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화재원인은 ‘변압기 고장’ 아닌 ‘넘어진 촛불’ 화재경보기 미작동…입대의 책임 인정 안 돼
조회수 999 등록일 2019-10-30
내용

 

<관련기사 제1129호 2019년 7월 10일자 게재>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 판결

사 건 2018나54807 손해배상(기)
원고, 피항소인 1. A 2. B 3. C
피고, 항 소 인 D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제1심판결 부산지법 2018. 5. 23. 2017가합40026
판결선고 2019. 5. 1.


주 문

1. 원고들의 항소 및 당심에서 확장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청구확장으로 인해 생긴 비용 포함)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A에게 2억8,640만1,431원, 원고 B에게 1,000만원, 원고 C에게 500만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2013. 9. 22.부터 항소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중략)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중략)
①이 사건 사고는 원고 A가 이 사건 주택의 거실 선반 위에 촛불을 켜둔 채 잠들었다가 그 촛불이 넘어지는 바람에 생긴 이 사건 화재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변압기의 고장이 아닌 이 사건 화재고 이 사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원고들의 과실 내지 부주의라고 봐야 하는 점 ②원고들이 변압기 고장에 따른 정전 때문에 촛불을 켜게 된 것이기는 하나 원고들로 하여금 촛불을 켜게 하도록 하는 것이 그 자체로 위법하다거나 원고들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③이 사건 화재는 변압기 자체에서 발생한 화재 내지 변압기의 고장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발생한 화재가 아니고 원고들이 촛불을 이용한 행위 및 그 촛불의 관리감독에 관한 원고들의 부주의 내지 과실이 개입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인 점 ④통상 변압기의 고장 및 그로 인한 정전으로 인해 이 사건 화재 내지 이 사건 사고와 동일 내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리라고는 쉽게 예견하기 어려운 점 ⑤변압기의 고장 및 그로 인한 정전이 피고 측의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는 변압기의 고장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또한 원고들은 제1심에서 했던 주경종 및 지구경종 등 화재경보설비의 미작동 관련 주장도 당심에서 반복해 하고 있으나, 아래 제3항에서 보는 것처럼 이 사건 아파트 공용부분의 관리주체이자 직접점유자는 피고가 아닌 주식회사 E이므로 주경종과 지구경종을 포함한 자동화재탐지 및 경보 설비의 유지관리의무는 관리주체이자 직접점유자인 주식회사 E가 진다고 봐야 하는 바 주경종과 지구경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확대된 것이라면 주식회사 E가 그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봄이 타당하고, 간접점유자에 불과한 피고에게 주경종 및 지구경종의 미작동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 있다고는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그 미작동에 관한 피고의 사용자책임이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도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원고들의 추가 주장의 요지(중략)
3. 판단
가.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1)법리(중략)
2)검토
(중략) 이 사건 아파트 공용부분의 직접점유자는 피고로부터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관리주체인 주식회사 E이고 피고는 간접점유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관리방법의 결정이나 이 사건 아파트 공용부분 관리에 관한 일정한 사항들이 여전히 피고의 의결사항으로 남아 있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관리주체로서 이 사건 아파트 공용부분의 직접점유자인 주식회사 E의 점유가 피고의 점유보다 직접적, 구체적이라고 할 것인 바 이 사건 아파트 공용부분의 관리 하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를 보수·관리할 1차적 권한 및 책임은 주식회사 E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민법 제758조 제1항의 1차적인 배상책임을 지는 자는 직접점유자인 주식회사 E라고 할 것이고 피고는 주식회사 E가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해태하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그 책임을 진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원고들이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주식회사 E가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해태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 즉, 피고가 원고들 주장과 같은 경위로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민법 제750조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살피건대, 구 주택법 제47조 제2항은 ‘제43조 제3항에 따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조정해야 하며, 수립 또는 조정된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주요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 및 앞서의 증거들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구 주택법 및 구 주택법 시행령의 관련 규정,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피고와 주식회사 E 사이의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의 내용에 비춰 이 사건 아파트 공용부분의 관리주체 및 직접점유자는 주식회사 E이므로 공용부분의 관리 및 유지보수의무는 원칙적으로 주식회사 E가 부담하는 것이고 피고는 주식회사 E에게 관리업무를 위탁한 위임인에 불과한 점 ②따라서 공용부분의 관리 및 유지보수의 하자로 인해 타인이나 입주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는 주식회사 E라고 봐야 하는 점 ③피고는 예외적으로 주식회사 E에 대한 지휘·감독관계가 인정되거나 공동행위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해 사용자책임 내지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데 피고의 사용자책임이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④구 주택법 제47조 제2항에서 입대의에게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의무,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주요시설의 교체 및 보수의무를 인정하는 듯한 표현을 하고 있기는 하나 공용부분의 교체·보수는 관리행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관리주체의 업무에 속하는 것이 원칙이고, 장기수선계획에 관한 구 주택법의 규정도 사용검사권자는 사업주체로부터 제출받은 장기수선계획을 관리주체에 인계하도록 하고,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에 앞서 필요한 관리소장에 대한 교육은 관리주체가 주관하도록 하며,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고 주요시설을 교체·보수할 의무를 부담할 자로 입대의와 관리주체를 병렬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다가 구 주택법과 구 주택법 시행령상 관련 규정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해석해 보면 구 주택법 제47조 제2항만을 근거로 위탁관리되는 공동주택의 입대의에 관리하자로 인해 발생한 제3자의 손해에 대해 그 배상책임을 곧바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아파트의 공용부분의 하자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것은 관리주체인 주식회사 E라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위 공용부분의 하자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에 관한 불법행위책임이 발생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후략)


