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캐노피・새시교체 공사에 장충금 사용 ‘업무상횡령’ “관리소장 조언 받았더라도 최종 결정은 입대의”
조회수 1,204 등록일 2019-09-26
내용

 

<관련기사 제1085호 2018년 8월 15일자 게재>


수원지방법원 제3형사부 판결

사 건 2017노2864 업무상횡령
피 고 인 A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김경년(기소), 최명수(공판)
변 호 인 변호사 B
원심판결 수원지법 안양지원 2017. 4. 21. 2017고정31
판결선고 2018. 6. 29.

주 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원심은 피고인에게 원심 판시 장기수선충당금을 임의로 사용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선고했는데, 이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①공동주택관리법 제67조 소정의 관리사무소장이 될 수 있는 주택관리사는 엄격한 요건에 따른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 공동주택의 운영 및 관리업무에 대해 전문성이 있다. 피고인은 주택관리사 자격이 있는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인 C로부터 수시로 자문을 받아 업무를 수행했는데, 이 사건에서도 장기수선계획 조정절차 등을 거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조언을 받았으므로 이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C는 그 외에도 임원회 회의록을 작성하거나 입주자대표 정기회에 집행내역을 보고했고 공사업체 선정과 계약에 참여하는 등 이 사건 장충금 지출 업무에 있어 깊숙이 관여했다.

②피고인은 입주자대표회의 만장일치의 의결을 거친 후 전체 입주자들로부터 서면동의서를 받는 방법으로 지하주차장 및 각 동 현관의 캐노피와 경비초소 창문 새시를 설치하는 데 있어 장충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그 결과를 입주자들에게 공고하고 지출결의서에 대한 승인을 받았으므로 원심 판시 절차 외의 나머지 요건 및 절차를 모두 구비한 상태였다.

③위 각 캐노피는 건물의 공용부분으로 지하주차장 및 현관의 진입로에 설치된 지붕에 해당하고, 경비초소 창문 새시는 건물 외부 창문에 해당하므로, 모두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2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7조 제1항 별표1에서 규정하는 장충금의 지출대상에 속하는 주요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장충금을 지출했더라도 공동주택관리법 제90조 제3항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④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그동안 지하주차장과 각 동의 캐노피를 설치해달라고 지속적으로 탄원했고, 경비초소의 새시 또한 공동주택의 사용에 있어 필수적인 설비이므로 이러한 용도로 장충금을 지출했더라도 입주민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벌금 100만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관련 법리

가)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고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돼 횡령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2. 8. 23. 2002도366 판결 등 참조)

나)장충금의 법적 성격

공동주택관리법 관련 규정 즉, ①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2항, 제3항은 입대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해야 하며, 주요시설을 신설하는 등 관리여건상 필요해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거나 조정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이를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7조 제1항 별표1에서는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공사종별, 수선방법, 수선주기, 수선율 등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②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3조 제2항 제1호, 제7항은 장충금은 관리비와 구분해 징수하고, 별도의 계좌로 예치·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③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는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요시설의 교체 및 보수에 필요한 장충금을 해당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징수해 적립해야 하고(제1항), 장충금의 사용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르도록(제2항) 규정하고 있고, 공동주택관리법 제90조 제3항은 입대의와 관리주체는 장충금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장충금은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중 주요시설의 수선공사’라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관리비, 사용료, 잡수입 등과 구분해 별도로 징수·적립·관리하고, 그 용도 및 사용 방법도 장기수선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요부분에 대한 유지·보수 공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장기수선계획의 수립 및 조정, 입대의 의결 등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그 자금이 집행되도록 지출용도 뿐만 아니라 그 지출절차와 시기까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라고 할 것이다.

다)관리사무소장의 업무

공동주택관리법 제64조 제1항은 입대의 등은 주택관리사를 해당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3조 제2항은 관리사무소장은 공동주택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입대의에서 의결하는 공동주택의 운영·관리·유지·보수·교체·개량 업무, 위 업무를 집행하기 위한 관리비·장충금이나 그 밖의 경비의 청구·수령·지출 및 그 금원을 관리하는 업무, 하자의 발견 및 하자보수의 청구, 장기수선계획의 조정, 시설물 안전관리계획의 수립 및 건축물의 안전점검에 관한 업무 등을 집행한다. 결국 주택관리사 자격을 갖는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는 입대의에서 의결하는 관리비, 장충금의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그대로 집행하는 사무에 한정하고, 이와 관련한 사항에 대한 결정권한은 어디까지나 입대의에 있다 할 것이다.

