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속 법 이야기 -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권한행사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조회수 830 등록일 2019-09-04
내용

 

[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 드라마 콘텐츠 내용 중 관객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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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정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60일, 지정생존자’는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이 테러로 모두 사망함으로 인해 권한대행자가 국정을 이끌게 되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다만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는 미국과 달리 제목에 ‘60일’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는데, 이는 미국은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정식 대통령으로서 전임자의 잔여임기 동안 재임하는데 반해, 한국은 권한대행자가 대통령 궐위 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의 기간인 60일 동안만 재임하기 때문입니다. 즉 한국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대행자의 대행기간이 60일을 넘어갈 수 없기 때문에 미국과 달리 ‘지정생존자’ 앞에 ‘60일’이라는 문구가 추가된 것입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대통령 권한대행자 지진희는 미세먼지 분야를 연구하는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데, 전직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지진희를 환경부 장관으로 발탁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테러로 인해 모두 사망하게 되면서, 지진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사실 최근 2번의 탄핵을 경험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는 않겠지만, 2차례 탄핵 때 모두 국무총리들이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헌법 제71조와 정부조직법 제26조 제1항에 의하면 환경부 장관도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에 오를 수는 있으나, 환경부 장관의 순서가 14번째에 불과하기 때문에,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은 아마도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예상치 못하게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자리에 오른 지진희는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군의 캄보디아 파병에 관한 결정을 하고, 대통령령도 공포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합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대행자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최대 60일 동안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불과할 뿐 아니라,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과 달리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자도 아니기 때문에, 과연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대통령의 권한을 어느 정도 범위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한 헌법학자들의 의견이 나뉘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자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임시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자일 뿐 아니라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권한은 잠정적인 현상유지에만 국한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진희가 국군 파병과 같이 국가안보에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권한행사 범위에 관한 명시적인 법규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권한을 행사할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최근 2차례 탄핵을 겪으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권한범위 문제로 인해 큰 혼란을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권한범위의 문제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직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안이 신속하게 제정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장정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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