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소장 사직 원인’ 공지문 게시한 입주민에 위반금 부과? [김미란의 판례평석]
조회수 936 등록일 2023-11-13
내용

| 사건의 경위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가. A, B, C, D, E는 본건 아파트 입주민들로서 2021. 8. 7. ‘본건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명의로 ‘2021. 8. 6. 이후 관리사무소장, 관리과장, 경리담당 주임 등이 전부 사직하거나 부재하는 등 아파트 관리 업무가 마비돼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사직한 소장 등의 사직 이유를 조사하고, 그 원인이 일부 동대표들의 갑질 등으로 밝혀질 경우 관련 당국에 민원을 제출하고 동대표들의 사직을 요구하는 청원서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긴급 비상 사태 공지’ (이하 ‘1차 공지문’이라 약칭)를 게시했다. 이후 2021. 11. 3. ‘새로운 소장과 경리주임이 또다시 사직해 2차 긴급사태가 발생했고, 이러한 사직이 동대표 중 1명의 과도한 업무간섭과 부당한 지시에 따른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현 동대표는 자진사퇴해야 마땅하다’는 취지의 ‘긴급 비상 사태 공지’(이하 ‘2차 공지문’이라 약칭)를 게시했다.

나. 1차 공지문 게시 이후인 2021. 9. 2. 본건 아파트 소장 명의로 ‘관리주체의 동의 없는 게시물의 게시는 관리규약에 의거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위반 게시물은 2021. 9. 5.까지 직접 제거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지가 게시됐다.

다.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21. 11. 19. ‘자칭 비대위 게시물 위반금 부과’건을 상정하여 관리규약 제97조에 근거 자칭 비대위원장에게 50만 원, 위원들에게 20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의결을 하고, A 등에게 통지했다. 관리규약 제97조는 입주자 등이 규약을 위반해 공동생활의 질서를 문란하게 할 경우 시정조치, 범칙금 부과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라. 이에 A등은 본건 결의의 무효를 확인해 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본건 결의는 관리규약 제97조에 따른 ‘공동생활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이뤄진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없어 실체상 하자가 존재한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본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97조는 그 해당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고,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입주민에 대한 금전적 제재를 정한 것으로 위임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므로 이에 근거한 결의는 무효다. 더 나아가 본건 결의 당시 의결정족수에도 미달하는 절차상 하자도 있으니 어느 모로 보나 무효라고 주장했다.

마. 이에 대해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소장의 허가 없이 각 공지문을 게시해 공동생활의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며 본건 결의는 적법 유효라며 맞섰다. 본건 결의 당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인원이 참석했고 다만 회의록에 서명이 누락돼 추후 보충했을 뿐이므로 절차상 하자도 없다고 항변했다.

바. 법원은 본건 결의를 무효라고 선언하며 A등의 손을 들어줬다.
 

| 법원의 판단

가. 2021년부터 2022. 2.경까지 본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임명된 8명이 최대 4개월 이내 모두 사직해 본건 각 공지문 게시 당시 소장이 부재중인 상황이었고, 사직한 소장 일부 및 관리업체인 주식회사 G는 입주자대표회의 내지 그 구성원과의 갈등을 사직의 주요 원인으로 주장했다.

나. 통상 아파트 단지 내에서 유인물, 전단지 등을 배포하거나 그을 게시할 때 관리주체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 광고물 등으로 인한 입주민들의 불편이나 환경미화 등을 고려한 것인데 본건 각 공지문은 원고들이 본건 아파트 입주민으로서 위와 같이 소장과 입대의의 갈등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내용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내용으로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입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다. 본건 1차 공지문은 2021. 8. 7. 게시됐고, 2차 공지문은 2021. 11. 3. 게시됐으며 그 외에 관련 공지문이 추가로 게시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3개월간 단 2건의 공지문이 게시됐을 뿐이고 각 공지문에 대해 본건 결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2021. 9. 2. 1회의 경고문이 부착됐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들이 본건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해 공동생활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본건 결의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따라서 본건 결의는 위법 무효다.
 

| 평석

공동주택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간인 만큼 서로 양보하고 조정할 일이 많다. 한마디로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니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관리규약 등 자치규범에 따라 이웃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게 된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누군가에게는 의무를 부과하고 누군가의 권리는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특히 적법한 근거와 절차에 따른 것인지를 엄격히 살펴야 한다. 

사안과 같이 공동생활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입주민의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더라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근거 없는 조치로서 위법무효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https://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0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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