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국의 공동주택, 무늬만 위탁···‘사실상 자치관리’
조회수 787 등록일 2017-01-05
내용

인사·노무 등 업무지휘권 입주자대표회의에

제도와 현실의 실질적 괴리 상태 큰 문제

 

주택관리업자의 영세성, 의결·집행기능 상호견제 붕괴,
일률적 위탁수수료 책정 등 원인

 

 


본지는 2017년 새해를 맞아 ‘공동주택 위탁관리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지면좌담회를 실시했다.
이번 지면좌담회는 우리나라 공동주택 위탁관리제도의 특징과 현주소에 대해 알아보고 제도적 개선방향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마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 한국집합건물법학회 박종두 전 회장, 주거문화연구소 김정인 박사, 법무법인 산하 오민석 변호사, 한영화법률사무소 한영화 변호사가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공동주택 위탁관리제도에 대해 인사·노무 등 모든 업무지휘권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있어 사실상 자치관리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선 주택관리업자의 영세성에 의한 과당경쟁, 의결·집행기구 상호견제기능 붕괴, 일률적 위탁관리수수료 책정 등을 꼽았다. <이인영, 서지영, 고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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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공동주택 위탁관리제도의 문제점은.

 

오민석 변호사: 우리나라 위탁관리는 사실상 자치관리와 거의 차이가 없다. 관리소장을 비롯한 관리직원의 선발, 급여나 근무조건,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모두 입주자대표회의가 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치관리든 위탁관리든 불문하고 관리소장이 모든 업무를 집행하고 그에 따른 책임까지 떠안게 만드는 위탁관리업계의 관행과 이를 가능케 하는 제도적 결함이 결합해 위탁관리업체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위탁관리는 관리업체가 아파트에 관리주체로서의 명의만 대여하고 그 수수료만 따먹는 무늬만 위탁관리다.

두성규 연구위원: 한국식 위탁관리는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하는 주택관리업자와 사실상 입주자대표회의의 감독 하에 있는 현장의 관리주체(관리소장)로 이원화돼 위탁관리임에도 책임 및 권한, 관리주체의 임기 등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좌우되는 등 제도와 현실의 실질적 괴리상태가 가장 큰 문제다. 이와 함께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충분한 지식이나 관심, 감독능력이 없으면 주택관리업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의사와 동떨어진 관리나 부실관리를 이어나갈 우려가 크다. 아울러 주택관리업의 상당수가 영세한 편이어서 입주자(대표회의)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관리서비스 제공이 충분치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상존한다. 또한 영세업자들은 관리서비스질의 향상보다는 불필요한 가격경쟁, 담합 등 불공정한 거래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크다.

김정인 박사: 전문인력을 현장에 배치하지만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즉 위탁관리수수료만 받는 구조인데, 이렇게 되면 현장의 관리감독이 힘들 것이다.

 

한영화 변호사: 관리를 위탁했으나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실상 근로자의 인사·노무관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경우 자치관리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 이처럼 한국식 위탁관리가 나오게 된 배경은.

 

박종두 교수: 우리나라 공동주택이 공영주택에서 출발해 정부 주도의 주택을 공급하면서 소위 아파트, 연립주택 등을 공동주택이라 칭하고,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이 공공재적 성질을 가진다는 발상과 무엇보다 오늘날 공동주택이 집단화되고 고층화됨으로써 소유자 중심의 관리에 한계가 있음을 우려해 건물의 관리를 국가가 자격을 부여한 주택관리사를 중심으로 관리하게 하고 감독하려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인: 자치관리와 위탁관리 중에서 관리방식을 선택하도록 돼 있지만 위·수탁 관리계약 체결시에는 관리업무를 위탁하는 기업이 가져가는 이윤으로서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곱미터(㎡)당 얼마인 식의 수수료로 계약한다. 수수료는 은행이나 행정기관에서 서류발급 등의 업무처리를 할 때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비용으로 생각된다. 제대로 된 위·수탁 관리계약이라면 계약하는 주택관리업자가 선발한 직원에 의해 업무 범위와 업무를 수행하는 기준이 명시돼야 한다. 그리고 그에 소요되는 비용이 책정돼야 한다. 공동주택 단지마다 노후화 정도, 물리적인 특성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뤄진다. 주택관리업자가 선발한 직원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가 힘들다. 또 한 가지는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관리업무 내용이 광범위하게 설정돼 있다. 관리를 전문회사에 위탁하는 이유는 우리 단지의 특성에 맞춤형으로 운영, 기술적 지원, 즉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것인데 법에 정해져 있는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것만 요구하기 십상이고 실제로 현장의 주택관리사가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때문에 실제로 위탁관리회사에서 ‘서비스영역’에 까지 역할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

