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전 검침수당 관리직원에게 지급 “업무상횡령 아니다”
조회수 1,418 등록일 2020-01-16
내용

 

한전 검침수당 관리직원에게 지급 “업무상횡령 아니다”

<관련기사 제1139호 2019년 10월 2일자 게재>

의정부지방법원 판결

사 건 2019고단287 업무상횡령
피 고 인 1. A 2. B
검 사 박재영(기소), 김정선(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C(피고인 A를 위해) 담당변호사 D 변호사 E(피고인 B를 위한 국선)
판결선고 2019. 8. 29.

주 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해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 A
피고인은 2008. 10.경부터 2013. 12.경까지 남양주시 F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매월 교부받는 검침수수료 월 29만4,400원 총 63개월치 합계 금 1,854만7,200원을 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업무상 보관하던 중, 그 무렵 매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검침수당의 명목으로 지급해 이를 횡령했다.
나. 피고인 B
피고인은 2014. 1.경부터 2016. 12.경까지 이 사건 아파트의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한전으로부터 매월 교부받는 검침수수료 월 29만4,400원 내지 30만4,440원 총 34개월치 합계 금 1,011만원을 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업무상 보관하던 중, 그 무렵 매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검침수당의 명목으로 지급해 이를 횡령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1)횡령죄는 위탁이라는 신임관계에 반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또는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3도2404 판결 등 참조)
2)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어떠한 예산의 항목유용 자체가 위법한 목적이 있다거나 당해 예산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인이 그 예산을 지정용도 이외로 임의 소비했다는 것만으로 바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5130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춰 이 사건을 보건대, 각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내용, 질의회신 내용(국토부), 남양주시청 행정지도 질의회신, F아파트 관리규약, 한전과 F아파트 간 계약서, 민원에 따른 행정지도, 피고인 A가 제출한 아파트 종합계약서, 입대의 농협계좌, 지출결의서·검침수당 지급명세서, 대체전표, 공동주택 관리규약의 각 기재를 종합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검침수수료 명목으로 교부받은 금원을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검침수당의 명목으로 지급한 행위가 타인으로부터 보관을 위탁받은 재물을 횡령한 것이라거나, 그 당시 피고인들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한전은 2005. 12. 27.부터 2011. 4. 3.까지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해 입대의가 아니라 소장을 당사자로 해 ‘아파트 종합계약’이라는 제목의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했고, “소장이 전기요금 및 TV수신료 등 청구된 금액을 전액 납부하는 경우, 한전은 소장이 호별 사용전력량 검침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1호당 한전의 요금업무 처리지침에 정한 전기업무 지원금 등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뒀다. (계약 제5조 제1항) 이는 원래 이 사건 아파트에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이 검침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지만, 편의상 관리사무소에 검침 업무를 일임하고 그 대가로 소정의 검침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민 또는 입대의는 위 전기사용계약의 당사자가 아닐 뿐 아니라, 이들이 소장에게 위 계약에 따른 전기요금의 납부 업무 외에 검침수수료의 수령 업무까지 위탁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 검침수수료가 위 입주민이나 입대의의 소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한전은 2011. 4. 4. 이 사건 아파트의 입대의를 당사자로 하는 전기사용계약을 새롭게 체결했으므로, 이때부터는 전기사용계약에 따른 검침수수료가 위 입대의에 귀속되고, 이는 공동주택의 관리로 인해 발생한 관리외 수입 또는 잡수입으로서 소장이 업무상 보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①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 이 사건 아파트에서 시행된 공동주택 관리규약에는 검침수수료가 관리외 수입 또는 잡수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규정하지 않았고 ②국토부에서도 2013. 7. 22. “검침수당은 주택법령에 별도로 정한 바가 없으므로, 그 수당의 처리에 관한 사항은 한전과의 계약내용 등을 감안해 이 사건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해 검침수수료의 성격을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회신(이하 ‘국토부 회신’)했을 뿐이며 ③2015. 4. 17. 및 같은 해 5. 14.에 이르러서야 남양주시장이 “검침수수료는 잡수입에 해당할 것이며, 잡수입의 사용은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규정한 경우, 관리비 등의 사업계획서 및 예산서에 편성해 입대의 승인을 받은 경우 또는 공동체 활성화에 관한 사항 등으로 입대의 의결을 받은 경우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아파트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검침수수료를 처리할 것을 지도한다”는 취지로 행정지도 및 질의회신(이하 ‘남양주시 회신’)을 했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남양주시 회신을 받기 전까지는 검침수수료가 잡수입에 해당해 그 지출에 입대의 의결을 요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피고인 B는 남양주시 회신이 오길 기다리는 동안에는 검침수수료의 지급을 일시 보류했고, 남양주시 회신이 도착하자 2015. 6. 22. 이 사건 아파트의 입대의에서 ‘국토부 회신 및 남양주시 회신의 취지에 따라 입대의의 자체 판단하에 검침수수료를 전기실 직원의 복리후생비로 지급하기로 한다’는 의결을 받아 다시 검침수수료를 집행했다.
4)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 이 사건 아파트에서 시행된 공동주택 관리규약에는 “관리외 수입은 예비비로 적립하는 경우 외에는 회계연도 종료 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한다” 또는 “관리주체는 입대의 의결을 거쳐 잡수입을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나 입주자 등의 투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비용으로 우선 지출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어 검침수수료를 비롯한 관리외 수입 또는 잡수입의 지출 용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5)앞서 본 바와 같이 검침수수료는 관리사무소가 한전을 대신해 검침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위 검침수수료를 실제 이 사건 아파트에서 검침 업무를 수행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을 두고 위법한 목적의 자금 유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외에 피고인들이 검침수수료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전혀 없다.
6)피고인들은 남양주시 회신을 받기 전까지는 검침수수료를 집행함에 있어서 입대의 의결을 거치지는 않았으나, 지출결의서를 작성해 입대의 회장의 결재를 받았고, 검침수당 지급명세서에 수당을 지급받는 직원의 서명을 받았으며, 회계전표를 보관하는 등 나름대로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 (후 략) 판사 정우철

