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곽노규 변호사의 생활 속 법 이야기] 왕비는 백설공주를 왜 죽이려고 했을까
조회수 1,357 등록일 2017-12-07
내용

얼굴이 하얗고 사과같이 예쁜 미녀를 보면, 우리는 백설공주를 떠올립니다. 백설공주의 미모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새 왕비는 공주가 자신보다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공주를 죽이려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데요, 오늘은 백설공주를 통해 상속순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왕비는 사냥꾼을 시켜 공주를 죽이려 한 것이 실패하자, 직접 할머니 변장까지 하며 공주에게 독사과를 먹이고 공주를 죽이는데 일단은 성공합니다. 다행히 동화는 왕자의 키스로 깨어난 공주가 왕자와 결혼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데요, 필자는 이 아름다운 동화를 범죄 수사물 버전으로 재구성해보고자 합니다.

왕비는 왜 공주를 죽이려 했을까요? 모든 행동에는 동기가 있기 마련인데요, 상속 문제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법 제1000조는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자 및 그 순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요, 1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입니다. 이때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는 1순위, 2순위 상속인들과 동순위로 상속인이 됩니다.

그러니까 배우자의 경우, 망인에게 자녀가 있다면 자녀와 공동으로, 망인이 자녀는 없으나 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면, 부모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망인이 자녀도, 부모님도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는 단독으로 상속인이 됩니다.

동화 속에서 왕은 그 지위를 승계한 상태였으니 이미 직계존속은 사망하였을 것이고, 왕의 가족은 아마 공주와 왕비가 전부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왕비는 백설공주의 존부에 따라, 왕의 사망 후 왕국의 재산을 전부 차지할 수 있는지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죠.

수사물 버전으로 좀 더 보태면 왕의 건강 상태는 그리 좋진 않았을 것이고, 그러니 왕비는 왕국의 전 재산이 자신 것이 되느냐, 공주와 나눠 가져야 하느냐의 기로에 서서 공주를 죽이고 싶었을 겁니다. 결국 그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만요.

그런데 만약에 왕비가 백설공주를 죽이는데 성공했다면, 단독으로 왕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우리 법이 이런 상황을 허용할 리가 없습니다. 민법 제1004조는 자신과 동순위에 있는 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는 상속인의 자격이 박탈됨을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공주를 죽이려고 한 못되고 어리석은 왕비는 쇠로 달군 신발을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춰야 하는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인과응보, 사필귀정입니다.


[곽노규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43기
▲ 법무법인 산하 가사상속팀 수석변호사


출처 [http://daily.hankooki.com/lpage/column/201712/dh201712071108551456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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