 

오민석: 의결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와 집행기구인 주택관리업자 사이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붕괴됐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의 선정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기화로 주택관리업자의 인사 및 노무 등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고 영세한 주택관리업자는 수주경쟁과 박한 이윤 탓에 이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주택관리업자나 주택관리사 등이 전문성을 강화하고 윤리성을 고양하는 등의 자체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입주자나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관리업체 및 관리소장의 역할 및 전문성을 존중하고 상호 권한책임을 나누고 있다는 점을 각인하지 않는 한, 한국식 공동주택 위탁관리의 문제점을 해소하기는 요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 앞으로의 관리방식이 자치관리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영화: 법령상 관리방법은 크게 자치관리와 위탁관리인 바, 입주자 등은 그 관리방법을 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으므로 이는 곧 입주자 등의 선택에 달려 있는 사항이다.

박종두: 법률적 의미에서 ‘관리행위’란 소유권의 권능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자기의 재산을 자기의 의사와 기관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오늘날 소위 공동주택은 집단화되고 고층화됨으로써 설령 자치관리기구가 전문인력과 설비를 갖춰 관리하더라도 일정한 한계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치관리가 위탁관리보다 바람직하다고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위탁관리를 하는 경우에도 관리의 대상이 주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리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시설·경비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물적 관리사항은 위탁관리토록 하고 주민의 갈등, 분쟁의 해소와 같은 인적 관리사항은 자치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규모 공동주택에서는 자치관리가 소유자관리의 법리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관리비 절감, 주민공동체 화합에도 부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두성규: 국내 주택관리업자의 영세성, 과당경쟁에 따른 관리서비스 질의 하향 평준화 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자치관리와의 비교에서도 전문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는 등 현안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위탁관리무용론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위탁관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주택관리업자로 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향후 주택관리업자의 전문성 보강과 질 높은 관리서비스의 개발, 파견 관리소장의 자질 향상 등을 통한 위탁관리 가치의 극대화 노력을 좀 더 경주할 필요가 있다. 일정규모 이하의 경우에는 자치관리가 오히려 효율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규모별로 구분해 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관리방식을 입주자(대표회의)의 자율적 선택에 맡긴다는 원칙 아래 주택관리업체의 선진화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현안 및 문제점들을 중장기적 제도 개선의 차원에서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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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위탁관리의 건전한 발전 위한 공동노력 필요”

 

자치관리 전환에 대해선 전문가들 이구동성
“입주자(소유자)의 선택적 권리”

 

 

개선방안으로 ‘주택관리업자 전문성 강화·지원’,
‘표준관리매뉴얼 마련’ 등 제시

 

▶ 한국 공동주택 위탁관리제도의 개선방향은.

