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속 법 이야기 〈4〉법을 지켰으니 문제는 없다?
조회수 984 등록일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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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이병하 변호사는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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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부유하지만 수차례의 유산 끝에 아내를 병으로 잃고, 본인도 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필립. 그러나 필립 주변에는 재산을 노리는 친척들과 돈만 보고 간병인이 되고자 하는 자들뿐, 진정 필립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도와주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런 필립에게 힘과 용기를 준 사람은 절도 전과자에 배운 것도 별로 없는 하층민 드리스였습니다. 그는 가식적으로 필립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필립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를 위해 솔직하고 유쾌하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필립을 짐짝 취급할 수는 없다며 장애인 택시에 태우는 것을 거부했고, 필립의 연애편지에 진심으로 조언하며 잘 되기를 바랐으며 사별한 필립을 혼자 둘 수는 없다며 연애편지의 상대방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였습니다. 몸과 마음의 상처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필립에게 삶의 즐거움과 용기를 준 것도 드리스였습니다.

법적으로만 보면 필립의 재산을 노리는 친척들, 돈만 보고 간병인에 지원한 뛰어난 스펙의 지원자들이 드리스보다 월등히 합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반면 드리스는 여러 위법행위를 하였고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죠. 물론 그는 위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며 감동적인 결과가 있었다고 해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친척들 및 다른 지원자들이 필립에게 더 필요한 사람이고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사람이며 올바른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법을 지키는 것이 따분하다거나 위선적이라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 일탈을 하고 위법행위를 해야만 즐겁고 진심이 나온다는 말은 더더욱 아닙니다. 사회적 합의인 법은 당연히 지켜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행동과 올바름의 척도를 법으로만 삼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때에는 준법도 중요하지만 거짓 없이 진심으로 소통하고 서로를 배려해주는 마음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주변에서는 가족, 친구, 동료, 이웃 간 서로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갑질 및 을질이라는 말도 이미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들이 형사처벌까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기업 총수나 정치인 등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들도 실제 위법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니 별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법은 지켰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그들은 법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오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 공감해 주는 것, 배려해 주는 것, 상처를 주지 않는 것 등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때는 법을 지키는 것 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성숙한 시민인 우리들은 올바른 삶을 위해 법을 지키듯이 법만큼 중요한 것, 법보다 중요한 것들을 생각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병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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