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신문과 놀자!/김변호사의 쉬운 법 이야기]드라마 속 전 남자친구의 추행과 위협, 현실에선 중범죄
조회수 693 등록일 2018-05-30
내용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한 장면. 사진 출처 JTBC 홈페이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랜 시간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내던 누나와 남동생이 어느 순간 서로를 남녀로 의식하기 시작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윤진아(손예진 분)는 양순한 듯하면서도 당차고 사랑스럽죠. 그 누나를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멋진 연하남, 서준희(정해인 분)는 그 사랑으로 상대방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까지 합니다. 

○ 드라마에서는 따귀·현실에서 범죄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참 두근두근 설레고 예쁘지만 현실 속의 연애 같은 사실감 때문인지 드라마로만 보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법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이들에게 사랑의 걸림돌은 윤진아의 전 남자친구인 변호사 이규민(오륭 분)입니다. 

이 남자는 윤진아에게 둘의 관계가 ‘곤약’같이 밍밍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이별을 선언하지요. 하지만 사실은 윤진아를 버려두고 다른 여자를 만났던 것입니다. 그 여자와의 만남이 생각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끝나 버리자 이규민은 윤진아에게 되돌아오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용서를 빌지만 윤진아가 서준희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걸 알자 야수로 돌변합니다. 다른 여자를 만나고 윤진아를 차버렸던 이규민은 자기 걸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억지를 부리고 떼를 씁니다.

늦은 저녁 시간 윤진아가 일하는 커피 매장으로 찾아가 억지로 껴안고 키스하는 만행을 저지르다가 혼쭐이 나기도 하고, 직장에 꽃다발을 보내면서 함께 찍은 사진을 동봉하기도 하지요. 자신의 입장에서는 사랑의 행위이고, 용서를 구하는 행동이겠지만 이를 원하지 않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폭력일 뿐입니다.

이규민의 진상은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 해지 문제로 만나게 된 윤진아를 차에 태우고는 속도를 내면서 같이 죽어버리자는 말을 서슴없이 하며 내달리지요. 차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고, 멈춰 달라는 말이 더 이상 먹히지 않아 불안해진 눈빛의 윤진아와 달리 담담한 어조로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는 이규민의 광기 어린 눈빛은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철렁하게 만들었지요. 

드라마에서는 때마침 걸려온 서준희의 전화로 광분하게 된 이규민이 교통사고를 내면서 폭주는 멈춥니다. 윤진아가 따귀를 때리는 걸로 응징은 끝납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이규민의 행동은 현실에서는 따귀를 때리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닌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 이규민의 행동은 중범죄에 해당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껴안고 키스했다면 이는 강제추행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차에 사람을 태운 후 상대방의 하차 요구가 있음에도 계속해서 내달리면 이는 감금에 해당합니다. 피해자가 감금 상태를 벗어나려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이는 감금치상입니다. 형법 제276조는 사람을 체포하거나 감금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81조는 감금으로 인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감금치상)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감금치사)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요. 

2000년 법원은 승용차에 피해자를 태우고 하차 요구를 무시한 채 당초 목적지가 아닌 다른 장소로 향하면서 시속 60∼70km의 속도로 달려 피해자를 내리지 못하게 한 행위를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 피해자가 감금 상태를 벗어나고자 차량을 빠져나오다가 길바닥에 떨어져 상해를 입고 결국 사망하자 감금치사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하나의 범죄를 저지른 것보다 가중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를 경합범(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 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말함·형법 제37조)이라 하는데 형법 제38조는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경우 어떻게 처벌해야 할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합범 가운데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라면 그 형으로 처벌하면 됩니다. 같은 종류의 형일 때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의 기간과 액수에 절반까지 가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른 종류의 형일 경우는 동시에 둘 이상의 형벌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드라마 속 이규민의 행동은 형법상 강제추행과 감금치상의 경합범에 해당하고, 이는 상당히 엄한 처벌을 받게 되는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변호사법 제5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은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규민은 중범죄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변호사 자격까지 잃을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따귀를 때리는 정도로 끝냈지만 현실에서는 무척 무거운 응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

출처[http://news.donga.com/3/all/20180529/90311104/1]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