김정인: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주택관리업과 주택관리사에 의해 전문관리가 실현된다. 주택관리업자의 역할은 우수한 전문인력을 현장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역할이 끝나서는 안 된다. 전문인력에 대한 새로운 정보제공과 교육·훈련을 통해 변화무쌍한 정책과 입주자의 니즈에 부합하도록 전문기업만의 노하우로 피드백해야 한다. 주택관리업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위탁관리를 선택하고 관리 서비스를 받고 싶도록 입주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그에 상응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기업의 수장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주택관리업자 단체는 해외의 전문가 단체들이 얼마나 많은 표준문서를 만들어내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두성규: 공동주택관리법의 제정·시행으로 국내 공동주택 관리도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선진 제도의 도입을 포함해 기존 공동주택 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해나가는 노력이 지속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택관리업계도 새로운 관리시장의 변화에 부응해 전문성 보강과 새로운 관리서비스 보강, 기다리는 서비스에서 찾아가고 살펴보는 서비스로의 관리서비스 성격 전환, 관리업체의 전문성과 재정상태 확충 등이 이뤄져야 한다. 자치관리와의 경쟁보다는 국내 공동주택 관리의 건전한 발전과 성숙한 관리시장의 구축을 위해 상호 보완의 역할과 기능을 가지도록 정부, 주택관리업체, 입주자(대표회의), 주택관리사, 학계 및 연구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공동노력도 필요하다.

한영화: 한국식 위탁관리, 자치관리로의 전환 등은 자칫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논의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사·노무관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근로자의 근로관계 등도 관계 규정(근로기준법, 아파트 종사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에 관한 지침 등)에 맞춰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오민석: 여론, 정부 모두 드러난 현상만을 가지고 동대표와 위탁관리업체 또는 관리소장을 모두 묶어 공동주택 비리의 핵심인 것처럼 규제하고 처벌하는 방식은 지양됐으면 한다. 권한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만 균등하게 물어서는 문제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고 반복될 뿐이다. 위탁관리업체 또는 관리소장에게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월권이나 부당간섭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아직 영세한 주택관리업계를 주민 만족도 평가 등과 같은 수량적 평가를 통해 경쟁을 강화시키는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주택관리업계가 좀 더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택관리사의 지위보장도 함께 이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택관리업계도 스스로 전문성과 윤리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고, 이를 통해 입주자들의 인식전환과 신뢰회복을 이끌어 내야 한다.

박종두: 관리주체를 바르게 확립해야 한다. 관리주체를 입주자단체(관리단)로 해 관리토록 해야 한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서와 같이 관리주체를 관리소장으로 해 관리토록 하는 것은 소위 무주공산의 관리체계로서 사유재산재의 법리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리의 본질에도 맞지 않다. 주택관리사는 자치관리이든 위탁관리이든 관리의 주체로서가 아닌 관리업무 집행의 자원인력으로만 기능토록 해야 한다. 그것은 관리의 주체란 관리사무의 집행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의 이익과 부담의 귀속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위탁관리업자에 진정한 관리업무 집행의 대행기관으로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주택관리업자는 공동주택관리법 소정의 전문 인력과 설비를 갖춰 공동주택 관리를 업으로 하는 자다. 따라서 주택관리업자는 단지 수탁 받은 관리사무를 집행하는 자가 아니라 관리주체의 관리사무를 대행하는 자로서 실질적인 관리사무의 집행과 책임을 부담토록 해야 한다. 주택관리사가 주택의 관리에 관한 전문 인력임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 관리주체로서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관리소장은 관리사무의 집행자로서, 주택관리업자는 관리단사업의 대행자로서 각각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오늘날 공동주택이 대형화, 다양화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치관리에서는 물론이고 특히 위탁관리에서는 공동주택의 형태 및 시설(설비) 등 관리 실정에 맞는 표준관리 매뉴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관리비 표준화에 치중했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관리업무의 표준화라 할 것이다. 아울러 공동주택의 관리를 위한 단체의 결성은 주택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제도와 기술의 개발은 물론이고 관리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책임을 분담토록 하는데 있다. 그러나 현행 주택관리의 단체는 이와 같은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의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시행된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와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의 운영을 LH가 하도록 방치한 것은 공동주택의 자발적 관리와 전문성 개발이라는 단체 설립의 목적에 치명적인 손상을 받은 것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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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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