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김미란 칼럼] 법률상 소송대리권을 가진 공동주택 관리소장의 책무
조회수 1,019 등록일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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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소송을 하다 보면 상대방으로 변호사를 만나는 일이 분명 더 많지만 당사자 본인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법정에서 비법률가를 상대방으로 만날 경우 그가 제출한 준비서면을 읽거나 변론기일에서 토로하는 변론 내용을 들을 때 간혹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구구절절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이지만 정작 필요한 주장이나 입증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이 송사에 휘말릴 일이 뭐 그리 많겠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법정 한 번 가 볼 일 없이 순탄하게 일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소송을 경험하게 된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송 진행과정이 낯설 수밖에 없다. 그 낯섦이 실수를 낳고, 간혹 착각까지 더해져 정작 필요한 말이나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는 경우까지 생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소송을 하면서 가장 크게 하는 착각이 ‘판사님은 다 아시겠지’라는 순진한 믿음이 아닐까 싶다.

판사가 현명하게 판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사실일 것이나 판사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경위 사실이 사실 판단에 참작될 수야 있겠지만 판결을 선고하기 위한 사실관계 정리에 정작 필요한 것은 요건 사실이지 경위 사실이 아니다. 그러니까 법원에 제출하는 준비서면은 오래전 해묵은 이야기까지 에세이처럼 쓸 것이 아니라 육하원칙에 따라 요건 사실 중심으로 주장을 정리해야 한다. 또한 주장만 해서는 안 되고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해 함께 제출해야 한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상황이라면 법원은 증거에 따라 판단하게 되지만 증거가 없는 경우 판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고 해서 법원이 판결을 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법원 마음대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증거가 없다면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최대한 사실관계를 정리해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데 이때 최종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 ‘입증책임의 위험’이다.

입증책임의 위험이란 소송상 주장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경우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당사자가 법률적 판단에서 입증 부족에 따른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즉,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자가 해당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데 따른 패소의 위험을 부담한다는 의미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4조 제3항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는 공동주택의 운영·관리·유지·보수·교체·개량, 그 업무를 집행하기 위한 관리비·장기수선충당금이나 그 밖의 경비의 청구·수령·지출 및 그 금원을 관리하는 업무와 관련해 관리소장에게 입주자대표회의를 대리해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행위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해 법률상 소송대리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로써 관리소장이라는 직역은 당사자를 대신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몇 안 되는 직종 중 하나가 됐다.

본래 입주자대표회의가 당사자인 소송에서는 그 대표자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당사자로서 소송을 직접 수행하거나 소송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공동주택 운영이나 관리 관련 업무 및 이를 집행하기 위한 금원 관리 업무 등은 주택관리사 자격을 갖춘 관리전문가인 관리소장을 통해 재판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당사자 본인을 법률상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관리소장은 적어도 비법률가인 당사자 본인이 재판을 진행할 경우 착각하거나 실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당사자보다는 법률가에 가까운 정도의 소양을 갖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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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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