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정비업자 용역 범위 벗어난 행정 명령의 효력
조회수 915 등록일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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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민석 법무법인 산하 대표변호사/ 아유경제 편집인

서울의 H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D건설과 공사도급계약을, L산업과는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H조합과 L산업 사이의 용역계약에 따르면 L산업은 조합에게 ‘조합 규약 검토 및 자문, 정비기본계획 변경ㆍ교통영향평가ㆍ건축심의ㆍ사업승인 등의 업무지원, 사업성 분석ㆍ시공자와의 계약서 검토ㆍ조합원총회 개최ㆍ조합원 관리ㆍ협력 업체 선정 및 계약조건 검토ㆍ관리처분 기준안 작성ㆍ조합원 분양 및 일반분양 관련 업무ㆍ조합 해산 및 청산 등의 관련 업무 지원, 기타 재건축사업 관련 업무, 각종 회의 관련 자문, 조합의 각종 민원 및 분쟁사항 조정 업무 일체’ 등의 용역 업무를 제공하도록 열거하고 있었다.

이후 D건설은 C사에 철거공사 및 잔재 처리 부분을 하도급 주었는데, C는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한 2004년 12월 중순 경부터 사업구역 내 기존 건축물의 창틀, 장판, 새시, 난방배관 등 내부시설물에 대한 해체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관할 구청은 D, C건설에 구두 및 공문으로 철거공사를 중지하라는 명령을 하였고, L산업의 H조합 업무 담당자인 K는 구청의 공사 중지 명령 공문을 조합에 전달하였고, 조합은 D건설에, D건설은 C건설에 각각 철거공사를 중지하라고 지시하였다. C건설은 그 다음날 즉시 철거공사를 중단하였으나 2005년 1월 20일 경 관리처분인가가 임박하였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다시 철거공사를 재개하였다. 구청장은 같은 달 24일 관리처분인가 전에 기존 건축물을 철거한 것은 「도시 및 주겨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위반이라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자)인 L산업과 업무담당자인 K를 고발하였고, 검사는 이들을 기소하였다.

L산업과 K는 조합과 공모하여 철거공사를 시행하도록 한 사실이 없고, 철거공사는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의 계약범위를 벗어난 것이며, 구청의 공사 중지 명령을 조합에 그대로 전달하고 공사 중지를 자문하여 준 이상 철거공사 중지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아서는 아니된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도시정비법상 공사 중지 명령 및 명령위반에 대한 형사책임 대상으로 정비업자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고, 도시정비법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계약상 정비업자는 해당 사업에 대한 최종적이고 전반적인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으므로 철거공사에 대하여도 같은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유죄를 주장하였다.

위 사건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관련 도시정비법의 입법 취지, 법문의 내용을 고려하여 볼 때 위 처벌규정은 사업시행자와 동일한 정도로 공사 전반에 대한 최종적이고 광범위한 지시감독권한을 위임받은 정비업자가 철거중지명령을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을 경우를 의율하고자 하는 것이지, 제한된 범위의 자문업무 만을 위탁받은 자로서 사업시행자로부터 철거공사 업무를 포함한 공사시공 전반에 관하여 지시감독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정비업자가 철거중지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중지시키지 못한 경우까지 처벌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면서, “L산업과 K가 철거공사를 포함하여 공사 전반에 대하여 최종적이고 전반적인 책임자라거나, 철거공사업자에 대하여 철거공사를 시행시키거나 중지시킬 수 있는 지시, 감독권한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철거중지명령을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L산업과 K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하여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06년 6월 22일 선고ㆍ2005고정2442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서울남부지방법원 2006년 10월 20일 선고ㆍ2006노822 판결)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위반 죄가 성립하려면 그 명령이 정비업자가 조합으로부터 위탁받은 사항에 관련된 경우에 한정되고, 명령이 정비업자가 수행할 수 없는 업무에 관련된 것인 경우에는 정비업자를 상대로 공사 중지 등에 관한 명령을 할 수 없다”면서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대법원 2008년 2월 29일 선고ㆍ2006도7689 판결). 

오민석 변호사  koreaar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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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areyou.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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