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신문과 놀자!/김변호사의 쉬운 법이야기]수배자 체포할 때 경찰관이 꼭 해야 할 말은?
조회수 1,395 등록일 2018-01-10
내용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려면


경찰관 등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공무집행방해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공원을 경찰관이 순찰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경찰관이 순찰 중 우연히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 청년은 벌금을 내지 않아 지명수배가 된 상태였어요. 경찰관은 벌금이 미납된 것을 청년에게 알리고 벌금을 납부하라고 했지만 청년은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경찰관은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해야 한다면서 청년을 구인(拘引·사람을 강제로 잡아서 끌고 가는 강제처분)하려 했습니다. 경찰관은 벌금이 납부되지 않은 사실, 벌금 미납으로 지명수배되었고, 벌금 미납 시에는 노역장에 유치된다는 사실은 말해 주었지만 형 집행장이 발부된 사실은 따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벌금을 안 냈다고 해서 경찰관이 자신을 마구 잡아가려 하자 펄쩍 뛰면서 저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찰관의 가슴을 양손으로 수차례 밀쳤습니다. 결국 청년은 벌금 수배자 검거를 위해 직무수행 중이던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起訴·형사사건에서 검사가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는 것)되었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범죄입니다.

청년에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되지 않아 무죄입니다(대법원 2017년 9월 26일 선고 2017도 9458 판결 등 참조). 뭐 이런 법이 다 있을까 싶은가요? 위법한 직무집행이라면 설사 이를 방해했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구금(拘禁·교도소나 구치소에 사람을 가두고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강제처분)되지 않은 사람에게 형을 집행하려면 집행기관인 검사가 형 집행을 위해 소환해야 합니다. 소환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형 집행장을 발부하여 구인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473조 제1항, 제2항). 물론 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또는 현재 위치를 알 수 없는 때는 소환 없이 형 집행장을 발부해 구인할 수도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73조 제3항). 형 집행을 위해 사람을 구치소나 교도소에 구금하려면 반드시 형 집행장을 발부해 구인해야 합니다.

형 집행장의 집행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규정이 적용됩니다(형사소송법 제475조). 형 집행장의 집행은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지요. 구속영장의 집행 절차에 대해 형사소송법은 구속영장 집행 시 구속영장을 상대방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합니다. 영장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 급속을 요구할 때에는 공소사실 요지와 영장이 발부되었음을 알리고 집행할 수 있으며 집행을 완료한 후 신속히 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85조). 

영장을 소지하지 않았으나 급속을 요구하는 때란 경찰관이 적법하게 발부된 구속영장을 갖고 있을 시간상 여유 없이 피고인을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구속영장이 없다고 범인을 놓칠 수야 없으니까요. 다만 그런 경우라 해도 어떤 일로 기소되었는지,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사실은 말해주고 잡아야 합니다. 이 같은 절차는 형 집행을 위해 사람을 잡아넣으려고 할 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경찰관이 벌금형을 받고 이를 납부하지 않은 사람을 노역장에 유치하기 위해 구인하려면 원칙적으로는 검사로부터 발부받은 형 집행장을 상대방에게 제시하여야 합니다. 만일 형 집행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우연히 만난 경우 등 급속을 요구할 때라도 상대방에게 반드시 형 집행 사유와 형 집행장이 발부된 사실은 알리고 구인해야 합니다. 

사안에서 경찰관은 순찰 중 우연히 벌금 미납으로 지명수배가 된 청년을 만나게 된 것이고, 아마도 형 집행장을 소지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바로 형 집행장을 소지하지 않았는데 급속을 요구할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찰관은 이때 청년에게 형 집행장을 제시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형 집행 사유와 함께 형 집행장이 발부된 사실을 알려줬어야 합니다. 집행 후에는 신속하게 형 집행장을 제시해야 됩니다.  

그러나 경찰관은 지명수배되었고,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된다는 사실만 알려줬을 뿐 형 집행장을 제시하거나 형 집행장이 발부된 사실은 알려주지 않고 구인하려 했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면서 공소를 제기한 검찰 측은 경찰관이 형 집행 사유와 함께 벌금 미납으로 지명수배된 사실을 알려줬으니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그것만으로는 형 집행장 발부 사실을 고지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경찰관의 직무집행을 위법하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아 무죄로 결론이 난 것입니다.

사람을 구금하는 등 강제처분이 포함된 형사절차가 특별히 더욱 엄격한 이유는 헌법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헌법 제12조는 모든 국민에게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 법률에 의하지 않고서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는다는 점,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처벌, 보안처분, 강제노역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헌법 제12조 제1항). 또한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헌법 제12조 제2항).  

사람이 누리는 자유, 그 가운데서도 특히 신체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강제처분이 법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을 때 발생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이미 충분히 보아 왔습니다. 경찰관 등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공무집행방해죄의 보호를 받으려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적법한 직무집행이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

출처[http://news.donga.com/3/all/20180110/88098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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