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영화 ‘컨테이젼’ 속 인간 군상들에 대한 단상
조회수 901 등록일 2020-03-09
내용

 

화제의 영화, 드라마 콘텐츠 내용 중 관객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최종화 변호사는 영화 '컨테이젼'에 등장하는 전염병 위기상황 속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현재 국내의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보면서, 동시에 재건축사업 현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인간들에 의해 벌어지는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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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화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굉장히 냉정한 영화입니다. 영화 ‘독전’에서 김성령이 등장 5분 만에 설렁탕에 코를 박고 사망한 것과 같이 기네스 팰트로를 영화 시작 5분 만에 사망시켰고, 질병통제센터의 베테랑으로서 직무에 그 누구보다도 충실했기에 감염될 수밖에 없었던 ‘타이타닉’의 히로인 케이트 윈슬렛을 살아날 것처럼 약 올리는 클리셰도 없이 단호히 사망시켜 버렸기 때문입니다.

한편 바이러스에 면역인 맷 데이먼은 유전자를 제공하는 등 딱히 기여한 것도 없이 딸에게 키스하려는 동리 청년을 총 들고 쫓아내는 정도가 다였기에 저 비싼 배우를 왜 굳이 이런 역에 등장시킨 걸까라는 의문만을 남겼습니다. ‘매트릭스’의 쿨가이 모 피어스(로렌스 피시번)는 사실혼 관계의 여성에게 기밀 정보를 유출하다 걸린 것 때문에 도매금으로 청문회에 끌려갈 일정이 잡힌 와중에도 자신에게 백신을 챙겨다주는 상관에게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결혼식에 와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멘트를 날리는가 하면, 유능한 부하인 케이트 윈슬렛이 죽어가는데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 못난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비록 국내에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기라성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분한 각 캐릭터들의 이같은 무기력한 모습을 통해 영화 속 전염병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고 그 앞에서 한없이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 속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20~30%나 되고 잠복기도 짧았기에 이로 인한 피해는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밖에 없었는데, 코로나19의 경우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사망의 위험이 큰 것과 가장 크게 대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였던 주드 로였는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척했지만 기실, 개나리즙을 특효약이라고 사기를 쳐서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대중의 혼란을 가중시켰을 뿐만 아니라 여론을 선동해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 획책하는, 기회주의자의 범주를 넘어서 인간 말종의 전형을 보여주는 캐릭터였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활동을 개진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것이 범법행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물론이요, 그로 인하여 타인이 부당하게 고통을 감내하도록 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일 것입니다.

정비사업 현장에도 이러한 유형의 인물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습니다. 수용 재결과 이의 재결 등 절차에 따르는 재개발사업의 경우보다는 재건축사업 현장에서 이들로 인한 폐해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에 따라 집행을 하려고 해도 가스통과 라이터를 들고 협박을 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이미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어 다른 곳에 점포를 마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약자 코스프레를 하며 이주를 거부하는 변종 알박기 행위 등 그 수법은 자폭·분신 협박과 같은 오서독스한 방식에서, 언론을 이용하고 관할 행정청을 괴롭히는 악성 민원과 같이 더욱 악랄하고 지능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한 가지로 현행법이 허여하고 있지 않는, 막무가내로 버틴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서 다른 조합원이나 현금청산자보다 현저히 많은 금전적 이익을 향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버티는 그 시간 동안 사업이 지체되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수 백, 수 천명의 조합원들에게 전가되고, 짧으면 수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에 이르는 분쟁의 기간 동안 증가된 정비사업비는 분양가 상향으로 필연적으로 귀결되면서 결국 그 피해는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영화에서 주드 로는 당국의 수사를 받으며 체포까지 되나 벌어놓은 돈으로 보석금을 지불하며 여유롭게 퇴장하였고, 그 이후에도 딱히 응징을 받는 일 없이 계속 사기를 치며 살아갈 것임을 암시하였습니다. 문제는 정비사업 현장의 이들도 매서운 응징을 받는 일이 없다는 점인데, 약자를 가장하며 결코 아름답지 않은 떼를 쓰면서 이들이 결국 얼마씩을 챙기게 되는지, 구체적인 액수를 알려드린다면 꽤 오랜 시간 박탈감에 잠 못 이루실까봐 차마 적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최종화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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