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고유번호증 관련 갈등, 과세관청의 명확한 기준 필요하다
조회수 935 등록일 2018-04-23
내용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는 세무관서가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증명하는 고유번호증을 발급한다. 고유번호는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번호에 준하는 것이다. 입대의와 거래하는 금융기관도 고유번호증상 대표자를 입대의의 대표권자로 인식해 계좌 개설이나 송금, 이체 등의 업무를 처리해 준다. 그래서 입주자나 관리사무소는 고유번호증이 공동주택관리법령상 입대의 대표권을 증명해 주는 문서로 인식한다. 
이렇듯 고유번호증이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분쟁이 잦다. 우선 명의변경이 남용되는 사례다. 고유번호증 명의는 고유번호증 원본과 입대의 회의록만 세무관서에 제출하면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실제 대표권을 가진 입대의 회장이 따로 있음에도 일부 동대표나 입주자들이 고유번호증 원본을 탈취하고 허위의 대표회의록을 첨부해 고유번호증 명의를 변경하곤 한다. 관리사무소의 협조가 더해지면 명의변경은 더욱 쉬워진다. 반대로 입대의가 새로이 구성되고 대표자가 선출됐음에도 종전 대표회장의 방해로 고유번호증 명의변경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에 대한 해임이 부당하다거나 신임 동별 대표자 및 임원선거가 불법이라며 승복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 정당한 대표권자나 입주자들은 세무관서가 실체관계를 정확히 판단해 잘못된 고유번호증 명의변경을 원상회복해주거나 새롭게 명의를 변경해줄 것을 기대한다. 반면 입대의의 정당한 대표권자에 대한 당사자 간의 다툼이 있는 경우 세무관서는 누가 정당한 대표자인지를 확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권한 있는 기관(소송 등)의 확정을 거쳐 고유번호증을 정정해야 한다. 그런데 ‘권한 있는 기관의 확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명확하지 않고 세무관서마다 판단도 다르다.  
우선 세무관서의 잘못된 고유번호증 명의변경이나 명의변경신청에 대한 부당한 거부에 대해서는 소송이 불가능하다. 과세관청의 고유번호 등록은 과세관청 내부의 행위로서 과세자료의 효율적 처리 및 소득공제 사후 검증 등을 하려는 데 취지가 있고, 고유번호 등록에 의해 단체에 민법 기타 특별법에 의해 법인격이 부여되거나 고유번호증 기재 사항에 관해 단체 내지 구성원의 법률상 지위에 변동을 가져오는 사법상 법률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기 때문이다. 구청장 등의 입대의 구성변경신고 거부나 잘못된 변경신고 수리도 역시 같은 이유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최근 남양주시의 모 아파트에서는 신임 회장이 전임 회장을 상대로 법원으로부터 “회장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스스로 그 업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결정을 받고 이를 근거로 고유번호증 명의변경을 신청했으나 세무관서로부터 거부됐다. 법원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결정도 ‘대표자의 확정’에 관한 법원의 판단으로 볼 수 없다거나, 하급심의 결정으로서 확정된 판단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전임 회장이 신임 회장을 상대로 동대표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가 스스로 청구를 포기함으로써 다툼이 일단락됐음에도 전임 회장이 오로지 고유번호증 명의변경만을 거부하고 있는 사안이었다. 
과세관청조차 ‘대표권에 관한 권한 있는 기관의 확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관성 있는 기준이 없는 마당이다. 그러니 법률의 문외한인 입주자들이 고유번호증 명의변경과 관련해 어떤 소송을 제기해 무슨 판결을 받아야 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고유번호증 하나 제대로 발급받겠다고 동대표 회장지위확인소송이나 회장지위보전 가처분,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인장 등 인도가처분, 예금계좌 사용정지 및 지급정지 가처분 등 닥치는 대로 소송을 남발하기도 한다. 대표자 자격 없는 사람이 고유번호증 명의 하나만을 갖고 수억, 수십억의 아파트 재산을 볼모 삼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급여가 연체되기도 하는 등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세관청은 ‘대표권에 관한 권한 있는 기관의 확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내놔야 할 때다.  

 

오민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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