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입주민이 건 현수막 철거한 회장‧소장 ‘벌금형 집유’ [김미란의 판례평석]
조회수 483 등록일 2023-09-26
내용

| 사건의 경위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가. A는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고, B는 관리사무소장이다. B는 2021. 8. 16. 오후 위 아파트 외벽에 입주민 E가 관리주체 동의 없이 현수막을 설치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현수막에는 ‘목적: 재개발(재건축) 소통 커뮤니티’. 위 커뮤니티의 카페 주소 등이 기재돼 있었다. 

나. 위 사실을 보고받은 A는 입대의를 개최했고 현수막 철거 여부에 대해 찬성으로 의결되자 B에게 현수막 철거를 지시했다. B는 아파트 외벽에 노끈으로 고정된 시가 3만 원 상당의 현수막 1개를 관리직원 F로 하여금 철거하게 했다.

다. A와 B는 입대의를 통해 현수막을 철거하도록 결정하면 이를 철거하기로 공모해 E의 재물을 손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라. 법원은 이들에 대해 각 벌금 30만 원에 처하되 1년간 집행을 유예한다는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 법원의 판단

가. 인정 사실 

본건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광고물, 표지물 또는 표지를 설치하거나 게시물을 게시하는 사항에 관해 대형 광고물을 공동주택 단지 안에 설치하거나 발코니 전면과 건물 외벽을 이용하는 광고 행위, 광고물, 선전물, 스티커 등을 게시 또는 부착하는 광고행위에 대해 지정된 장소 이외의 장소에 붙이거나 미관을 해치는 행위는 관리주체가 동의하지 않도록 관리주체의 동의기준을 정하고 있다. 

E가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 B나 입주자대표회의에 위 현수막의 게시 신청을 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고 게시한 점은 인정된다. 입대의가 위 현수막이 사전에 관리주체나 입대의의 동의 없이 부착됐다는 이유로 철거할 것을 의결했고, 이에 따라 A가 B에게 전화로 이를 통지하고 철거를 지시했으며 B는 위 지시에 따라 F를 통해 현수막을 철거했다.

나. 재물 손괴죄 유죄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은 입주자 등은 일정한 행위를 할 경우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 또는 표지를 부착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돼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제1항 제7호 및 위임에 따른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29조 제2호에 의하면 ‘입주자등의 공동사용에 제공되고 있는 공동주택 단지 안의 토지,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에 대한 무단 점유행위의 방지 및 위반 행위시의 조치’를 관리주체의 업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공동사용에 제공되는 공동주택 단지 안의 표지물을 게시하기 위해서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해 게시된 표지물에 대한 조치는 관리주체의 업무 범위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공동주택관리법령 어디에도 위와 같이 법령에서 정한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표지물이나 게시물에 관해 관리주체나 입대의 회장이 스스로 이를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나아가 공동주택관리법의 목적은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투명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을 뿐 입주민들의 분쟁까지 입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거나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에서 법이 정한 권리구제 절차를 배제하고자 하는 취지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 관리주체로서는 동의를 받지 않은 게시물, 표지물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으로 구제하는 등의 법정 절차를 통해 위와 같은 ‘위반행위시의 조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뿐이다. 법인격 없는 사단과 같은 단체는 사법상의 권리의무 주체가 될 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범죄능력은 없으므로 단체를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대표행위로 실현된다할 것이다. 현수막 철거를 의결한 입대의는 법인격 없는 사단이므로 대표자인 회장이 재물손괴죄의 주체가 된다.

다. 양형 

 위 현수막이 관련 법령이나 규약에 따라 적법하게 설치된 것이 아닌 점, A와 B가 스스로 철거할 권한이 있다고 오해해 범행에 이른 점, 현수막 자체를 훼손한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춰 벌금 30만 원에 1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 평석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해야 하며 책임까지 모두 갖춘 경우에 성립한다. 구성요건은 객관적 구성요건과 주관적 구성요건을 갖추면 인정되나 위법성은 구성요건에 일단 해당하면 일응 인정되고 정당방위가 성립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조각된다. 

공동주택에 광고물 등을 게시할 경우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어겼더라도 함부로 철거할 수는 없다. 입대의 의결이 능사는 아니며 범죄마저 정당화시킬 수 있는 만능키는 더더욱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https://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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