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신문과 놀자!/김미란 변호사의 쉬운 법이야기]“범죄 준비만 해도 처벌 받아요”
조회수 934 등록일 2016-05-25
내용

 

A는 동창과 말다툼을 벌이던 중 극도로 화가 나 흉기를 들고 동창의 집으로 갔습니다. B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전처를 죽이겠다며 흉기를 들고 나와 거리를 배회했습니다. A와 B는 처벌을 받았을까요? 처벌을 받았다면 어떤 죄목으로 처벌된 것일까요? 

범죄는 ‘준비’ ‘실행’의 단계를 거쳐 ‘완성’되는데 범죄가 미완성에 그친 경우 실행의 착수가 있었는지에 따라 성립하는 범죄가 다릅니다.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면 미수죄가 문제되고, 실행의 착수조차 없이 준비에 그친 경우에는 예비죄가 문제될 뿐입니다. 

준비만 해도 범죄가 성립되는 예비 범죄는 어떤 경우에 인정될까요? 우리 법은 모든 범죄에 일반적으로 예비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예비 행위를 벌하도록 특별히 규정한 경우에 한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형법 제28조). 그리고 살인이나 강도, 방화죄 등 중대 범죄에 예비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요. 또한 예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죄를 목적하고 준비한다는 인식과 함께 실질적인 준비 행위가 필요합니다.  

A와 B는 모두 살인의 예비죄가 문제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법원은 A에 대해서만 살인의 예비죄를 인정했습니다. A의 경우는 말다툼을 벌이던 중 상대를 죽이겠다는 목적으로 흉기를 품고 그의 집 앞까지 갔습니다. 살인 도구 준비라는 물적 예비와 살인이라는 결과 발생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외적 예비가 모두 갖춰져 실질적인 위험이 존재했다고 본 것입니다. 즉, A의 행위는 실제 살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살인 예비죄 성립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에 반해 B는 실제 검거된 장소도 전처의 집과는 너무 먼 곳이었고 비록 전처를 죽이겠다는 말은 했어도 만취해서 횡설수설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살인으로 이어질 실질적 위험성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세 명의 예지자들이 범죄를 미리 예견하고 훈련된 요원들이 사전에 제압해 범죄율이 제로인 미래사회를 그린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범죄를 꿈꾸기만 해도 잡아가는 시스템이 가장 안전한가 싶었지만 영화는 이런 시스템의 허점을 고발합니다. 

준비만으로도 범죄로 처벌되는 예비죄는 처벌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위험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따라서 예비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범죄 행위로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 위험’이 반드시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김미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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