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법 이야기 - 양회장 사망으로 내연녀는 빈털터리?
조회수 977 등록일 2020-07-21
내용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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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의학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종영된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필자는 최근에서야 정주행하였는데 역시 호평을 받은 드라마인 만큼 재미있게 시청하였습니다. 병원과 일상에서 의사들의 삶을 잔잔하면서도 울림있게 그려낸 여운이 남는 드라마였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학드라마이지만 극 중에 법적인 쟁점도 나오고 스토리 전개에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양석형의 아버지 양회장이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고, 얄미웠던 양회장의 내연녀가 재산을 받지 못하고 버림받는 장면이 있습니다.

일단 상속인은 법률상의 배우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내연녀는 상속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실혼 배우자는 상대방이 생존해 있는 경우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면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있는데, 이미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양회장은 법률혼이 존속 중인 상황에서 내연녀와 같이 동거하고 있는데, 이는 중혼적 사실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혼적 사실혼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인 사실혼과 같이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없어서, 내연녀가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1996. 9. 20. 선고 96므530). 사실 내연녀가 재산분할을 청구할 만큼 양회장의 재산 유지 및 형성에 기여한 바도 없는 것 같긴 하지만요.

결국 내연녀는 상속도 못 받고, 재산분할청구도 할 수 없어서 양회장으로부터 아무것도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 내연녀가 양회장의 자녀를 포태하고 있는 상황인데,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1000조 제3항). 만약 태아가 출생하고 인지청구를 통해 양회장의 자녀임이 확인된다면 태아는 양회장의 상속인이 됩니다. 따라서 이미 상속이 개시된 상황이라면 출생한 자녀는 다른 상속인들에게 자신의 상속지분만큼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극중에서 양회장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양석형에게 준다는 유언을 하였습니다. 이때는 유류분이 문제가 되는데요, 양회장의 직계비속인 내연녀의 자녀는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유류분의 지급을 양석형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편 양석형은 양회장의 재산을 상속받을 마음이 없다는 말도 하였는데요, 이미 양회장이 모든 재산을 양석형에게 유증한다는 유언을 한 상황에서 양석형은 유증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1074조 제1항).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각자 상속인들이 법정 상속지분비율에 따라 상속을 받게 됩니다. 이때 양석형이 재산을 전혀 상속받을 의사가 없다면 상속포기를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상속지분비율은 다시 달라지게 됩니다.

극중에서는 단순히 양회장 사망으로 내연녀가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유언에 따라 양석형이 재산 전부를 상속받는 것으로 나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위와 같이 복잡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시즌 2에서도 양회장의 상속과 관련된 문제가 나온다면, 내연녀가 포태하고 있는 자녀의 출생 여부, 그리고 그 자녀가 정말 양회장의 자녀인지 여부, 양석형이 상속포기나 유증을 포기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겠네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학드라마지만 관련 지식이 없어도 시청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의사들이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수술을 하고 환자를 치료할 때에는 참 멋있는 직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실제는 드라마와 다르고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겠지만요.

법조인들도 드라마에서 정의롭고 멋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실제로 저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하곤 합니다. 물론 실제는 드라마와 다른 부분이 있지만, 현실에도 드라마와 같이 품격있는 멋있는 법조인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도 현실을 핑계 대기보다 한 번쯤은 꿈꿔왔고 동경했던, 드라마처럼 품격있고 멋있는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이병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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