2)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업무상횡령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다퉜다. 이에 대해 원심은, ①피고인이 이 사건 장충금 사용에 관해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2항에 따른 장기수선계획을 검토하지 않았고, 이 사건 장충금의 사용 용도도 위 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②피고인은 이 사건 장충금을 사용함에 있어 관리소장에게 문의하는 외에 별다른 법적 검토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법에 의해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장충금을 정해진 용도 외에 사용한 점에 관해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것이고, 피고인이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았다는 등의 사정은 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봐 원심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위와 같은 원심 설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보태 보면, 피고인이 입대의 회장으로서 관리비 등 예산을 집행할 지위에 있었고, 비록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공사대금의 지급을 위해 장충금을 사용했을 뿐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이를 사용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아파트 공용부분의 유지·보수공사 용도만 사용할 수 있는 장충금을 사용함에 있어 관련법령과 관리규약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자의적인 판단 아래 사전에 거쳐야 할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전용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가 실현된 것이어서,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원심에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인 C는 피고인에게 원심 판시 장충금 지출 절차에 관한 사항을 조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령 조언을 했더라도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는 입대의가 의결한 공동주택의 관리 등의 업무를 그대로 집행하는 데 그치는 이상 정식으로 법적 검토를 수반한 자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위와 같은 사항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입대의 회장으로서 자금 집행의 용도 및 절차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장충금의 사용에 대해 별개의 전문성 있는 법적 검토를 진행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확인절차를 만연히 거치지 않았다.
②설령 C가 장충금의 지출과 관련해 임원회의 회의록을 작성하고, 입대의 정기회에 집행내역을 보고했으며, 공사입찰 관련 현장설명회의 실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했더라도 이는 모두 관리사무소장의 고유업무로서 공동주택의 운영, 관리, 장충금의 지출에 관한 집행 행위에 불과하다. 그 외에 C가 이 사건 장충금의 지출과 관련해 입대의의 의결에 영향을 주거나 그 결정에 개입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C가 그 결정에 영향을 줬더라도 피고인과 C는 최소한 이 사건 범행을 순차적·미필적으로 공모한 공범관계가 성립할 뿐이다.
③위 각 캐노피 공사계약은 입대의 등이 아닌 관리주체라고 할 수 있는 C씨 명의로 체결됐고 애초에 위 공사대금은 수선유지비에서 지출됐던 점에 비춰 보면 피고인은 위 각 캐노피 공사는 장충금에서 지출될 항목이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
④피고인은 장기수선계획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장충금 사용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2015. 12. 29. 정기 입대의에 위 각 캐노피 및 새시에 대한 장충금 사용에 관한 안건을 상정해 이를 의결하도록 했다. 또한 피고인은 이와 관련해 전체 입주자 대다수의 서면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위 각 공사 진행 여부에 대한 동의를 받은 것에 불과하고 장충금의 전용에 대한 승인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⑤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7조 제1항 별표1 및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에 의하면 장충금의 지출 대상이 되는 주요부분은 건물 외부의 지붕, 창문, 출입문, 건물 내부의 천장, 내벽, 계단, 전기, 급수, 난방시설 등 관련 법령상 또는 해당 공동주택을 신축·거주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하는 시설물 또는 구조물이다. 이와 관련해 피고인은 위 각 캐노피와 새시 부분은 위에서 규정한 장충금 지출대상인 건물 부분 중 지붕과 창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각 부분은 위 시행규칙 규정상 장충금 지출대상으로 열거돼 있지 않음이 명백할 뿐만 아니라(앞서 본 법리에 비춰 볼 때 장충금 지출대상 및 그 용도는 엄격하게 한정해야 할 것으로 보여 열거적 규정으로 보인다) 위 규정을 구체화시켜 이 사건 아파트에 반영한 관리규약을 보더라도 별표3(공용부분의 범위)에서 주차장과 경비초소를 건물 부분이 아닌 부대시설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건물 부분에 해당하지 않고, 별표12(장기수선계획 수립 대상시설과 그 표준수선 및 표준율)에서는 같은 부대시설인 전기설비, 가스설비를 장충금 지출대상으로 규정한 반면 위 각 캐노피와 새시 부분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위 법령 및 관리규약에서 규정하는 장충금의 지출 대상이 되는 주요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⑥이 사건이 발생한 2015~2016년경 입대의에서는 장충금의 사용대상에 해당하는 상하수도 배관에 대한 개량 여부를 논의했으나 장충금이 매우 부족해 2017. 9.경부터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아 장충금을 2배 이상 인상했을 뿐만 아니라 2018. 3.경 군포시로부터 장충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하수도 배관 개량에 관한 보조금 지원 제외 결정을 받았다. 이와 같이 위 장충금이 충분한 것은 아니었고 이 사건 아파트가 신축된 지 30년 정도에 이르러 장래에도 장충금의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므로 이를 입주민들이 알았다면 위 각 공사에 대해 동의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고 결과적으로도 입주민들에게 이익이 아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⑦피고인은 이 사건에서 문제된 부분을 반영해 2016. 2.경 장기수선계획서를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위 장기수선계획서는 2004년 제정된 이후 2014. 12. 22. 4차 수정을 거쳐 2016. 2. 4.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공동주택관리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관련 규정은 장기수선계획을 수시로 바꾸는 것은 공동주택의 주요시설에 대한 안정적 수선 및 관리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법적 판단하에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단지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수선주기가 도래하기 전에도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에 관한 검토 없이 장충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장충금을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중 주요시설의 수선 및 교체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 적립하기 위해 엄격하게 관리, 사용하도록 한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련 규정의 입법목적을 잠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수선주기가 도래하기 전에도 장기수선계획에 들어있기만 하면 장충금을 지출할 수 있다고 할 경우, 장기수선계획에 수선주기 및 수선율을 명시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후략)
‘재판장 판사 김장구
판사 이석준
판사 김경인