재판장 판사 김주호 판사 임수정 판사 오대석

평 석

법무법인 산하
김 미 란 변호사

1. 사건의 경위

가. A는 본건 아파트 입주민으로서 변압기 고장으로 정전이 되자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촛불이 넘어지면서 발생한 화재로 전신 화상을 입게 됐다(이하 ‘본건 사고’라 약칭). 본건 아파트 경비실에는 각 가구 내 화재감지기에서 보낸 화재발생 신호를 수신하는 화재수신반이 설치돼 있었는데 당시 주경종·지구경종의 스위치가 꺼져 있어 경고종이 작동하지 않았다. 본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관할 소방서장으로부터 ‘수신반 주경종, 지구경종 스위치의 임의조작으로 인한 자동 작동 불능상태 방치’를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나. A와 가족들은 A가 입은 손해에 대해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인 주택관리업자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다. 이에 대해 법원은 주택관리업자 B사에 대해서는 30%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으나 입대의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한 근거와 이유는 아래와 같다.

2. 법원의 판단

가. 본건 사고의 발생 또는 확대 원인

법원은 본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A 스스로 켜 놓은 촛불 때문이고, 촛불의 사용 및 관리 책임은 A에게 있으므로 변압기 고장으로 인한 정전이 본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화재 발견 및 경비원의 대처경과, 신고 및 구조 시각 등의 제반 사정에 비춰 볼 때 위 화재 경보 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신속한 대피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경종, 지구경종 등 화재 경보 설비의 미작동은 본건 사고의 발생 또는 확대에 상당인과관계 있는 원인이 된다고 판시했다.

나. 소방시설 안전관리의무 부담 주체-관리주체인 주택관리업자

구 주택법이 공동주택 관리방식에 대해 자치관리 또는 위탁관리로 규정하고 있는 점(동법 제43조 제2항), 위탁관리시 주택관리업자가 관리주체가 되는 점(동법 제2조 제14호), 관리주체는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등 관리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데 소방시설은 아파트 공용부분에 해당한다는 점(동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 제1호), 관리주체는 공동주택의 소방시설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안전관리자 및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정해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점(동법 제49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64조 제1항 제5호) 등에 비춰 볼 때 본건 관리주체인 주택관리업자 B사가 위 아파트 소방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의무를 부담한다.

다. 입대의가 주택관리업자를 관리·감독할 의무를 부담하거나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입대의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한 주택관리업자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위임과 같고, 관리업무의 구체적 집행 내용은 주택관리업자 재량에 따라 이뤄지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입대의가 주택관리업자의 구체적인 소방시설 안전관리에 관한 집행행위 내용에 대해 관리·감독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입대의가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려면 주택관리업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라. 입대의가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민법 제758조 제1항 소정의 공작물 점유자란 공작물을 직접적·체적으로 지배하면서 사실상 점유 관리하는 자를 말한다. 공작물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공작물의 점유가 대리점유 관계에 있을 때는 직접 점유자가 1차적인 배상책임을 지고, 직접 점유자가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은 때는 비로소 간접점유자에게 그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본건 아파트의 관리주체는 B사라는 점, 관리주체가 관리업무 전반을 총괄해 담당할 뿐만 아니라 관리에 필요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점, 주택관리업자는 주택관리업무에 관해 상당한 전문성과 인력·시설·장비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관리주체는 선관주의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관리주체인 B사가 직접 점유자고 입대의는 간접점유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민법 제758조 제1항의 1차적 배상책임은 직접 점유자인 B사에 있고, 만일 B사가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해태하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입대의가 책임을 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3. 판례평석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업무 전반을 총괄하면서 그 구체적인 수행 역시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관리주체다. 따라서 관리의무 소홀로 인한 안전사고 등이 발생하면 그 손해배상책임은 원칙적으로 관리주체에 있고 입대의에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다만,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공작물의 간접점유자에 해당하므로 직접 점유자인 관리주체가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해태하지 않은 때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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