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곽노규 변호사의 생활 속 법 이야기] '범죄도시' 속의 사실혼에 관한 일련의 쟁점들
조회수 1,114 등록일 2017-12-08
내용

“니 내 누군지 아이~?” 배우 윤계상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로 범죄도시 속의 장첸은 정말이지 무시무시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중독성 있는 장첸의 말투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도는데요, 나도 모르게 한 번은 따라 해 보게 됩니다. “너는 그 돈 갚기 전엔 죽고 싶어도 못 죽는다”

그런데 영화 속에는 장첸 때문에 돈을 갚기 전이라도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독사의 부하인 승우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아내 혜경입니다. 승우가 발단이 되어 장첸으로부터 강간까지 당했는데 정작 승우는 혜경을 원망하니 여간 힘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혜경은 무엇을 할 수 있을런지요, 일단 도수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을 겁니다. 둘은 법률상 부부가 아니므로 헤어짐에 있어 어떠한 법적 사유나 절차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혜경은 도수를 상대로, 사실혼 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나아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있다면 재산분할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관련하여 우리 판례는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839조의 2는 혼인 취소는 물론 사실혼 해소의 경우에도 해석상 준용 내지 유추 적용되는데(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6두36864판결),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때 소멸하므로, 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 역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된 때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

"그리고 사실혼 관계는 사실상의 관계를 기초로 하여 존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고, 당사자 일방의 파기로 인하여 공동생활의 사실이 없게 되면 사실상의 혼인관계는 해소되는 것이며,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해소된 때에는 유책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나지 않고, 상대방이 의사 능력이 없거나 생사가 3년 이상 불명인 경우 등에서의 재판상 이혼과의 균형상 굳이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 및 그 수령 등을 그 해소의 요건으로 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9. 2. 9. 자 2008스105결정)”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장첸에 대해서는 강간으로 고소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혜경은 장첸으로부터 완전히 의사가 제압된 상태였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폭행 등의 가해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엄연히 강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물론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처럼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혼인관계에 관하여는 일정 부분 법률혼과 대동소이하게 보호하려는 것이 우리 법의 기조입니다. 다만, 상속, 자녀가 출생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차이점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곽노규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43기
▲ 법무법인 산하 가사상속팀 수석변호사


출처 [http://daily.hankooki.com/lpage/column/201712/dh201712081131301456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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