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선거규정 임의 변경 ‘유죄’…소장 해임 참작 ‘선고유예’
조회수 852 등록일 2021-01-29
내용

‘모바일투표는 하지 않는다’ 문구 삭제해 회의자료 배포
사문서변조 및 행사한 소장에 모바일투표 허용 법령 취지 고려
법원, 벌금 50만원 선고유예

 


부산의 모 아파트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의 일부 문구를 임의로 삭제한 것과 관련해 관리사무소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A소장은 해당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투표방법과 관련해 ‘선거는 기표 방법에 의한 무기명 비밀투표(모바일 투표는 하지 않는다)로 한다’ 중 괄호부분 ‘모바일 투표는 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임의로 삭제해 이를 선거관리위원회 회의석상에서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원은 이 사건으로 인해 A소장이 관리사무소장직에서 이미 해임되는 불이익을 받은 점 등을 참작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부산지방법원 형사12단독(판사 박소영)은 최근 A소장에 대해 사문서변조, 변조사문서행사죄를 적용, 50만원의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르면 A소장은 지난 2019년 9월경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동대표 선거를 위해 개최되는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서 회의자료로 배포해 행사할 목적으로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2017. 4. 27.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안 파일’의 제25조 제1항에 명시돼 있는 ‘모바일 투표는 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임의로 삭제해 이를 변경하고 약 9장을 인쇄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명의의 권리의무 또는 사실관계에 관한 사문서인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안)’을 변조했다. 이후 같은 날 아파트 동대표 선거의 선거운동기간 등 선거와 관련된 일련의 절차를 정비하고 규정하는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회의석상에서 변조한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안)’ 인쇄물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9명에게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A소장은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전자적 방법을 통한 의사결정을 허용하고 있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2조, 같은 법 시행령 제22조 및 아파트 관리규약의 각 취지대로 기존 선거관리위원회 규정 내용을 수정해 회의자료를 배포하려다 범행에 이르렀고, 이 사건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직에서 해임되는 등 이미 상당한 불이익을 받았다”며 이를 유리한 양형사유로 반영했다.
공동주택법률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관리사무소장 입장에서는 별 생각 없이 문장 하나 지웠을 뿐이겠지만 이는 엄연한 범죄”라며 “그가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서 ‘모바일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임의로 삭제한 것이 공동주택관리법령상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사결정을 허용하고 있다는 취지에 부합하더라도 함부로 사문서를 변조하고 이를 행사한 형사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바일 투표를 허용하고자 했다면 관리사무소장이 임의로 삭제할 것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을 개정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업무처리에 위법함은 없는지 잘 살피지 않으면 이런 일로도 수사를 받고 형사재판까지 받게 된다”며 “선고유예면 유죄 판결 중 가장 약한 형벌이지만 관리사무소장이 겪었을 고초가 떠올라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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