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관리단 회장 사임의사 밝힌 뒤 해임결의는 유효” [김미란의 판례평석]
조회수 644 등록일 2023-09-05
내용

| 사건의 경위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가. 본건 주상복합건물은 지상 13층, 지하 2층의 집합건물로서 아파트 3개동 및 상가로 이뤄져 있다. 본건 주상복합건물에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에 따라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된 관리단이 있고, 대표자 회장 1인, 아파트 운영위원 4인, 상가 운영위원 1인으로 구성된 임원을 두고 있다. 대표자 회장은 아파트 입주자 과반수 서면 동의로 선출되고 A가 2022. 2.경 회장으로 선출됐다.

나. A는 2022. 7. 28.경 위 관리단 임원들이 참여한 ‘아파트 운영단’이라는 명칭의 단체 대화방에서 ‘어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저도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사임하겠습니다. 미안하지만 간사님께서 뒤처리 잘 부탁드립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대화방을 나갔다. 같은 날 임원 H에게 관리소장 후보 인적사항과 함께 ‘관리소장 후보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H가 ‘알겠습니다. 사퇴서 제출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네’라도 답신하였다. 다음 날 A는 H에게 ‘휴가 갔다오고 다음주 중 지출결의서 결재하면서 사퇴서를 제출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 이후 A는 2022. 8. 2. H에게 ‘회장직을 사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임시회의를 소집해 신임센타장 인사 및 동대표 2명 결원에 따른 동대표 선출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B선거관리위원장은 2022. 9. 26. ‘아파트 130세대와 상가 48세대 합계 178세대 중 105세대(58.98%)가 A를 회장에서 해임하는 데 동의하였다’는 내용의 해임 공고문을 게시하고(이하 ‘본건 해임 결의’라 약칭), 2022. 9. 29. 및 2022. 10. 10. 회장 보궐선거 실시 예정임을 공고해 I가 단독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라. A는 사임 의사표시가 종국적이고 진지한 것이 아닌 불완전한 의사표시로서 부존재하고, 2022. 7. 28.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사임의 의사표시를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건 해임 결의를 했는데 해임사유가 없고, 절차상으로도 하자가 있다며 해임결의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마. 법원은 A의 회장 사임의 의사표시는 2022. 7. 28. 이미 효력이 발생해 이후 임의로 철회할 수 없으므로 본건 해임 결의를 무효로 볼 만한 하자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법인격 없는 사단과 그 기관인 이사와의 관계는 위임에 유사한 계약관계로 수임자인 이사는 언제라도 사임할 수 있고(민법 제689조 제1항), 이 경우 규약 등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사임의 의사표시는 대표자에게 도달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 사단의 대표자가 사임하는 경우에는 대표자의 사임으로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될 자에게 도달한 때에 사임의 효력이 발생하고 이와 같이 사임의 효력이 발생한 뒤에는 이를 철회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는 비법인 사단의 실체를 가지는 집합건물법상의 관리단 대표자가 사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 사안의 적용 본건 주상복합건물의 관리규약에 따르면 ‘회장이 사임해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관리단운영위원회에서 그 구성원 과반수 의결로 정하는 자 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는 2022. 7. 28. 위 관리단 임원들에게 회장직에서 사임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바 있다. 따라서 A의 회장 사임의 의사표시는 본인의 사임으로 권한을 대행하게 될 관리단 임원들에게 도달 즉시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 A의 회장직 사임의 의사표시가 효력이 발생한 이상 그 후 A가 이를 임의로 철회할 수는 없다. 따라서 A는 2022. 7. 28. 회장직에서 사임한 것이고 그 후 이뤄진 본건 해임 결의는 A가 회장직에서 사임하였음을 단순히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하므로 어떠한 하자도 있다고 볼 수 없다.
 

| 평석

의사표시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심의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것으로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불가결의 요소이다. 의사표시를 단계적으로 세분해보면 표의자의 내심에 있는 효과 의사, 이를 표시하려는 표시의사, 상대방에게 의사를 표명하는 표시행위로 나뉜다. 표의자가 내뱉은 의사표시는 설사 진의가 아니더라도 일단 표시된 이상 효력이 생긴다.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가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 무효가 될 뿐이다. 

또한 의사표시는 도달주의 원칙에 따라 상대방의 지배권 내에 들어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놓이면 효력이 발생한다. 사임한다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이 있는 단독행위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면 효력이 있고, 설사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라 해도 상대방이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던 것이 아닌 이상 유효하며 효력이 발생한 이상 철회할 수 없다. A가 어떤 경위로 사임의 의사를 표했다가 번복했는지 알 수 없으나 내뱉은 사임의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아서 되 담을 수 없는 노릇이다. 

출처[https://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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