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동화 속 공주들의 잔혹사 〈3〉이몽룡, 춘향이를 믿어줘!
조회수 744 등록일 2019-08-13
내용
[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곽노규 변호사는 디즈니 영화 '라푼젤'과 '백설공주'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춘향전' 등을 통해 '동화 속 공주들의 잔혹사'와 그와 관련되는 법적 쟁점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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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산하 곽노규 변호사

오늘은 외국 공주들(?)에 이어 한국 공주(?)를 만나보려고 합니다. 공주라고 할 수 있을지 조금 애매한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춘향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지고지순한 사랑, 일편단심의 대명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춘향이가 그토록 사랑한 이몽룡! 이몽룡 또한 장원급제를 하고도 춘향이와의 약속을 지킨 사랑꾼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필자는 사실 이몽룡을 춘향이에 견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몽룡은 춘향이를 믿지 못한 것일까요?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한 이유로 모진 옥살이와 매까지 맞았는데, 또다시 본인의 수청을 들라는 시험에 들게 하다니요… 도대체 춘향이의 사랑을 몇 번이나 확인을 하는 것인지 너무했다 싶기도 한데요.

만약 2019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춘향이가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물론 변사또의 만행은 형사적으로 감금, 강간미수 등등에 해당하고 형사처벌 대상이 됨에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춘향이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몽룡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일 텐데요, 만약에 한양으로 공부하러 가서 연락도 되지 않는 이몽룡에게 춘향이가 ‘사실혼 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한다면 법원은 이 청구를 받아들여 줄까요.

사실혼 관계 존부 확인의 소란 본인은 혼인신고를 원하지만 상대방은 혼인신고에 협력하지 않아 혼인신고를 할 수 없을 때에 소를 통하여 사실혼 관계에 있음을 확인받아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이몽룡이 혼인을 약속해놓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면 춘향이가 고려해 볼 만한 방법인데요.

관련하여 우리 판례는 사실혼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동거생활을 한 것으로는 부족하고 쌍방이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보며, 나아가 과거의 사실혼이 존재했더라도 현재 사실혼이 해소되어 사실혼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 청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에 따르면 춘향이가 만약에 이몽룡에게 사실혼 관계 존부 확인의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여도 춘향이와 이몽룡은 이미 같이 살고 있지도 않고, 더구나 과거에도 둘은 열렬히 사랑했을 뿐 둘 사이에 혼인관계의 실체가 있었다거나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사가 있었다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승산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과거나 현재나 춘향이가 이몽룡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법적 조치로는 이몽룡의 마음을 잡아둘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이몽룡이 춘향이와 약속을 지키는 행복한 내용으로 마무리되니 필자는 이 결말이 반가울 뿐입니다.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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