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공사계약 ‘무효’ 알았음에도 서둘러 자재 구입한 공사업체 개별난방 전환공사 계약금 ‘부당이득’으로 입대의에 반환해야
조회수 1,886 등록일 2020-02-04
내용

 

공사계약 ‘무효’ 알았음에도 서둘러 자재 구입한 공사업체
개별난방 전환공사 계약금 ‘부당이득’으로 입대의에 반환해야

<관련기사 제1142호 2019년 10월 23일자 게재>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 판결

사 건. 2018가합538607 부당이득금
원 고. A 입주자대표회의
피 고. 주식회사 B
판 결 선 고. 2019. 9. 26.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7억6,956만원 및 이에 대해 2018. 6. 26.부터 연 1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 구 취 지

2019. 6. 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연 15%의 비율로 구하는 것 이외에는 주문 제1항과 같다.

이 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서울 관악구 A아파트의 동별 대표자로 구성된 단체고, 피고는 아래 나.항과 같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개별난방전환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이다.

나.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 및 개별난방전환공사계약의 체결

1)원고는 2014. 9.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했으나, 기존의 중앙공급식 난방방식의 변경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지 않아, 2015. 9.경 중앙공급식 난방방식을 개별난방방식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반영한 장기수선계획 조정안을 승인한 후 2015. 12.경 위와 같은 내용으로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는 결의(이하 ‘이 사건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를 했다.

2)원고는 2016. 7. 7. 이 사건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에 따라 피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개별난방전환공사를 공사대금 34억9,800만원에 도급하는 공사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중략)

3)원고는 2016. 7. 21.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계약금 7억6,956만원[=6억9,960만원(=총 계약금액 34억9,800만원×20%)+6,996만원(부가세)]을 지급했다.

다.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무효 및 관련 사건의 판결 경과

1)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인 C 등은 2016. 12. 24. 원고와 피고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80123호로 이 사건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관련 법령상 입주자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의 무효 확인 및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2)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8. 1. 25. “이 사건 아파트의 난방방식을 기존의 중앙공급식에서 개별난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공용부분의 형상 또는 효용을 실질적으로 변경시키는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15조 제1항, 제41조 제1항에 따라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분의 3 이상의 결의에 의하거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의 서면에 의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한편 이 사건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는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 다시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는 것이므로, 구 주택법 시행규칙(2016. 8. 12. 국토교통부령 제3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3항에 따라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바, 원고가 이 사건 개별난방방식 변경과 이 사건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를 위해 받은 서면동의가 각 위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므로, 결국 이 사건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은 위 구 주택법 시행규칙 규정과 위 집합건물법 규정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보고, 이 사건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모두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3)이에 피고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8. 10. 16.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됐다. (이하 위 확정된 사건을 ‘관련 사건’)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은 집합건물법 제15조 제1항, 제41조 제1항을 위반해 무효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로부터 무효인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계약금 명목으로 7억6,956만원을 지급받아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손해를 가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7억6,956만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나. (중략)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무효는 전적으로 집합건물법의 정족수 미달이라는 요건의 흠결을 무시하고 계약을 한 원고의 잘못에 기인한 것으로서 피고는 계약의 유효를 믿고 공사를 위한 비용, 계약금 수령으로 인한 세금 등의 초과 납부, 입주자들의 소송 제기로 다른 공사의 입찰참여 제한으로 인한 기회비용 상실 등으로 7억6,816만7,796원의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민법 제535조(계약체결상의 과실 책임) 또는 민법 제35조(법인의 불법행위능력)에 따라 피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해 대등액의 범위 내에서 상계한다.

나. 판단

1)계약체결상의 과실 책임에 관한 판단

가)인정사실

(1)서울시와 관악구는 2016. 8. 1.경 이 사건 아파트의 개별난방전환절차가 집합건물법의 동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와 관련해 제출된 동의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사건 아파트의 전체 3,544가구 중 2,509가구(동의율 70.79%)의 동의만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이 사건 아파트의 개별난방전환공사 추진 과정에 여러 가지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과태료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

(2)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들은 2016. 9. 30.경 피고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 2016카합81250호, 81341호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기한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했고, 위 법원은 2016. 11. 1. 피고에 대해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결정을 했다.

(3)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도 2016. 11. 28. ‘관악구청장이 2016. 6. 24.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 한 공동주택 행위허가(난방방식 변경 및 중앙난방시설철거)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했다.

