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입대의 구성원 결의 없으면 하자소송 위임계약 ‘무효’
조회수 1,183 등록일 201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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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지난 2003년 4월 말경 사용검사를 받은 서울 성북구의 W아파트. 이 단지는 2012년 12월 중순경 H법무법인을 통해 사업주체를 상대로 10년차 하자소송을 제기했다. H법무법인은 이후 3회에 걸쳐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1회 변론기일 등을 진행했으며 2013년 6월경에는 준비서면을 제출하면서 증인신청서와 하자감정신청서, 증거설명서 등을 함께 제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W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같은 해 8월경 H법무법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하자소송의 원고표시를 입대의의 ‘직무대행자’에서 ‘회장 이름’으로 정정하는 당사자표시 정정신청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이튿날 소를 취하했다.
그러자 H법무법인은 입대의를 상대로 6억9,300만원의 성과보수금을 지급하라며 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소송 위임계약에 의해 위임사무처리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투입한 후 입대의가 임의로 소 취하 등을 한 경우 승소로 간주, 입대의는 사업주체가 가입한 합의 종결 하자이행 보험금의 8%에 상당한 금액을 성과보수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입대의 측 손을 들어줬다. 하자소송 위임계약에 대한 입대의 구성원의 적법한 결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어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W아파트 입대의는 하자소송 위임계약 체결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정기회의에 입대의 총 구성원 18명 중 9명만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9명 중 몇 명이 위임계약에 찬성했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9명 모두 위임계약에 찬성했더라도 이는 입대의 총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참석하지 않은 채 이뤄진 결의여서 적법한 결의가 아니라면서 H법무법인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제941호 2015년 8월 12일자 게재>
H법무법인은 위임계약 체결 무렵 사업주체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의 시효가 소멸될 우려가 있어 구성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기 어려운 급박한 사정이 있었으며 입주자 70% 이상의 동의를 받아 위임계약을 체결했기에 구성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위임계약을 체결한 하자는 치유됐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H법무법인의 항소로 제기된 2심 법원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민사23부(재판장 김용석 부장판사)는 “입대의가 구성원 총회의 결의를 거칠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입대의가 구분소유자들을 대신해 또는 구분소유자들이 그들의 하자보수청구권을 입대의를 통해 행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급박한 사정이 있었더라도 그런 사유만으로 민법에 규정된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규정의 예외를 인정해 구성원 총회의 결의 없는 준총유재산의 관리·처분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하자이행 청구소송 제기에 입주자 70% 이상이 동의를 했더라도 입대의가 구성원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위임계약을 체결한 하자는 치유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한편 H법무법인은 위임계약이 무효일지라도 하자소송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므로 이에 대한 통상의 보수는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H법무법인이 위임계약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 하자소송을 제기한 전후로 소송을 준비하고 소송을 수행하면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였더라도 입대의 구성원 총회의 적법한 의결을 거쳤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더욱이 이전에도 하자소송이 진행됐다가 조정 성립이 된 적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많은 다툼이 예상돼 소송비용을 들인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입대의는 그러한 이유로 새로운 대표자가 선임되자 하자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재판부는 H법무법인이 하자소송 수행에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였더라도 입대의에게는 아무런 경제적 이익이 없는 점 등을 들어 “H법무법인이 입대의를 위한 사무를 관리한 것으로 봐 H법무법인에게 보수청구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H법무법인은 입대의가 고의 또는 과실로 위임계약의 추인 또는 하자소송의 계속 진행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절차 등을 취하지 않은 채 소를 취하함으로써 하자조사비용 과 변호사 보수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입대의의 이 같은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H법무법인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아파트 측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는 “비법인 사단인 입대의가 재산권을 처분하거나 관리하려면 구성원 총회의 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하자보수청구권이라는 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입대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는 무효이며 이에 소송 위임계약에 따른 보수청구권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당 판결은 이 같은 이유로 소송대리인의 소송 위임계약에 기한 보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송을 진행하면서 들인 노고가 있으니 위임계약이 무효라 해도 사무관리에 따른 보수는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입대의에 경제적 이익이 없는 소송이었던 점 등을 감안해 아무런 보수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마근화 기자  yello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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