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영화 ‘가족의 탄생’ 속 법 이야기 - 양육비 청구를 위한 험난한 여정
조회수 693 등록일 2020-08-18
내용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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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가족에 대해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명사]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가족의 탄생’(2006년 작)이라는 영화 속의 가족은 위 정의와는 어딘가 다른 모습을 띠고 있는데요. 이 영화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진행되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문소리(미라 역)와 엄태웅(형철 역) 남매가 등장하여 독특한 가족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공효진(선경 역)과 봉태규(경석 역) 배우가 등장하는데요, 선경은 평생 ‘사랑밖에 난 몰라’를 외치며 살아온 엄마가 결국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낳아 혼자 기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런 삶을 살아가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줄곧 반목하는 삶을 살아옵니다. 그렇게 엄마에게 살가운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했던 선경은 어느날 엄마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엄마와 밥 한 끼라도 더 먹으려 엄마의 집에 찾아가 보지만, 마음에 응어리 때문인지 결국 또 다투고 집을 뛰쳐나와 버리는 선경이었습니다. 그 날이 엄마와 마지막 식사 자리인 줄 알았다면 그렇게 뛰쳐나오진 않았을 텐데요.

영화는 선경과 어린 경석이 엄마의 장례식장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린 경석은 장례식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듯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20대 중반밖에 되지 않았을 선경이 어린 경석을 양육하게 됩니다. 여기서 필자는 다양한 가사사건을 담당해온 변호사로서, 만약 선경이라는 인물이 경석을 양육해 오면서 소요된 양육비를 경석의 친부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 상담을 요청해온다면 어떻게 대답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양육비는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이혼한 경우 양육자가 부모의 일방일 때에는 양육자가 아닌 다른 일방에게 상대방의 부담 몫만큼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고’(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므689 판결), 양육자가 제3자일 때에는 부모 쌍방에 대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선경은 경석의 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 쌍방에 대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겠지만 친모는 이미 사망하였으므로 친부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해야 할 것입니다.

경석은 혼인외의 출생자로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녀의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려면 자녀와 아버지 사이에 법적 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 법적 관계는 아버지가 그 자녀를 인지해서 친생자로 신고하거나, 자녀 등이 아버지를 상대로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인용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발생합니다. 인지청구소송은 자녀와 그 직계비속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제기할 수 있습니다.

경석의 경우 모친이 사망하였고 생부로부터 인지를 받기 전이기 때문에 모친이 사망함으로써 친권자가 부재한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경우 미성년후견제도를 통해서 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는데요, 유언에 의해 지정된 미성년자 후견인이 없는 경우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미성년자, 친족, 이해관계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해 미성년자 후견인 지정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정된 미성년자 후견인은 친권자와 동일한 권리 의무가 생깁니다.

경석의 누나로서 친족에 해당하는 선경은 가정법원에 자신이 경석의 미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경석의 미성년후견인이 된 선경은 친권자와 동일한 권리 의무가 생기므로 경석의 법정대리인이 됩니다. 미성년자 후견인 제도를 통해 경석의 법정대리인이 된 선경은 경석의 생부에 대하여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인지청구소송을 통해서 비로소 경석이 친부의 자식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혼인외 출생자의 경우는 양육비 청구를 하기 위해서 친부와의 법적인 관계를 우선 형성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경석은 친모가 사망하여 인지청구소송을 진행하기까지의 과정에 미성년후견인 지정이라는 단계를 한 번 더 거쳐야 했는데요, 절차가 다소 복잡해 보일지라도 법적으로 보장된 위 제도들을 통하여 경석과 선경의 고됨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오현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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