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영화 ‘어린 의뢰인’ 속 법 이야기 〈4〉범죄피해 아동들의 법정진술에 관하여
조회수 1,529 등록일 2019-09-30
내용

 

[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장민수 변호사는 '칠곡 계모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을 통해 국민 여론과 법 적용의 실제, 범죄피해 아동과 관련된 형사사법 체계 등의 문제점 등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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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영화 ‘어린 의뢰인’에서 관객들이 계모가 아동들을 학대하는 장면만큼이나 보기 힘들어하고 분노하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피해 아동들이 가해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법정에서 증언을 하는 장면입니다.

증인석에 앉아 증언을 하려는 피해 아동들을 피고인석에서 무섭게 노려보는 가해 부모와 그러한 가해 부모 때문에 겁에 질려 제대로 증언을 하지 못하는 피해 아동들을 보며, 사법절차에서 피해 아동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이렇게나 허술한 것에 분노하고 가슴아파 하는 것을 많이 지켜보았습니다.

실제로 ‘칠곡 계모 사건’에서도 가해자인 계모가 사망한 피해 아동의 언니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여 언니가 동생을 죽인 혐의를 받았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간신히 혐의를 벗었고, 재판 진행 도중에 역시 가해자로 지목된 친부가 피해 아동과 격리되지 않고 계속 동거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사건 당시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이 피해 아동 보호에 미흡했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피해 아동이 가해자인 친부와 재판 진행 도중에 같은 공간에 살면서 얼마나 큰 공포에 시달렸을지 생각만 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동의 기억력과 인지능력의 한계로 인해 아동의 진술은 정확성이 떨어지거나, 두려움과 언어능력의 부족으로 자신이 당한 상황을 조리있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왜곡되는 등의 경향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범죄피해 아동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1)아동들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사건 초기단계부터 진술을 확보, (2)진술 이외에 영상 녹화 등 수단을 활용하고 해당 자료의 재판에서의 증거능력 인정, (3)아동들이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 제대로 당시 상황을 진술할 수 있도록 조력, (4)수사나 재판에서 불필요한 증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학대 부모가 허위 진술이나 진술 번복을 강요하지 못하게 예방하고 재조사·재증언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방지, (5)아동들이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후적인 치료 등이 꼭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 사법체계는 위 사항들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선 ‘형사소송법’은 ①법원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증인의 연령, 심신의 상태,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증인이 현저하게 불안 또는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게 할 수 있고, ②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 재판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게 하여야 하며, ③동석한 자는 법원·소송관계인의 신문 또는 증인의 진술을 방해하거나 그 진술의 내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④ 1.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죄의 피해자, 2.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아동·청소년 또는 피해자, 3.범죄의 성질, 증인의 연령, 심신의 상태, 피고인과의 관계, 그 밖의 사정으로 인하여 피고인 등과 대면하여 진술하는 경우 심리적인 부담으로 정신의 평온을 현저하게 잃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법정에서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하여 신문하거나 차폐시설 등을 설치하고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1)수사기관과 법원 및 소송관계인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나이, 심리 상태 또는 후유장애의 유무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조사 및 심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하고,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며, 조사 및 심리·재판 횟수는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수사 및 재판절차에서의 배려), (2)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조사과정은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여야 하고,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 또는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으며(영상물의 촬영·보존 및 증거능력 인정), (3)수사기관과 법원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피해자를 수사하거나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에 신뢰관계 있는 자의 동석을 신청하면 재판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동석하게 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은 동석이 임의적인 데 반해 이 경우는 필요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위 아청법에서 규정한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의 배려와 영상물 촬영·보존 및 증거능력 인정, 신뢰관계 있는 자의 동석을 그대로 규정하는 한편, (1)재판 심리와 증인신문 비공개 및 법정 외의 장소에서의 증인신문, (2)피해자가 증인으로 법원에 출석할 경우 가해자 등과 마주치지 않도록 증인지원관과 증인지원시설의 운영, (3)피해자가 13세 미만일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학자, 그 밖의 관련 전문가로부터 행위자 또는 피해자의 정신·심리 상태에 대한 진단 소견 및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 조회, (4)의사소통 및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조력을 위하여 정신건강의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교육학 등 아동·장애인의 심리나 의사소통 관련 전문지식이 있거나 관련 분야에서 상당기간 종사한 사람으로 구성된 진술조력인의 양성, (5)진술조력인의 수사 및 재판 참여, (6)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증인신문시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를 통한 신문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있어 가장 주요한 법률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위 성폭력특별법과 아청법을 준용하고 있어 동일한 보호를 아동학대범죄 피해 아동에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아동들을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제도들은 참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도 어린 아동들의 희생을 거쳐 만들어진 것일 것이며, 제도도 중요하지만 운용하는 사람 역시 중요한 만큼 만들어진 제도가 적절하게 운용되어 피해 아동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보호를 꼭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병원에 가면 소아과·소아치과 등의 진료과목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소아과나 소아치과 의사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소아전문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의학적으로도 아동은 단순히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동은 성인과는 완전히 다른 신체상태를 가지고 있어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라 성인과는 다른 존재로서의 아동을 인정하고 치료에 임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그러한데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어떨까요. 이제 대한민국의 법체계가 아동을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라 성인과는 다른 독립된 존재로서 인지하고 그들을 철저히 보호하여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런 역할에 미력이나마 보탤 것을 다짐해 봅니다.

다음 회에서는 영화 ‘어린 의뢰인’이 남긴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종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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