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하자보수보증금 사용규제 및 처벌규정과 입주자들의 피해
조회수 810 등록일 2016-06-22
내용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최근 대법원에서는 아파트 하자소송 판결금 중 일부를 포상금으로 받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대한 업무상 배임의 유죄판결을 취소하고 원심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미 원심에서는 입대의 회장과 함께 포상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무죄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아파트가 하자소송으로 받은 판결금은 약 4억3,000여만원이었고, 입대의 회장과 관리사무소장이 받은 포상금 합계는 1,500만원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하자보수보증금을 하자보수비용이 아닌 용도에 사용할 경우에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으로 법이 개정되기 전의 사안이므로 법이 개정된 2013년 12월 5일 이후 같은 사안이 발생했다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필자는 2012년 8월 29일자 본 지면을 통해 하자보수보증금을 하자보수공사 용도로만 사용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의 신설을 비판한 바 있다.
부당히 하자보수보증금을 용도 외로 사용할 경우 형법상·업무상 배임 또는 횡령으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이중규제에 해당하고, 하자보수보증금의 지급을 둘러싼 입대의와 보증회사 간 분쟁이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이상 하자소송비용으로의 사용까지 막는 것은 입주자들의 재산상 피해를 야기할 수 있으며, 입주자들의 재판청구권이나 하자소송을 위한 변호사선임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결국 입법은 이뤄졌고, 현재 입주자들은 하자보수보증금의 수령을 위한 소송의 제기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확인해보자. 위 대법원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입대의 회장은 하자소송의 제기와 재판과정에서의 감정료,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위해 개인적으로 7,500만원을 대출받아 소송비용으로 사용했고, 약 4년 여에 걸친 지리한 소송과정 중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결국 승소판결을 받아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판결에서 지적한 것처럼 입대의 회장은 만약 하자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거액의 손실을 개인적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판결금 약 4억3,000여만원을 받기 위한 하자소송에 7,500만원 상당의 비용이 소요된 것은 통상적인 사례에 비춰 과하다고 보기 어렵다. 입대의가 징수해 보관 및 지출하는 관리비와 사용료, 장기수선충당금은 주택법령 및 형법상 그 용도 외로 전용할 수 없다. 잡수입도 그 용도가 대부분 정해져 있으며, 그나마도 1년 후 남은 잔액은 장충금으로 전환해 적립해야 한다.
그렇다면 하자소송이 절실할 경우 입주자들로부터 필요한 비용을 일일이 걷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오죽하면 입대의 회장이 개인대출로 비용을 충당해서까지 소송을 진행했겠는가? 만약 입대의 회장의 헌신이 없었다면 입주자들은 수억원의 하자보수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했을 것이고, 책임 있는 건설사와 보증사들은 횡재를 하게 됐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법원은 입대의 회장과 관리소장에게 1,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이라면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지적처럼 입대의 회장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입대의 회장이 포상금을 받지 않고 개인대출로 충당한 소송비용만을 상환받더라도 처벌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필자가 현행 주택법령의 규제와 처벌규정이 입주자들에게 심히 불리하고 건설사와 보증사에게만 뜻밖의 횡재를 주는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현행 주택법령은 입대의 구성원 및 관리주체 등을 하자보수보증금을 부당히 횡령하려는 집단으로 상정하고 있는 듯하다. 필자는 규제 및 처벌규정의 신설 후 수많은 공동주택 단지로부터 하자보수보증금청구소송을 의뢰받았으나 대부분 거절했다. 소송비용 및 변호사 보수를 아파트에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낙담해 돌아가는 대부분의 입주자대표나 관리주체들은 하자보수보증금을 어떻게든 받아내 아파트 하자 문제를 해결하고 입주자들 부담을 덜어보고자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었다. 잠재적 비리집단으로 낙인찍어 규제하고 처벌하는 이런 행정이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들을 관리현장에서 소외시키고 몰아내는 현실을 알고는 있는지…. 

 

 

오민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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