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드라마 ‘꼰대인턴’ 속 법 이야기 – 인턴 가열찬은 직장 내 괴롭힘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조회수 1,060 등록일 2020-06-15
내용
화제의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내용 중 관객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이지원 변호사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꼰대인턴'과 관련한 법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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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입만 열면 "라떼는 말이야~". 라떼를 입에 달고 사는 부장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온갖 모욕과 폭언은 기본이고 제출한 보고서를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기를 수십 번, 종내는 찢어서 얼굴에 던져버리기까지 합니다.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마주하는 직장 상사의 악의적인 괴롭힘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24시간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살아도 막상 내밀기는 쉽지 않은데 말이죠.

지금까지 대부분의 오피스 드라마가 비정규직, 노동착취, 부당해고 등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꼰대인턴'은 ‘직장 내 괴롭힘’을 화두로 진행되는 드라마입니다.

'꼰대인턴'의 주인공, ‘가열찬’은 유명 식품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합니다. 모셔야 하는 어머니가 있는 상황이라 잘해보고자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팀의 부장 ‘이만식’은 가열찬이 인턴이라는 이유만으로 투명인간 취급하고, 아이디어를 뺏고, 보고서를 찢어 던지고, 모든 직원들 앞에서 모욕을 주며, 초등학생 아들의 미술 숙제까지 시키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부당히 대우합니다.

그러다가 가열찬이 이만식의 치부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는 그 정도가 상당히 심해지는데, 회식자리에서 서 있는 가열찬에게 두꺼운 신문지를 던지거나 반찬 그릇을 배에 던지며 물리적인 폭력까지도 서슴지 않습니다.

과거 사내에서는 드라마와 비슷한 ‘직장 내 괴롭힘’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도 묵인되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을 문제로 인식하고 공론화하는 추세에 따라 근로기준법에는 2019년 1월 15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신설되었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대응 매뉴얼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와 범위를 규정하고, 제76조의3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할 것을 규정하는 동시에,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들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회사가 신고한 근로자 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규정이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한 당사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는 것입니다. 가해자에 대해서는 사내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사내 자체적인 조치만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위 드라마 속 가열찬은 어떻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먼저, 보고서 작성이 미흡하다는 것을 이유로 하루에도 수차례 회의실로 불러 폭언과 욕설을 하고, 1개 보고서 당 10번 이상의 수정을 시킨 행위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위 사례에 비추어 보면 이만식이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가열찬에게 폭언을 퍼붓고 보고서를 찢어 얼굴에 던지며 같은 보고서를 수십 번 써오도록 시킨 행위 등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됩니다.

또 전 직원들 앞에 세워두고 ‘나는 아무 것도 안 한다. 그게 팀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나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월급만 축내다가 어느 날 존재감 없이 사라진다’고 복창하게 한 행위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여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로서 이또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시 근로자가 10인 이상인 회사는 취업규칙 등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예방 및 발생 조치에 관한 사항을 두어야 하므로, 이 드라마 속 가열찬은 가장 먼저 취업규칙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회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받거나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피해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무장소를 변경한다든지 유급휴가를 명령하며, 가해 행위자에 대해서는 징계하거나 근무장소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므로(근로기준법 제76조의3), 가열찬은 유급휴가를 받을 수도 있겠으며, 이만식의 사내 징계와 근무장소 변경을 통해 보다 나은 회사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습니다.

나아가 이만식이 가열찬의 몸에 신문지 뭉치를 던지거나, 반찬 그릇을 던진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을 넘어 형법 제260조의 폭행죄에도 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한 기업에서 스물두살 젊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란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행하는 것이니만큼 관련 법령 상 회사 자체의 해결에 의존하는 방법이 얼마나 실효적일지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법령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와 공론화가 지금도 계속하여 이어지고 있으므로, 추후 직장 내 괴롭힘 방지에 진정 효과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그래서 가열찬 인턴과 같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 모든 직장인들의 권리 구제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봅니다.

이지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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