판례평석

김 미 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1. 사건의 경위

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는 장기수선계획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입대의 의결을 통해 입주자들로부터 서면 동의서를 받는 방법으로 지하주차장 및 각 동 현관의 캐노피와 경비초소 창문 새시를 설치(이하 ‘이 사건 공사’라 약칭)하는 데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가 업무상 횡령으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나. 이에 A는 항소를 제기하면서 이 사건 공사는 관리사무소장의 자문을 받아 진행된 점, 입주자대표회의의 만장일치 의결을 거쳐 입주자들로부터 서면 동의를 받았고, 그 결과를 공고한 후 지출결의서 승인을 받은 점, 설치된 캐노피는 지하주차장 및 현관의 진입로에 설치된 지붕에 해당하고, 경비초소 창문 새시 역시 건물 외부 창문에 해당하므로 장기수선충당금 지출대상에 속하는 주요시설에 해당한다는 점, 위와 같이 캐노피를 설치하게 된 것은 입주민들의 지속적인 탄원이 있었기 때문이고, 경비초소 새시 역시 공동주택 사용에 있어 필수적인 설비였으므로 입주민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이를 장기수선충당금을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업무상 횡령의 불법영득의사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2. 법원의 판단

가. 업무상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보관하는 타인 재물을 마치 자기 소유인양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
특히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한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 자체가 불법영득의사의 실현이 되므로 횡령죄가 성립한다.

나. 법원은 업무상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대한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장기수선충당금의 법적 성격과 이 사건 아파트에 시행된 해당 공사의 내용, 관리사무소장의 업무 성격 등을 토대로 A에 대한 유·무죄 판단으로 나아갔다.

다. 법원은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조정하도록 하면서 주요시설 신설 등 관리여건상 필요해 전체 입주자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그 이전에도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장기수선계획 수립 시 공사종별, 수선방법, 수선주기, 수선율 등을 정하게 돼 있고,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비와 별도로 구분돼 징수되고 관리되는 점,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고,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중 주요시설의 수선공사’라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관리비, 사용료, 잡수입 등과 구분해 별도로 징수·적립·관리하고, 그 용도 및 사용 방법도 장기수선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요부분에 대한 유지·보수 공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장기수선계획 수립 및 조정,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등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그 자금이 집행되도록 지출용도 뿐만아니라 그 지출절차와 시기까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라 봤다.

라. 또한 법원은 관리사무소장의 자문을 거쳐 업무를 수행했다는 A의 주장에 대해 설령 관리사무소장의 조언이 있었다 하더라도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한 공동주택의 관리 등 업무를 그대로 집행하는 데 그치는 이상 정식으로 법적 검토를 수반으로 한 자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사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지출 대상이 되는 주요부분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장기수선충당금을 비롯해 관리비 등 예산을 집행할 지위에 있었고,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된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에 있어 관련 법령이나 규약 등의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자의적 판단 하에 사전에 거쳤어야 할 장기수선계획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전용했으므로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3. 판례평석

‘횡령’이라고 하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보관 중이었던 타인의 금원을 자기 주머니에 넣는 경우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형사적으로 문제되는 ‘횡령’은 이보다는 좀 더 넓은 개념이다. 비록 사리사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도 당초 제한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했거나, 절차를 위반해 사용한 때는 업무상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아파트에서 업무상 횡령이 문제되는 금원의 집행은 해당 금원이 당초의 제한된 용도를 벗어났는지 여부와 해당 금원 집행을 위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의 주요부분에 대한 유지・보수 공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엄격히 그 용도가 제한된 금원인 점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이 사건은 관리사무소장의 업무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는 사항을 그대로 집행하는 사무에 한정되고 그 결정권한은 어디까지나 입주자대표회의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입주자대표회의가 면밀한 검토 없이 자의적 판단 아래 위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고 있다.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