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영화 '가버나움' 속 법 이야기 〈3〉출입국관리법상의 '보호'
조회수 1,272 등록일 2019-10-11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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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김인석 변호사는 영화 '가버나움'을 통해 난민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짚어봅니다.

영화 ‘가버나움’에서 주인공 자인은 부모가 그의 여동생 사하르를 11세의 나이에 강제로 시집을 보내자 그 길로 집을 나와 길거리를 떠돌다 라힐을 만납니다.

라힐은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레바논에서 가정부로 일하다 그 집 경비원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되는 바람에 달아나 빈민가에서 홀로 아들 요나스를 키우면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그렇게 자인과 라힐 그리고 요나스는 라힐의 작은 판잣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라힐은 레바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짜 신분증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아마도 라힐은 가정부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했을 것입니다. 그러던 도중 라힐은 불법체류자인 사실이 드러나 구금되고, 아들 요나스와도 생이별을 하게 됩니다.

앞서 1회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개 주권국에서는 외국인이 해당 국가에 체류하기를 원할 경우에는 일정한 자격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1항은 '외국인은 그 체류 자격과 체류 기간의 범위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1조 제1항은 외국인이 90일을 초과하여 대한민국에 체류하려면 외국인 등록을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이 체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체류조건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제재들을 가할 수 있고, 종국적으로는 이들을 강제로 국적국 등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취하기도 합니다. 이에 우리 출입국관리법은 제46조 이하에서 강제퇴거를, 제67조 이하에서는 출국 권고나 출국명령을, 그리고 제102조 이하에서는 출입국사범에 대한 범칙금의 통고처분도 각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출입국관리법상의 출입국사범에 대한 제재 조치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출입국관리법상의 보호입니다.

우리 출입국관리법 제51조 제1항에는 '출입국관리 공무원은 외국인이 제46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으면 지방 출입국·외국인 관서의 장으로부터 보호명령서를 발급받아 그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 같은 법 제63조 제1항은 '지방 출입국·외국인 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고 되어있는 등 출입국관리법에는 보호나 보호시설에 대한 규정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에서의 ‘보호’가 바로 영화에서 라힐이 처한 것과 같은 구금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 출입국관리법상의 보호는 신체의 자유를 제약함에 있어 출입국사범을 단속하는 주체인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그가 속한 지방 출입국·외국인 관서의 장 명의의 명령서를 발급받는 것만으로도 가능하고, 행정상의 인신구속을 하면서도 별도의 청문의 기회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영장제도 등과 비교했을 때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출입국관리법상의 보호가 강제퇴거의 대상자 또는 그에 해당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에 대한 임시적인 조치라고는 하나, 실제 장기간 강제퇴거를 집행하지 못하여 수년간 보호되는 외국인도 있다는 점에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최근인 2018년에도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인의 합헌 의견과 재판관 5인의 위헌 의견을 바탕으로 합헌 결정을 하였습니다(헌재 2018. 2. 22. 2017헌가29). 다만 위 결정에서도 '심판 대상 조항이 위헌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으나, 강제퇴거 대상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사람에 대한 보호 개시 및 강제퇴거 대상자에 대한 보호 및 연장의 경우 그 판단을 사법부 등 제3의 기관이 하도록 하는 입법적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인다'라고 하여, 헌법재판소가 직접 법률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국내에는 화성과 청주 등지에 외국인보호소가 있는데, 여기에는 외국인 부모와 어린 자녀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에서와 같이 보호로 인해 가족이 생이별을 경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는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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