평 석

법무법인 산하
김 미 란 변호사

1. 사건의 경위

A는 2008년 10월경부터 2013년 12월경까지, B는 2014년 1월경부터 2016년 2월경까지 본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했다. 이들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매월 교부받는 검침수수료를 업무상 보관하던 중 매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검침수당 명목으로 지급했다. A와 B는 업무상 보관하던 금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2. 법원의 판단

가. 한국전력공사가 관리사무소장과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한 경우
한국전력공사는 2005년 12월 27일부터 2011년 4월 3일까지 관리사무소장과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전기요금 등 청구된 금액을 전부 납부하는 경우 한국전력공사는 관리사무소장이 호별 사용전력량 검침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전기업무 지원금 등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뒀다. 이는 한국전력공사가 검침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나 편의상 관리사무소에 검침 업무를 일임하고, 그 대가로 소정의 검침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입주민이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닐뿐더러 이들이 관리사무소장에게 검침수수료 수령 업무까지 위탁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검침수수료는 입주민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유로 볼 수 없다.

나. 한국전력공사가 입주자대표회의와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한 경우
1) 한국전력공사는 2011년 4월 4일이후 입주자대표회의를 당사자로 하는 전기사용계약을 새롭게 체결했으므로 이때부터 검침수수료는 위 입주자대표회의에 귀속되고, 관리외 수입 또는 잡수입으로서 관리사무소장이 업무상 보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게 됐다.
2) 그러나 당시 본건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검침수수료가 관리외 수입 또는 잡수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규정돼 있지 않았고, 국토교통부에서도 검침수당의 처리는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라는 취지의 회신을 한 점, 관할 시에서 뒤늦게 검침수수료가 잡수입에 해당하고, 그 사용은 관리규약에 규정한 경우 예산에 편성해 입주자대표회의 승인을 받거나 공동체 활성화에 관한 사항 등으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받은 때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고 회신한 점 등에 비춰 보면 그 전에는 검침수수료가 잡수입에 해당해 그 지출에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요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피고인 B는 관할 시의 회신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검침 수수료 지급을 일시 보류했고, 회신을 받은 뒤에는 그 취지에 따라 검침 수수료를 전기실 직원의 복리후생비로 지급한다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받아 집행했다.
3) 뿐만 아니라 본건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관리외 수입은 예비비로 적립하는 것 외에는 회계연도 종료 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한다’ 또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잡수입을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나 입주자 등 투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비용으로 우선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해 검침수수료를 비롯한 관리외 수입이나 잡수입 지출 용도를 엄격하게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검침 수수료는 관리사무소가 한국전력공사를 대신해 검침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서 관리사무소장인 피고인들이 실제 검침 업무를 수행한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을 두고 위법한 목적의 자금 유용이라거나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3. 판례평석

횡령죄는 ‘위탁’이라는 신임관계에 반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사안을 살펴보면 전기사용계약의 당사자가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니라 관리사무소장이었던 때는 검침 수수료가 입주민이나 입주자대표회의에 귀속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타인의 재물’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전기사용계약의 당사자가 된 이후에 비로소 타인의 재물에는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당시 관리규약의 내용이나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 내용, 피고인들이 검침수수료를 집행하는 절차나 경위 등을 살펴 보면 이들에게 횡령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범죄사실의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이 있다는 점 역시 검사가 입증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때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본 판결은 형사재판의 기본 원리를 확인한 동시에 어떤 예산 항목 유용 자체가 위법한 목적이 있거나 당해 예산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인이 그 예산을 지정용도 이외에 임의 소비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 5130 판결 등 참조)는 법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출처[http://www.hapt.co.kr/bbs/list.html?table=bbs_14&idxno=12753&page=1&total=590&sc_area=&sc_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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