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영화 ‘어린 의뢰인’ 속 법 이야기 〈2〉민법상 친권자의 친권상실·친권자 변경 등에 관하여
조회수 794 등록일 2019-09-23
내용

 

[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장민수 변호사는 '칠곡 계모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을 통해 국민 여론과 법 적용의 실제, 형사사법 체계 등의 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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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지난 칼럼에서 본 것처럼 영화 ‘어린 의뢰인’의 모티브가 된 ‘칠곡 계모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출발점은 피해자인 의붓딸의 친부모가 이혼을 하고 친부가 계모와 재혼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민법상 부모는 미성년의 자녀에 대해 ‘친권’을 가지는데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의 자녀를 보호·교양할 권리·의무를 말하는 것으로서 크게 신상에 관한 것(보호교양, 거소지정, 인도청구, 징계, 감호기관에 위탁 등)과 재산에 관한 것(대리권, 동의권, 관리권 등)으로 나눠집니다.

칠곡 계모 사건처럼 친부모가 협의이혼을 할 경우 민법은 원칙적으로 부모가 협의하여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를 정하고 예외적으로 협의가 없거나 이루어지지 않은 때, 혹은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에 가정법원이 친권자를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909조 제4항).

칠곡 계모 사건의 경우 친부모 이혼 당시 협의로 친부가 친권자가 되기로 하였지만, 친부의 양육능력 부족으로 피해 아동들은 6년간 고모집에서 양육되다가 친부가 계모와 재혼하면서 계모도 피해 아동들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친권(親權)’이라는 용어 때문에 부모가 미성년의 자녀에 대하여 가지는 일방적인 권리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친권은 권리와 더불어 미성년자를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의무의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부모가 아동학대를 하는 등 친권을 남용하면 친권 행사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친권이 상실될 수도 있습니다.

칠곡 계모 사건에서 계모가 피해 아동들을 폭행한 것이 친권자로서의 민법상 징계권(민법 제915조)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징계권은 부모가 무제한적이고 일방적으로 자녀를 제재할 수 있는 권리가 결코 아니며, 자녀가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지도하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권리일 뿐입니다. 따라서 칠곡 계모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는 어떠한 경우에도 징계권의 행사로 인정될 수 없습니다.

아동학대로 인해서 피해를 입는 아동들은 가해자인 부모가 친권자라는 이유 때문에 부모의 학대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칠곡 계모 사건처럼 친권자가 도저히 친권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을 상황이 존재하면 부모의 친권을 배제하여 아동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이때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 우선 법원에 친권 상실의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924조). 민법은 친권 상실의 사유로 (1)친권 남용, (2)현저한 비행, (3)기타 중대한 사유를 들고 있는데 칠곡 계모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는 ‘친권 남용’에 해당하는 친권 상실 사유라고 할 것입니다. 다만 법원은 친권 상실의 청구가 있더라도 이를 인정하는 데 있어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친권의 박탈 여부는 미성년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친권을 함부로 상실시키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친권 상실의 청구 이외에도 민법 제909조 제6항에서 규정한 친권자 변경 청구를 통하여 친권자를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2014년 칠곡 계모 사건 피해 자매의 친모가 계모의 학대를 방관한 친부를 상대로 친권의 박탈을 청구하는 친권상실심판을 대구가정법원에 신청하였는데, 법원의 친권상실 선고 전에 친모가 별도로 신청한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친모가 피해 자매 중 남은 맏딸의 단독 친권자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 친권상실심판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 친권상실청구를 취하한 적이 있습니다.

친부는 칠곡 계모 사건에서 계모의 자녀 학대를 방관하며 자녀들을 보호하지 않았기에 징역 4년이 선고되었으며 올해 4월 만기 출소하였습니다. 만일의 경우이지만 피해 자매 중 남아있는 맏딸의 단독친권자인 친모가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2013년 7월 1일 이전까지의 민법에서는 친부의 친권이 자동적으로 부활하여 맏딸이 미성년자일 경우 맏딸은 다시금 끔찍한 친부의 친권 아래 놓이게 되고, 친부의 친권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친부에 대한 친권 상실의 청구 혹은 친권자 변경의 청구를 하였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민법 제909조의 2(이른바 ‘최진실법’)에 의해 그 경우에도 친부의 친권이 자동적으로 부활하는 것이 아니고 친권자 지정의 청구를 통한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친권자를 지정하게 됩니다.

필자는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친족법 및 판례를 살펴보면서, 고 최진실씨, 그리고 칠곡 계모 사건의 피해 아동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 및 법체계가 점점 미성년 아동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꼭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들을 통하여야만 이런 진전이 있을 수 있었는지, 문제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었는지 안타까운 심정도 함께 들었습니다.

미성년의 아동들이 친권자의 학대로부터 벗어나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우리 사회가 굳건히 보호해 주는 것이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의 관계자들이 겪은 아픔을 헛되이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회에는 칠곡 계모 사건으로 인하여 아동학대에 관해 변화된 관련 법령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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