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김미란 칼럼] 이사 간 아파트 동대표의 운명
조회수 946 등록일 2018-10-26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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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변호사의 주된 업무는 소송대리, 자문업무지만 공동주택 관련 분쟁은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교육이나 컨설팅 등의 지원이 꽤 많은 편이다. 따라서 관리소장이나 동대표를 비롯해 일반 입주민들을 상대로 한 강의 기회도 상당한 편인데,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윤리교육이나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서 주관하는 각종 보수교육 등이 그러하다.

관련 법령의 내용과 관리규약, 운영규정 및 각종 유권해석에 대한 강의 끝에 사례풀이 하듯 판례의 내용을 소개하곤 한다. 사례가 없다면 강의의 내용은 추상적으로만 남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실에서 벌어졌던 일들이라 강의 중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에게 법원이 내린 결론이 어땠을지 묻곤 하는데, 법원이 내린 결론 가운데 사람들의 생각과 가장 많이 달랐던 사례가 바로 ‘이사 간 동대표의 자격’에 대한 것이었다.

A아파트 단지의 101동 동대표가 되려면 서류제출마감일 기준으로 A아파트 단지 안에서 주민등록을 마친 후 계속해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어야 하고, 해당 선거구, 즉 101동에 주민등록을 마친 후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 제3항, 동법 시행령 제11조 제2항).

그런데 101동 동대표가 101동을 떠나 이사를 간 경우, 과연 101동 동대표의 자격을 유지할 것인가가 문제된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101동 동대표가 101동을 떠난 이상 더 이상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원의 주류적인 판단은 이와 달리 101동을 떠났다 하더라도 동대표 자격을 당연히 상실하지는 않는다고 해석했다.

다수의 생각은 이사를 간 이상 더 이상 동대표의 자격은 없다는 것이었지만 법원의 주류적인 판단은 이와는 달랐었고, 그 밖에도 국토교통부나 법제처의 유권해석 역시 서로 달랐으니 현장의 혼란은 예상되고도 남았다. 어느 강의장에 가더라도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곤 했다. 이런 게 현실이나 상식과 거리가 있는 판결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이 상식과 거리가 있었던 이유가 판사들이 비상식적이고 못나서는 아니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법원은 동대표가 자신이 대표로 있던 선거구를 떠나 이사를 했어도 동대표의 자격이 당연히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는데, 그 이유는 규범의 규정형식에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 제3항은 동대표가 되기 위한 이른바 ‘거주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14조 제4항은 그 밖에도 동대표가 될 수 없는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두 규정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규정돼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 제4항은 ‘서류 제출 마감일’ 기준으로 일정한 사유를 열거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자는 동대표가 될 수 없고, ‘그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 비해 동법 제14조 제3항의 ‘거주요건’은 ‘서류 제출 마감일’기준으로 거주 요건을 갖춘 입주자 중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자격을 상실’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와 같이 거주요건은 동대표가 되기 위해 서류 제출마감일을 기준으로 갖추면 충분하고, 동대표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으로 규정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법원은 법률을 해석할 권한이 있을 뿐 법을 만들 수는 없으니 비록 일반인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 해도 규정된 내용과 달리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상식적인 판결을 하고자 법률이 규정한 형식을 벗어난다면 그 또한 법원에 부여된 해석 권한을 넘는 월권이 될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은 아수라장 같은 이 혼란을 단번에 해결해 줘 참으로 반갑기 그지없다. 2018년 3월 13일 법률 제15454호로 개정돼 지난 9월 14일부터 시행 중인 공동주택관리법은 동대표가 임기 중에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게 된 경우 당연히 퇴임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 제5항).

 이제야 이사 간 동대표는 당연히 퇴임한다는 결론에 아무런 잡음이 없게 됐고, 그와 같은 결론이 상식에도 맞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개정이 아닐 수 없다. 애석하지만 법원은 이사 간 동대표에 대해 앞으로도 상식적인 판단을 할 일은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이 문제로 법적 분쟁까지 생길 일이 없을 테니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일도 없지 않을까. 분쟁을 먹고 사는 변호사에게도 애석한 일일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규정해 분쟁을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규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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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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