 그 수입을 입대의에 귀속시키는 내용의 합의를 한 적도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녀회의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한 잡수입금 역시 법률원인인 관리활동의 적법 여부를 떠나 부녀회원들의 총유로 귀속된다”며 “이 같은 부녀회원들의 총유재산인 잡수입금이 구 주택법 시행령이 정한 잡수입으로서 입대의의 소유로 의제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원심이 부녀회비와 잡수입금이 입대의에 그대로 귀속되거나 입주민들 전체의 총유로 귀속된다는 전제에서 L씨가 타인 소유인 부녀회비와 잡수입금을 법령상 정해진 용도 외로 지출했다고 봐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데는 법인 아닌 사단의 성립요건 및 부녀회비와 공동주택 관리로 인한 수입의 소유권 귀속, 나아가 횡령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로써 이 사건은 접수된 지 만 5년이 넘었지만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원심 부산지법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대법원의 이번 판례에 대해 아파트 전문 변호사 등 법조계와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한 잡수입금, 특히 재활용품 판매대금 등에 대해 부녀회의 총유재산으로 본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권형필 변호사  “종전 판례에 반해… 당시 관행 고려한 듯”
김미란 변호사  “아파트 공금은 아니란 뜻… 개인적 사용 안 돼”
한영화 변호사  “앞선 판례들과 배치… 법적 안정성 저해 우려”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본 사안에서 대법원은 부녀회 수익금이 관리규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입주자 전체에 귀속되는 잡수입이 아니라 부녀회 총유재산에 불과하고 이는 타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타인 소유임을 전제로 성립하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잡수입은 공용부분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구분소유자 비율대로 귀속되는 집합건물법 제17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서 잡수입이라는 개념이 아파트 공용부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구분소유자 등에 귀속되는 것인 점에 정면으로 반하는 판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최근 공용부분을 독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에 관해 구분소유자들의 소유임을 전제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7다220744 건물인도 등)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봤다.  

권 변호사는 다만 “대법원이 이런 부득이한 판시를 한 이유는 당시 부녀회 회원들의 비용 지출(실버학교 지원, 경로잔치, 장학금 등)이 범의 없이 관행처럼 사용했던 점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파트 현장에서 대법원에서 언급한 대로 관리규약 등에 잡수입 귀속 등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함으로써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주택법률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미란 변호사(법무법인 산하 부대표)는 “자칫 부녀회장이 아파트 공금을 유용하고도 무죄로 판단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원심의 판단은 아파트 입주민 전체에 귀속되는 아파트의 공금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대법원은 문제 된 돈이 아파트 공금이 아니기 때문에 유죄 판단의 전제부터 틀렸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안의 경우 부녀회장이 횡령했다는 금원의 성격은 부녀회원들의 총유재산일 뿐 입주민 전체에 귀속되는 아파트 공금이 아니라고 봤다”면서 “물론 부녀회의 총유재산 역시 부녀회장의 개인적인 재산이 아니므로 이를 함부로 쓰게 되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었을 것이나 공소사실은 아파트 공금인 잡수입을 관련 법령이나 규약에 규정한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함부로 사용했다는 점이었으므로 해당 금원이 아파트 공금인 잡수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데서 무죄 취지로 판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영화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2010년 7월 6일부터 시행된 구 주택법 시행령 제55조 제2항의 잡수입 규정과 현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3조 제8항 후단의 잡수입 규정은 공통적으로 공동주택 관리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을 잡수입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부녀회가 그 수익을 관리규약에서 정한 방식에 의해 아파트 입주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입대의의 관리권한을 침해하는 것이고(서울고법 2004라447), 입대의가 부녀회에 대해 아파트 입주민들의 소유로 귀속될 재활용 페트병 판매대금의 반환을 요구하고, 재활용수거대금을 관리하는 통장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입대의의 정당한 권한행사 범위 내의 것이라고 본 결정(부산고법 2008라423) 등과 전제를 달리 한 대법원 판결이 부디 법적 안정성이라는 중대한 사법적 가치를 저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도 “납득이 안 가는 판결이다” “잡수입금이 수천만원대인데 판결이 어이없다” “부녀회 비리가 너무 심해서 2010년부터 잡수입을 관리비로 귀속시킨 걸로 아는데…” “일반화하면 절대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출처[http://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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