나)판단

민법 제535조 제1항은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할 때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는 상대방이 그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해 받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제2항은 “전항의 규정은 상대방이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된 직후부터 개별난방전환과 관련한 집합건물법에서 정한 결의 요건에 하자가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된 점 ②원고가 피고에게 2016. 7. 21. 계약금을 입금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6. 8. 1.부터 서울시와 관악구는 이 사건 아파트의 개별난방전환공사 등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진행해 집합건물법상의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을 확인하고 공사의 중지를 요청하는 행정지도를 내린 점 ③이후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해 가처분결정이 내려지고, 본안소송에서도 제1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무효가 확인된 점을 종합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집합건물법상 결의 요건의 하자로 인해 무효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민법 제535조 제2항에 의해 원고가 피고에게 계약체결상의 과실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 (중략)

2)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중략)

나)살피건대, 증인 D의 일부 증언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체결 당시 원고의 대표자는 D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D가 원고의 대표자로서 피고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외관상, 객관적으로 대표자의 직무에 관한 행위에 해당하고, D가 입주자들이 제출한 동의서에 적법한 위임장이 첨부됐는지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잘못으로 인해 집합건물법상 결의 요건의 하자가 발생했으며, 그에 따라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무효가 됐으므로 민법 제35조에 의해 원고는 원고의 대표자 D의 불법행위에 따른 피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있다.
그러나 위 기초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각 기재 및 증인 D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피고 주장의 손해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피고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유효를 믿고 공사 진행을 위한 비용을 지출해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집합건물법상 결의 요건의 하자로 인해 무효임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서둘러 자재 구입 등을 진행했고 대부분의 비용들은 이 사건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이후에 지출된 것으로서, 위 비용들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 (중략)

3)결국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자동채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의 상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반정모
판사 박상수
판사 서지혜

판례평석

김 미 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1. 사건의 경위

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를 거쳐 2016. 7. 7.경 B업체와 개별난방전환공사계약(이하 ‘본건 계약’이라 약칭)을 체결하고 2016. 7. 21.경 계약금 약 7억원을 지급했다.

나. 그러나 계약 체결 직후부터 개별난방전환공사는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약칭)상의 결의가 필요한데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결국 2016. 8. 1.경 관할관청에서 동의서를 전수조사해 80% 동의를 받지 못했음을 확인하고 과태료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

다. A아파트 입주민들은 2016. 9. 30.경 B업체를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해 2016. 11. 1.경 가처분 결정이 인용됐다. 또한 본안으로 장기수선계획조정결의 무효 및 본건 계약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해 무효임을 확인받는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됐다. 서울특별시 행정심판위원회 역시 공동주택 행위허가 취소 결정을 했다.

라. 이에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B업체를 상대로 본건 계약은 무효이므로 이미 지급한 계약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부당이득이라며 반환해 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B업체는 본건 계약의 무효는 A아파트 내부 사정 탓이고, 계약이 유효라고 믿고 쓴 각종 비용들이 많아 돌려줄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다퉜다. 법원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원고’라 약칭)의 손을 들어주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피고인 B업체(이하 ‘피고’라 약칭)의 항변이 어떻게 탄핵됐는지는 아래와 같다.

2. 법원의 판단

가. 피고의 계약체결상 과실 책임 주장-인정되지 않음

민법 535조는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할 때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는 상대방이 그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해 받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제1항), 전항의 규정은 상대방이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본건 계약이 무효가 된 것은 원고가 집합건물법상 공용부분 변경에 필요한 정족수 미달을 무시한 채 계약을 강행한 탓이므로 피고가 계약의 유효를 믿고 공사를 위해 사용한 비용 등을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를 상계하면 부당이득으로 원고에게 반환할 것이 없다고 다퉜다.
그러나 법원은 본건 계약이 체결된 직후 집합건물법상의 결의 요건에 하자가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됐고, 관할관청의 실태조사 결과 역시 이를 확인해 주고 있었던 점, 입주민들이 피고를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해 인용 결정이 내려지고, 본건계약 무효 확인의 소 역시 인용 판결이 내려진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역시 본건 계약이 집합건물법상의 결의 요건 하자로 인해 무효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민법 제535조 제2항에 의거 계약체결상 과실책임을 원고에게 물을 수는 없다.

나. 피고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인정되지 않음

민법 제35조는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직무에 관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그 사단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비법인사단의 대표자 행위가 대표자 개인의 사리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거나 법령에 위배된 것이어도 외관상, 객관적으로 직무에 관한 행위이면 위 직무에 관한 행위에 해당한다. 피고는 비법인사단인 원고 역시 그 대표자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민법 제35조는 일반 불법행위 규정인 민법 750조에 대한 특별규정으로서 이 역시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일반 요건을 갖춰야 하므로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와 있어야 하는데, 피고가 주장하는 손해는 본건 계약이 무효임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서둘러 자재를 구입하는 등 자초한 것들이라면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3. 판례평석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역시 집합건물이므로 공동주택관리법뿐 아니라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절차를 준수했어도 집합건물법상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해당 결의가 무효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본 사안처럼 계약까지 무효가 되는 경우도 있다. 계약이 무효가 되면 상대방에게 이미 지급한 계약금 등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한 부당이득이 되므로 반환의 문제가 생긴다. 아파트 사정 탓에 무효가 된 계약을 무슨 수로 알겠냐면서 그저 계약이 유효하리라 믿은 게 무슨 잘못이냐는 항변은 제반 사정을 살필 필요가 있다. 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 체결에 필요한 절차상 하자가 드러났다면 계약 상대방은 선의의 피해자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아파트 스스로 적용법규를 잘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나 아파트와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들 역시 계약 체결에 필요한 절차를 충실히 확인해야 분쟁이나 손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서에 날인했다고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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